소나무와 바위를 품은 평창동 주택

조회수 2023. 3.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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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 경사지에 집을 짓는 네 가지 방법
험난한 토목 공사, 어려운 설계, 복잡한 시공이 필요하다지만 경사지는 한편, 건축가에게는 자연이 주는 모티브가 된다. 땅을 덜고, 파고, 덮으며, 때론 위에 얹은 네 사례와 건축가의 조언을 담아본다.

경사지 주택 ➀ : 평창동 단암재_자연의 이치를 담아내다

평창동 경사지의 지형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바위를 깎지 않고, 소나무를 베지 않고 지어진 집이 있다. 많은 제약을 극복한 만큼 자연스러운 풍요와 즐거움을 누린다.

외부 입면은 내부의 엇갈린 층을 그대로 반영하고, 대지 내 남겨진 암반과 어울리는 색상의 치장벽돌로 마감했다. 옥상마당에서는 평창동 일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종로구
대지면적 : 731㎡(221.12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거주인원 : 3명(부부, 자녀)
건축면적 : 206.37㎡(62.42평)
연면적 : 325.84㎡(98.56평)
건폐율 : 28.23%
용적률 : 39.81%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0.8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압축법보온판 특호 220, 120, 145(mm)
에너지원 : 도시가스
외부마감재 : 치장벽돌, 마천석,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창호재 : 레하우 49mm 삼중 유리 시스템창호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 –인터코트라 원목마루
조경 : 분당조경
욕실 및 주방 타일 : 까사발렌시아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한스그로헤
주방 가구 : 까사발렌시아 수입가구
조명 : 바우하우스 공작소
현관문·중문 : 레하우 스테인리스 발색
방문 : 자작나무 제작 도장
전기·기계·설비 : 진화이앤씨
구조설계 : 건우구조
시공 : ㈜유로마켓
설계·감리 : 에이아이엠 건축사사무소
경사지를 활용해 지하 주차장을 만들었다. 지대가 높아 지하층임에도 도로와 접하며 개방감이 느껴진다.

주택이 들어선 대지는 매우 어려운 건축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 평창동 일대 대부분의 대지가 그러하듯 30° 이상의 급한 경사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들, 그리고 무엇보다 토심 1m 이하가 모두 암반으로 이뤄져 있는 상황이었다.

평창동 일대에 지목은 ‘대지’이지만 건축행위가 한 번도 이뤄진 적 없는 대지를 ‘원형 필지’라 부른다. 이 땅 역시 마찬가지였고 건축을 위해서는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따라 지형의 최소 개발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얻어야 했다.

다만, 건축주는 기존 지형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지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바위를 그대로 두고, 기존 대지에 서식하는 수려한 소나무들도 그대로 살려두길 바랐다. 또한, 주택 내외부에서 평창동의 풍경을 최대한 조망할 수 있기를 원했다.

각 층은 모두 외부공간과 연결되도록 해 실내외의 경계를 흐리며 자연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터가 된다.
2층 부출입구로 향하는 계단실은 넓고 낮은 계단판과 깊은 처마를 계획해 생활의 편의성을 더했다.

주택은 기존 지형이 가진 형상에 따라 계단식 구성이 적용됐다. 급경사 암반 지대였고,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거실, 주방, 안방 등의 실들은 반 층씩 엇갈리게 구성했다. 계단식 구성의 최대 장점은 공간 그 자체에 있다.

지형을 따라 등산하듯 경험하는 실내 공간과 위아래로 교차하는 시선,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의 양과 실별로 다르게 보이는 외부 풍경 등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하게 계획했다.

저층의 거실과 주방을 거치며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동선에서는 높이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반 층씩 엇갈린 계단식 구성으로 층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시선이 사선으로 교차하며 공간이 연속되어 실제 공간의 규모보다 넓어 보인다.
스킵플로어를 적용해 다채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실내.
널찍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적용해 실용도 높은 주방을 만들었다.

경사 지형에 건축한다는 건 그 지형이 내포한 공간적 풍요로움과 개성으로 인해 건축가의 의지를 자극하고 도전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이 프로젝트도 7개월간의 설계, 2년여의 공사 시간이 소요됐다. 하나의 주택을 건축하기에는 긴 시간이었다. 험난한 과정 동안 건축주와 건축가에게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수많은 대화와 상호 이해가 있었으며, 그 결과가 바로 이 주택이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신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벽체는 모두 흰색 도장과 벽지로 구성하고 바닥은 따뜻한 색감의 원목마루를 사용했다.
집을 짓기 전부터 대지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던 바위를 깎아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덕분에 바위 역시 집의 일부분이 되었고, 이 집만의 고유한 개성이 되었다.
Architect's say : 경사지의 지형 조건을 최대한 활용
경사지에 건축할 때, 주어진 지형 조건을 최대한 유지하며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토나 절토 작업이 적어 무엇보다 공사비 측면에서 유리하며, 다른 어디에도 없는 그 대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평범한 대지가 아니므로 설계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며, 당초 건축주가 구상했던 건물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 주택 역시 작업 여유 공지 확보가 어려웠고 일부 암반 제거 작업도 주택가가 인접해 있어 코어드릴 공법으로만 가능했다. 또한 경사지 개발을 위해 개발행위허가를 득한 상황이므로 대지와 건축물의 정밀한 단계별 레벨측량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건축가의 제안과 조언에 건축주가 마음을 열고 대화하다 보면 그 어디에도 없는 멋진 공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시스템창호를 적용해 외부 풍경을 담아내는 액자처럼 구성했다. 고측창, 세로 창 등 다양한 종류의 창호를 활용해 채광과 조망을 모두 잡았다.

건축가 남지현, 임근풍 : 에이아이엠 건축사사무소
두 건축가 모두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익히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4년에 에이아이엠 건축사사무소를 공동 개소했으며, ‘사회적 환경으로서의 건축’을 지향한다. 02-431-1204 www.aim-architects.com

구성_ 오수현  |  글_ 남지현, 임근풍  |  사진_ 김창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3월호 / Vol.289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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