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최태민·최순실, 무당 아니다"

조회수 2016. 11. 21. 14:4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진짜 무당' 정순덕 무녀와 김동규 종교학자 인터뷰

"공주와 무녀"

2016년, 대한민국을 달군 '핫'한 키워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샤머니즘 무당 통치국을 만든 대통령"이라 썼고,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정치인의 행태가 아니라 하나의 무당춤을 춘 것"이라 말했습니다.


<한겨레21>은 '진짜' 무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진짜' 무녀, 정순덕 씨를 만나다
출처: 한겨레 21
정순덕 무녀

1975년 내림굿을 받은 정순덕 씨는 8살 때부터 40년 이상 무당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1980년대 전국을 돌며 민주열사들의 진혼굿을 했고, 1996년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에서 양민학살 피해자 진혼굿, 1998년 제주에서 4·3 희생자 진혼굿을 주관했지요. 40여 년 동안 무당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여 실천하려 했던 정순덕 무녀.


정씨는 '무속은 종교가 아닌 미신'이라는 사회적 냉대를 수없이 겪어왔지만, 이번만큼은 "(무속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무당은 상식에 어긋나는 공수를 내리지 않습니다. 비이성적 공수가 있다면, 그건 '허주'라고 부르지요. 잡귀, 잡신이 말하는 걸 의미합니다.
바른 신은 이성적입니다. 하늘의 신령님들이 함부로 쉽게 말씀하지 않아요. 무속 전통에 따라 정상적으로 학습한 무녀들은 신의 이름을 빌려서 함부로 떠들지 않습니다.

'세월호 7시간 굿판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정씨는 "진짜 무당이면 그런 걸(비상식적 일임을) 미리 알기 때문에 (굿을) 안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씨는 14살에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금화 만신(큰무당)의 신(神)딸이 되어 무당 수업을 받는 등 10년 이상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성숙한 무당'이 되려면 끊임없이 기도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 '무속=미신'이란 인식의 역사성
출처: 한겨레 21
정씨와 부부사이인 종교학자 김동규 박사.

종교학자이자 무속연구자인 김동규 박사는 '무속=미신'이란 인식의 역사성부터 짚었습니다. 무속이 오랜 기간 당대의 지배적 세계관을 공고히 하기 위한 '타자'로서 기능해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제는 1915년 이른바 '공인 종교'의 범위를 불교·기독교 등에 한정했습니다. 무속을 포함한 60여 개 종교는 '유사 종교 단체'로 분류돼 경찰 단속을 받아야 했지요. 식민 당국은 군중이 모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일영, '한국 근대의 샤머니즘과 인권').

식민지 근대 시기 종교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가 그리스도교로 여겨지면서 무속은 '원시·민속신앙' 영역에 갇혔지요. 해방 이후에도 교과서에서 '근대화의 장애물'로 서술됐습니다. '무속은 귀신을 믿는 미신'이란 오해도 일제강점기에 굳어졌습니다.

무속의 내적 논리는 이렇습니다. 하늘의 신령, 바른 신(正神)을 모시고 기도의 대상으로 삼고 잡귀, 잡신은 풀어먹이는 (귀신의 배고픔을 달래서 멀리 내보내는 것을 말함) 것이죠.


김씨는 "이런 무속의 내적 논리로 봤을 때 최태민·최순실씨는 무당이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 '무속 폄하'와 '여성 비하'를 결합한 인식도 편견
출처: 한겨레 21(정순덕 제공)
정씨가 주관한 1998년 제주 연강홀에서 4·3 희생자 진혼굿(왼쪽). 1996년 경기 고양시 금정굴 아래서 양민학살 피해자 진혼굿(오른쪽).

김씨는 '무속 폄하'와 '여성 비하'를 결합한 인식도 100여 년 묵은 사회적 편견이라고 지적합니다. '무속은 어리석은 아녀자들이 믿는 것, 무당에게 속임 당하는 여성이 문제' 같은 믿음이 고스란히 투영된다는 것입니다.


'무속은 미신' '무속 폄하+여성 비하' 등 사회 저변에 깔린 인식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우는 데 일조한 것은 아닐까요. 김씨는 '배웠다'는 사람들, 지식인층까지도 무당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이유를 고민하던 차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그 까닭을 1)그렇게 해야 현 정부 비판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 2)무당에 대해 숙고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나보다 훨씬 못한 무당이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 이렇게 해야 더 큰 분노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의도적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지요.
출처: 한겨레 21
"레토릭이 다른 약자층에 피해 입힐 수도"

"무당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 주의해야"

두 사람은 이같은 레토릭이 다른 약자층에 피해 입힐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정순덕 무녀는 "특히 지금 막 신내림 받은 애기 무당들이 많이 상처 받는다"고 말하며 "정식 교육을 받는 무녀들조차 싸잡아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레토릭이 레토릭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실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분명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말이 많습니다.

김씨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당'을 생각해달라는 말을 덧붙이며 "무당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야 하는 건 다 합니다. 촛불집회에 나가는 무당도 있고, 주부의 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무당도 있지요. 동시에 종교인으로 기도를 합니다. 무당이라고 다 가정 버리고 사회 버리고 기도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예요"라고 말했습니다.


  • '무당이냐 아니냐'는 지엽적인 문제, '본질' 꿰뚫어야
출처: 한겨레 21

하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더 큰 걱정거리는 나라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무속이라는 '곁가지'보다 '본질'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는데요.


김씨는 "최순실씨가 무당이냐 아니냐는 지엽적 문제입니다. 문제는 최순실이 무당이냐 아니냐, 사이비 종교에 빠졌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선출직 대통령이 합법적이지 않고 비민주적 밀실정치를 했다는 게 문제 아닙니까"라고 말하며 그런 부분이 논의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학 연구자로서, 이 담론(박근혜 정부의 측근 비리를 둘러싼 담론) 속에 등장하는 영세교에 관한 담론을 보면 우려스런 점이 없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그것은 불온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권력 농단 세력이 자행한 비리와 범죄를 성찰하고 청산하는 데 있어 부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정씨는 "30여 년 동안 천제를 올리면서 이렇게 마음이 무거웠던 적은 처음입니다. 긴 터널 속에 있는 암담함, 암울함 같은 걸 느꼈어요"라고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내년에 더 큰 혼란이 있고 권력 공백도 생길 수 있다"는 최근 공수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고 말하며 흙탕물이 맑은 물로 정화되기 위해 마지막 혼란을 겪는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나쁜 종교' 가 '끝판왕'이 아닙니다. 무당의 '억울함'을 푸는 방법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봄은 온다. 다시 꽃은 핀다.

글/ 김효실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편집 및 제작/ 배혜진

*이미지를 누르시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바로 이동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