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합격 기쁨도 잠시..300만원 내고 모텔사는 예비 공무원 사연

조회수 2018. 11. 5.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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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이나 여관 찾으러 발품을 팔아야할 판이다.”


“공무원 시작부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5급 사무관 임용 예정인 ‘예비 공무원’들이 뿔났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2기 신임 관리자 과정 교육을 앞두고 때아닌 ‘방 구하기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 시험 합격자는 임용 전 필수적으로 신임 관리자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국가인재원)이 관할한다.


올해 행정직군 290명, 기술직군 80명 등 총 370명이 오는 5월 8일부터 교육을 받는다. 교육기간은 총 18주. 첫 3주는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두 직군이 함께 ‘합숙 교육’을 받는다.


다음 13주는 행정직군은 진천인재개발원에서, 기술직군은 과천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진천인재개발원에서 신임 관리자 과정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나머지 2주는 해외 연수과정이다.

문제는 진천인재개발원 기숙사 수용 규모가 18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공무원 교육도 한다. 말하자면 현재 추가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50명 규모라고 국가인재원은 밝혔다. 행정직군 290명에서 150명을 뺀 140명 정도가 스스로 거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인재원은 조만간 기숙사 선발 인원을 추첨할 예정이다. 최근 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안내하기 위한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기간 숙박과 교통 불편에 대해 알게 된 ‘예비 공무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숙사에 떨어진 경우) 알아서 방을 구하라고 하는데 방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수송 대책은 제대로 마련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출처: 인사혁신처 제공
진천 인재개발원 전경(왼쪽). 빨간원에 표시된 곳이 숙소동이다. 오른쪽은 숙소동을 확대한 모습

내부 혼선과 예산부족이 빚은 ‘반쪽짜리 기숙사’

국가인재원은 신임 관리자, 5급 승진자, 7·9급 신규 채용자 등의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발표한 ‘공공 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충북 혁신도시인 진천으로 이전했다. 2014년부터 2년여의 공사를 거쳐 2016년 9월 진천인재개발원이 문을 열었다.

출처: 국가인재원 홈페이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로고

기존 과천인재개발원(연면적 2만1520㎡)보다 1.5배가량 넓은 3만2306㎡ 크기다. 그러나 기숙사는 적정 수요규모(665명)에 한참 못 미치는 180명(90실) 규모다. 국가인재원 관계자는 “이전 계획 논의 당시 내부 혼선이 빚어진 데다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인사혁신처 제공
왼쪽은 진천인재개발원 조감도. 오른쪽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충북 혁신도시 진천에 입주한 기관. 내년에 이전이 완료되는 교육과정평가원까지 총 12개다

“과천 시설을 매각하느냐 혹은 남기느냐를 두고 많은 검토가 있었습니다. 논의 끝에 과천 시설을 분원으로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기숙사를 지을 예산이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신규 시설을 지을 때 기존 시설의 매각 대금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우왕좌왕하다 뒤늦게 예산을 요청하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1500억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1000억원만 승인했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공사비를 아끼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것이 복리 후생시설이었다. 기숙사 크기가 필요한 것보다 절반 이상 줄어 들었다. ‘반쪽짜리 기숙사’가 만들어진 이유다.

출처: 국가인재원 홈페이지
공무원 교육이 이뤄지는 인재개발원은 대통령들이 꼭 들르는 장소 중 하나였다. 사진은 과천인재개발원을 방문했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기존대로 과천에서 교육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인원이 적은 기술직군을 진천으로, 행정직군은 과천으로 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직군과 기술직군이 서로 다른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인재원 관계자는 “지방 발전 차원에서 기관이 옮겼는데 막상 활용이 되지 않으면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숙박 등의 문제로 진천에서 행정·기술직군을 함께 교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타협점을 찾아 내놓은 것이 바로 ‘분리 교육’”이라고 했다. 국가인재원은 진천에 연간 교육인원의 70%, 과천에 30%를 배분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출처: 국가인재원 제공
'반쪽짜리 기숙사 논란'에 대한 국가인재원의 해명

“3달에 300만” 예비 공무원 등치는 숙박업체

인사혁신처는 진천 시설 설계가 끝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기재부에 예산 추가 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수년간의 요구 끝에 2017년 증축예산 174억원을 확보, 2018년 연말까지 665명(400실) 규모 기숙사를 증축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는 기숙사 문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입소할 교육생이다. 기숙사 추첨에 떨어진 예비 공무원은 거처 마련을 위해 진천을 전전해야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과천과 달리 진천은 주거 인프라가 열악하다. 2016년 12월 기준 인구는 7만4998명. 국가인재원을 포함해 공공기관 11개가 입주하면서 수요는 폭증했으나 아직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원래 농촌지역이다보니 원룸이나 하숙집도 거의 없다.


국가인재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모텔이나 호텔 등을 교육생에게 주거 관련 문의가 들어오면 안내할 계획”이라며 “200명분까지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곳에 묵으려면 수백만원은 써야한다. 실제로 진천 소재 숙박업체에 교육기간 13주(91일), 약 3달을 기준으로 가격을 문의했다. “세종이나 과천보다 비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출처: jobsN
jobsN이 직접 업체에 문의한 결과 얻어낸 13주 기준 단가표

운 좋게 인재개발원 기숙사에 묵을 경우 하루당 1만2000원, 총 109만2000원이다. 하지만 A오피스텔은 “1주당 24만원”이라며 “312만원을 달라”고 했다. B모텔은 “하루에 5만원이니까 455만원을 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달방(보증근 없는 월 단위 계약)’이 가능한 C모텔은 “200만원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비즈니스급인 D호텔은 “장기투숙객의 경우 1박당 8만5000원”이라며 “계산을 하면 773만5000원”이라고 했다.


"현재의 시세일 뿐이며 그때가 되면 장담할 수 없다”고 답변한 업체도 있었다. 한번에 수요가 몰릴 경우 더욱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가인재원 관계자는 “업체끼리 서로 가격을 담합했다는 말도 있다”며 “예산 범위 내에서 숙박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출처: 육선정 디자이너

교통여건도 열악 “최대한 불편 없도록 하겠다”

어렵게 거처를 구하더라도 인재개발원에 교육을 받으러 출퇴근하는 길이 만만치 않다. 진천 관내버스의 경우 인재개발원을 가는 노선이 1개도 없다. 세종이나 오송에 거처를 마련한 이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 도시에서 진천으로 직행하는 시외버스도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하루에 4대꼴로 운행되지만 교육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라고 국가인재원은 설명했다.


국가인재원은 교육생의 교통 편의를 위해 시외버스 노선 확충과 진천 관내버스의 인재개발원 노선 신설 등을 충청북도와 진천군에 요청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에서는 “예산 부족 등의 사유로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처: 국가인재원 제공
국가인재원의 수송 대책

국가인재원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단 세종~오송~진천 인재개발원 코스의 출퇴근 버스 3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오송이나 세종에 거주하는 교육생은 아침마다 각 도시의 일정 위치에 모여 버스를 타면 된다. 이와 함께 진천 관내에 거처를 마련한 교육생을 위해 셔틀버스 2대를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진천 관내 셔틀버스 운용이 제대로 되려면 교육생의 거주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업무가 선행돼야 한다. 실무 담당자가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양질의 교육이 본연의 업무인 국가인재원이 ‘가욋일’에 정신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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