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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표는 정말 '친노 좌장'일까?

조회수 2018. 9. 5.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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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모호한 계파 나누기
출처: 뉴스1

친노 좌장, 친문 좌장, 친박, 비박...

8월 25일 전당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 대표로 이해찬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그런데 이해찬 의원의 당선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친노 좌장’이란 단어를 수식어로 사용했습니다.


좌장은 흔히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좌장이라는 표현의 본래 뜻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좌장은 ‘자리 좌’와 ‘어른 장’이 합쳐진 말로 "여럿이 모인 자리나 단체에서 그 자리를 주재하는 가장 어른이 되는 사람"을 뜻합니다. 같은 말로는 석장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두고 쓰이는 곳은 보통 토론회입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좌장이라고 부릅니다. 제자와 토론자, 즉 주제를 발표하는 역할은 연자라고 하죠. 좌장은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모임에서 그것을 도하는 역할을 뜻합니다.


뉴스에서는 좌장을 주로 ‘계파의 수장’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찬 대표에 대해서는 친노 좌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죠. 심지어 ‘친노, 친문 좌장’이라고 묶어서 쓰는 곳도 있습니다.

'친노 좌장'은 맞는 표현일까?

먼저, 친노 계파가 존재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비노’라고 불리던 사람들도 ‘친문’으로 합류하면서 ‘친노’계파가 발전적으로 없어졌다는 평가를 많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언론이 보도했던 친문 계파 모임 ‘부엉이 모임’에는 이해찬 대표가 속해있지 않죠.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 이해찬 대표가 좌장을 맡을 계파 같은 건 없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게다가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때 친노 좌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뉴스에 등장했죠. 도대체 누가 진짜 좌장이라는 것일까요?

‘친노 좌장’이라는 표현은 왜 나온 것일까?

대부분 언론이 정치인을 기사의 제목으로 사용할 때 수식어를 붙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그 수식어는 주로 계파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노, 친문, 친박, 비박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초선 정치인들에게까지도 이런 수식어를 씁니다.


굳이 계파를 따질 필요가 없거나 계파로 따지기 애매한 경우까지 계파를 통해 정치인을 분류하는 관습적인 행태입니다. 친노 좌장이란 수식어가 과도하게 나오는 이유 또한 ‘계파’ 위주로 정치인을 분류하고 수식하는 언론의 오랜 관습 때문이겠죠.

최근 별세한 미국 보수 정치인 존 매케인은 ‘매버릭’이라는 수식어로 불렸습니다. 매버릭은 ‘개성이 강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케인이 매버릭이라고 불린 이유는 평생 속해있던 공화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소신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매케인을 ‘진정한 매버릭’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독창적인 호칭이 불가능할까요? 많지는 않았지만 이미 예시는 있습니다. 고 김근태 의원은 ‘민주주의자’라 불렸고 고 김대중 대통령은 겨울을 버티고 피어난다는 ‘인동초’가 별명이었죠. 


우리도 이제 정치인을 수식하는 표현에서 ‘계파’ 외의 다른 표현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계파와 무관한 별명을 얻을 수 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하고 마찬가지로 계파와 무관한 표현을 쓸 수 있는 언론도 나와야 할 듯합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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