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뜯어먹는 장면 포기하고 '맹독닦이' 된 영화!

조회수 2018. 10.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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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베놈 (Venom,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베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과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파이더맨 3>(2007년) 당시 제작자 아비 아라드는 샘 레이미 감독과 마찰 끝에 '베놈' 캐릭터를 처음 영화화했다. 사실상 3부작을 이끌어 온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와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랭코)과의 맞대결이라도 무방한 작품은 '심비오트'의 '갑툭튀' 등장으로 볼거리만 늘고,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라는 평을 받게 됐다.

이후 제작자 케빈 파이기에게 마블 스튜디오 자리를 물려주고 난 후에도, 그는 고스란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베놈'을 넣기 위한 계획을 착수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2014년)의 실패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로 합류한 '스파이더맨' 덕분에, '베놈'의 실사영화화 제작 계획은 실패로 끝날 줄 알았다.
코믹스 역사에서도 '스파이더맨'이 '심비오트'와 연결된 덕분에 기자 '에디 브록'이 1대 '베놈'으로 태어났으니, '스파이더맨' 없는 '베놈'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진배없었다. 그러나 소니는 '스파이더맨'을 제외한 나머지 900여 판권 보유 캐릭터들을 대상으로 한 '소니 마블 유니버스'(Sony's Universe of Marvel Characters/SUMC)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베놈'의 탄생은 다른 형태로 보여줘야 했고, 작품은 최대한 뉴욕을 본거지로 하는 '스파이더맨'과 벗어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했으며, 결정적으로 '스파이더맨'이 사용하는 주요 기술을 '베놈'이 그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등에 있는 거미 문양도 당연히 사라져야 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베놈'의 특기 하나만큼은 제대로 살려야 했다. 협박처럼 등장하는 '베놈'의 대사처럼 적의 머리를 씹어 먹어야 했으며, 촉수는 적의 몸을 뚫고 튀어나올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베놈'의 등장은 '울버린'이 소리만 요란하게 지르고, '아다만티움' 칼날은 장식용 도구가 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스파이더맨 3>에서 '베놈'이 처음 나온 이후, 관객들은 <데드풀>(2016년)과 <로건>(2017년)의 등장에 환호했다. 슈퍼히어로들의 잔인한 활약 덕분에 관객에게 보여줄 수 없던 숨겨진 화면이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베놈>의 하이라이트인 '베놈'의 공격 본능은 소리만 나거나, 생략되거나, 전혀 상관없는 공간(머리가 사라진 몸은 멀리서 흔적만 잡힌다)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액션 자체가 시원하기보다는 무언가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일대다수로 싸우는 장면에서는 특히 PG-13 등급의 한계성이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한국영화들이 청소년 관람 불가가 아닌 15세 관람가를 받기 위해서 '강하며, 지속적인 폭력 노출'을 편집을 통해 줄인 것과 비슷하다.
일각에서는 PG-13 등급이 일반적인 'MCU'로 편입되기 위해서, 혹은 중국 기업 텐센트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상영되기 위해서, <베놈>의 상영 등급이 R이 아닌 PG-13이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베놈'의 공격적인 모습을 과하게 하는 대신 이 정도만 보여줘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감대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베놈'의 성격이 원작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가장 큰 예가 이른 시간에 바뀌어버린 '베놈'의 '젠틀한 성격'이다.

'완전 사악한 이미지'의 활동만 할 것 같았던 '베놈'이 어느덧 '에디 브록'의 전 여자친구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에게 사랑에 대한 조언을 너무나 '친절하게' 전하는 것이나, '안티 히어로'라면서 '에디'의 성격 덕분인지 '루저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전형적인 '히어로'의 모습으로 바뀐 '베놈'의 모습을 보자면 한 숨이 난다.
결국, '베놈'은 어느사이 '에디'의 '자비스'가 되고, 당연하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개연성은 우주선처럼 폭발한다. 어쩌면 'SUMC'는 첫 번째 쿠키의 주인공인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 즉 '베놈'보다 더 진보한 빌런인 '카니지'를 메인 빌런으로 설정하고 싶은 마음에 '베놈'의 성격을 그렇게 '순둥이'처럼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촬영 후 사라진 30분을 활용하거나, 왜 '베놈'의 성격이 그렇게 바뀌어야 했는지를 좀 더 잘 묘사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맹독닦이'가 되는 참사는 막았을지도 모르겠다.

2018/10/03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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