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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死後) '이것' 정리해 주는 일본의 비즈니스

조회수 2018. 10.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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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약 27%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다. 인구는 7년 연속 감소 추세이며, 향후 50년 이내 인구가 삼분의 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다. 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에서 연간 고독사하는 사람의 수는 3만 명에 이르며, 2030년에는 전체 노인 중 절반이 고독사로 사망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고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덩달아 성행하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유품정리 사업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유품정리'

출처: 키퍼스 공식 홈페이지
(유품이 정리되기 이전)

일본의 유품정리 사업은 2002년 처음 도입됐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요시다 타이치 대표가 유가족들이 유품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고,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전문 업체인 '키퍼스 유한회사'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유품정리 업체는 돌봐줄 사람 없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나 유가족을 대신해 고인의 유품과 재산 등을 정리하고 처리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폐기처분할 것과 재활용할 물건들을 걸러내 정리하고, 매입 가능한 제품들은 매입하며, 소중한 것들은 깨끗이 정리해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개중에는 고인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품에 한해 공양 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출처: 키퍼스 공식 홈페이지
(유품을 정리 중인 유품정리사의 모습)

유품정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정리해주는 작업인 만큼, 단순히 사업성만 생각하거나 호기심으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조언한다. 단순히 물품을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를 다하고, 유족의 입장에서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 역시 유품정리사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품정리를 의뢰한 고객에 대한 입단속을 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유품정리를 의뢰하는 집주인이나 유족들은 대개 업체들이 최대한 조용히 서비스를 처리해주기를 바란다. 혹여 소문이 나면 방을 내놓거나 매매하는 데 타격이 있을까 걱정이 돼서다. 이로 인해 경비 문제를 상의할 때를 제외하고 고객의 신상정보를 묻지 않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 됐다.

출처: 키퍼스 공식 홈페이지
(유품이 정리된 이후)

일본의 유품정리 서비스는 평균적으로 1회에 약 2200달러(한화 약 246만원)에서 3200달러(한화 약 357만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작업량의 정도나 시간에 따라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청구될 수도 있다.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의 신변 정리가 걱정되는 노인들이나 사후 처리에 막막함을 느끼는 유족들에게는 마음의 위안을 선물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출처: 일본 특수청소 업체 EXSIA 공식 홈페이지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들의 모습)

일본의 유품정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등록 법인은 약 8000개에 이른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만 해도 45억 달러(한화 약 5조 467억원) 정도다. 협회는 향후 5년에서 10년 이내 활동 법인의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유품정리 사업의 경우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국내에도 등장한 유품정리 서비스

출처: 한국유품정리사협회 공식 홈페이지

일본에서 꾸준히 성업 중인 유품정리 서비스는 2008년 전후로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대다수의 유품정리 업체는 시신을 수습하는 특수청소업체에 가깝지만, 고독사가 늘면서 유품정리 전문업체도 많이 생겨난 상태다. 이렇게 국내에 유품정리 전문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지난해 1월에는 유품정리사들이 모여 한국유품정리사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협회에 등록된 유품정리업체는 30곳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고령자 1인 가구 역시 급증하고 있어 규모는 훨씬 확대될 전망이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 남겨진 것들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 사업은 이제 일본을 넘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생긴 씁쓸한 호황인 셈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을 넘어서 '웰다잉'이 중요해진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 참고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Dying Alone in Japan: The Industry Devoted to What's Left Behind" by Adam Minter, Bloomberg Businessweek, July 2018.

-"So many Japanese people die alone, there's an industry devoted to cleaning up after them" by Anna Fifield, National Post, January 2018

-"Clean up crew on hand to spruce up Japan's 'lonely death' apartments" by Chris Meyers, Reuters, April 2015


인터비즈 임유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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