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좀 빌려 주세요

조회수 2018. 12. 2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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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전거가 편해서요."

나는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겪고 나선 운전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일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아들도 고등학생이 된 뒤 자전거로 통학하겠다고 해서 하나 사 줬다. 아들은 그때부터 자전거 박사가 됐다.


어느 날, 퇴근길에 체인이 빠져 손에 검은 기름을 잔뜩 묻힌 채 자전거를 들다시피 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아들이 많이 놀랐는지 체인을 다시 연결하고, 기름칠도 해 주며 시운전까지 하고서 내게 자전거를 안겨 줬다.


그 후 아들은 매달 용돈 타는 날 내 자전거를 빌려 간다. “네 것도 있는데 왜?”라고 물으면 “엄마 자전거가 편해서요.”라고 말하는 아들. 사춘기라 모든 게 조심스럽기에 그렇게 빌려 주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난 뒤에는 자전거가 훨씬 부드럽게 잘 나갔다. 운전도 잘하는 사람이 하면 차 상태가 좋아진다더니 자전거도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던 여름날, 더울 때 자전거 바퀴가 팽팽하면 위험하다고 해 수리점에 들렀다. 주인이 내 자전거를 보더니 대뜸 “이 자전거 학생이 매달 가져오는 건데.”라고 말했다. 


“제 자전거예요. 아들이 빌려 갔는데 여기도 가끔 들르나 봐요?”

“아, 어머니 시구나. 아들이 엄마가 타고 다니다 사고 나면 안 된다고 매달 점검해 달라고 와요. 참 든든한 아들을 두셨네요.”


눈물이 왈칵 나왔다. 모든 게 서툰 엄마를 위해 매달 자전거를 손봐 준 아들.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둔한 나.


나는 오늘도 아들이 손봐 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편안한 자가용이 부럽지 않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영미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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