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차단 사이트 논란에 부쳐: 정부의 선의를 믿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19. 3. 4.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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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국민 통제의 유산

비트토렌트 사이트 접속이 안 되는 것이 CDN 서버의 단순 장애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 리전에서만 하필 장애가 생겼고 그래서 페이지를 제대로 못 불러오고 있다는 설명인데… 오늘의 문제는 그럴 수도 있다. 과민한 의심이고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작년 5월, 처음 해외 DNS(8.8.8.8 / 1.1.1.1)가 막혔을 때, 아침부터 갑자기 전에 없던 일이 생기니까 I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시끄러워졌다. 당장 서비스 장애가 생긴 개발자들이 나왔고, 상황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이것저것 의문이 제기되고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나온 해명은 엉뚱했다. '단순 장애'라는 것이다. 의도적 차단이 아니고 단지 에러였다고 무마하면서 다시 접속이 가능하게 열었었다. 문제 제기를 한 사람들은 이상한 취급을 당했었다. 그러나 의도적인 거였다.


시도는 더욱 확장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https 사이트 중에서도 거의 900개에 달하는 사이트가 막혔다. 도박, 음란, 불법 사이트라는 설명과 함께.


그 리스트에 뭐가 들어 있고,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관리하는지에 대한 투명한 설명은 빠졌다. 그냥 방통위는 정부기관이 아니고 독립 기관이라는 김 빠지는, 아니 김생기는 말 같지도 않은 설명만 붙었다.

워닝부터가 매우 많이 잘못됐지만, 워닝은 대략적인 사이트 차단 사유라도 뜬다. 이 사이트가 어느 항목을 위반해서 누가 차단했는지 명시적으로 보여라도 준다. https 차단은 그것도 없다. 그냥 화면이 죽어버리고 끝이니까.


이제는 어떤 사이트가 죽으면, 그 사유를 알 수도, 이게 진짜 정부에 의한 차단인 건지, 단순 사이트 장애인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


차단의 방법과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고, 우리는 어딘가에 안 들어가지는 상황 자체에 익숙해져갈 것이다. 문제 제기를 하면 '포르노 중독자' 내지는 '불법 도박꾼'을 넘어서 '반정부 세력' 낙인을 받을 것이다.


이 위대한 감시와 국민 통제의 유산을 현 정부는 누군가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애초에 잘못된 짓이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 다 묵살하면서 기술이 어쩌고, 유해 사이트의 해악이 어쩌고 하며 용인한 결과물은 딱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행운을 빌어 볼까? 아니면, 선의를 믿어 볼까? 중국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천안문'이라고 쳐 봤는지 모르겠다. 정확하게 똑같다. 한국에서 https 차단 사이트에 들어간 것처럼, 인터넷 창이 그대로 죽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천안문' 대신 어떤 단어가 국내 인터넷에서 막히면, 그때 가서 비로소 후회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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