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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플 마니아의 고백_요즘 갤럭시가 자꾸 끌려

조회수 2019. 5. 1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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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10을 만져보니 앱등이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인다

Writer 이기원 : 세상 모든 물건과 금방 사랑에 빠지는 콘텐츠 제작자.

2009년 아이폰 3GS를 시작으로, 나는 10년째 아이폰만 쓰고 있다. 아이패드도 두 개나 가지고 있으며, 맥북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면 ‘앱등신’까지는 아니어도 ‘앱등이’의 삶을 살아왔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애플이 만들어놓은 안락한 우리 안에서 생활하는 한 마리 양이었고, 그 생활이 썩 맘에 들었다. 애플이 정해놓은 영역을 영영 벗어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월은 쇠도 녹슬게 만든다더니, 요즘 마음이 변했다. 저 우리를 뛰쳐나가면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 것이다.



과거의 갤럭시는 꽤 번잡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사실 나는 갤럭시를(혹은 안드로이드를) 싫어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갤럭시의 U/I는 너무 번잡했고, 스크롤도 부자연스러웠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갤럭시는 너무 엉성해 보였다. 애플이 기기와 OS를 둘 다 만들며 시스템을 지배했다면,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든 OS를 수십 종의 폰들이 사용하다 보니 최적화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의 아류 같은 느낌도 싫었다. 늘 ‘최고의 2등’을 지향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랬던 내가 갤럭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요즘 아이폰이 뭔가 지루해졌다는 느낌을 가지면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팀 쿡 체제하에서의 애플은 예전의 ‘쿨함’이 많이 희석됐다. 혁신보다는 안정화, 시대의 아이콘보다는 잘 만든 공산품의 영역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발매된 아이폰 X 시리즈나 에어팟 2 같은 제품들을 보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한다. 물론 스마트폰의 발전 자체가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애플의 제품들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신제품들의 후덜덜한 가격은 또 어떻고.


에어팟 2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나만 그런 걸까? 주위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물어봤다. ‘넌 요즘 갤럭시로 이동하고 싶은 생각 없니?’ 직접 물어본 5명 중 한 명은 나처럼 갤럭시(혹은 다른 안드로이드폰)로의 이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내 생각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애플이 지겨워서.’ 나는 이 ‘지겹다’는 표현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싫은 점이 있으면 고칠 수 있지만, 마음이 식어버리면 도리가 없다.


갤럭시는 높은 개방성이 특징이다

최근 아이폰에서 갤럭시 S10으로 갈아탄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그래서 갤럭시로 넘어갔더니 뭐가 좋아?’ 답변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다. 삼성페이의 압도적인 편의성, 내가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 화면을 꾸밀 수 있는 높은 개방성, 카메라의 화질. 친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폰은 폰이 나를 길들이는 느낌이고, 갤럭시는 내가 폰을 길들이는 느낌이야. 예전 갤럭시는 아이폰에 비하면 투박하고, 부자연스러웠는데 S10은 달라. 스펙이 워낙 좋아지다 보니 이제는 최적화고 나발이고 기계 성능이 다 커버하는 느낌? 그렇다면 갤럭시가 훨씬 편리하지. 내 마음대로 상을 차릴 수 있거든. 아이폰은 애플이 떠먹여 주는 것만 먹어야 해.’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의 장점은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

사진은 아이폰 X와 갤럭시 노트 8의 모습

최근 갤럭시의 기세는 맹렬하다. 아이폰의 추격자를 넘어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 느껴진다. 갤럭시 S10이 갖춘 온 스크린 방식의 지문인식, 초광각을 지원하는 카메라, 공유 배터리 기능 등은 상당히 참신하고 실용적인 기능들이다. 물론 갤럭시 특유의 통화 녹음이나 SD 카드 사용 같은 기존 장점들도 여전하다.


물론 아이폰의 장점 역시 명확하다. 훌륭한 전용 앱이 많고, 갤럭시보다 조금 더 예뻐 보인다. 에어드랍을 필두로 한 기기 간 연동성도 훌륭하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터치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특유의 장점들이 최근에는 조금씩 힘을 잃고 있다. 에어드랍이나 아이클라우드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고, 맥북에서도 사파리 대신 크롬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기기 간 연동성이라는 장점도 약해졌다. 아이폰 특유의 부드러운 터치감도 갤럭시와 격차가 많이 줄었다(갤럭시 S10은 아이폰 못지않은 터치감을 가졌다). 특수 직업군을 제외하면, 꼭 애플 제품을 사용해야만 할 이유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어반 자카파는 노래했다.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그게 전부야.’나는 그냥 애플이 지겨워진 건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나는 지금 아이폰7 플러스를 사용한다. 얼마 전 2년 약정이 끝났고,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싶어 손이 근질거린다. 갤럭시에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정말 갤럭시로 바꿀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이 귀찮고 싫어진다. 나는 아이폰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OS에 적응해야 할까? 스마트폰 하나 바꾼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라도 하나? 하지만 어반 자파카는 이렇게 노래했었다.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그게 전부야’.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렇다. 나는 그냥 애플이 지겨워진 것 같다. 물론 갤럭시만 사용해온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갤럭시가 지겹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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