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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절대 못 쓴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충격적 진실

조회수 2019. 9. 2. 1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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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보편화된 지 7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삶 구석구석 플라스틱으로 모두 정복당했어요. 플라스틱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보통 100~500년이 걸린다고 이야기하죠. 그러니 현재 썩은 플라스틱은 지구상에 단 하나도 없답니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사용 문제와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플라스틱 사용 문제

플라스틱 계속 사용하실 건가요?

매년 전 세계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800만 톤이며, 이양은 해양 쓰레기의 80%를 차지해요. 또한 이 쓰레기 때문에 매년 바닷새 100만 마리와 해양 포유류 10만 마리가 죽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국내 폐사 바다거북 38마리 중,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바다거북은 20마리에 해당해요.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512잔의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고 해요.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뿐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 개수를 매일 기록하며, 플라스틱 사용 양을 줄이다

“뭐라도 하자 싶어 샴푸 안 쓰기 시작”

7월 10일 파주 금촌동에서 만난 임현주 씨 2 금촌시장 갈 때 가져가는 하얀 장바구니 안에 색색깔의 작은 장바구니가 들어 있다. 젖은 식재료가 뒤섞이지 않기 위해 쓰는 속주 머니다.

‘플라스틱의 시대’에 1년간 자신이 사용한 플라스틱 개수를 매일 기록하는 이가 있어요. 지역신문 <파주에서> 편집국장 임현주(57) 씨인데요.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이전 인류는 무거운 금속, 깨지기 쉬운 유리로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죠. 그러나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이 본격 사용되면서 인류는 싸고 가벼운 ‘플라스틱의 시대’에 살게 됐어요. 


2018년 7월 29일부터 1년간 페이스북에 플라스틱 일기를 쓰고 있는 임 씨를 7월 10일 파주 금촌동에서 만났는데요. 그는 매일 개수를 세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죠. 


-어떻게 플라스틱 일기를 시작했나요? 1년간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2018년 희망제작소에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프로젝트 공모 사업을 했어요. 파주에서 활동하는 다른 단체들과 어울려 ‘플라스틱 프리’ 사업에 지원했는데 떨어졌죠.


‘붙어서 지원금을 받으면 하고, 돈을 못 받으면 안 하는 건가?’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 고민하다가 플라스틱을 얼마큼 쓰는지 기록하자는 생각에 시작했죠. 2010년 즈음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을 봤거든요. 


미국 뉴욕의 작가가 플라스틱, 전기, 자동차 안 쓰고 1년 동안 살아본 실험 결과를 쓴 내용이에요. 그 책을 보면, 집이 고층인데 엘리베이터 대신 걸어 올라가고 비가 오는데 택시를 안 타는 등 사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서 좋았죠. 작가가 지구에게 ‘굿 임팩트’는 주지 못하더라도 나쁜 영향은 주지 않으려 실천하잖아요. 그때부터 저도 뭐라도 실천하자 싶어서 샴푸를 안 썼어요. 지금도 우리 부부는 비누로 머리를 감아요. 

7월 10일 파주 금촌동에서 만난 임현주 씨 2 금촌시장 갈 때 가져가는 하얀 장바구니 안에 색색깔의 작은 장바구니가 들어 있다. 젖은 식재료가 뒤섞이지 않기 위해 쓰는 속주 머니다.

-책이나 영화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곧바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실천이 모자란 게 이 세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 나이로 쉰여덟인데, 살아보니 세상에 진리가 없고 성인이 없고 의인이 없어서 세상이 이런 게 아니더라고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진리일 수도 있죠. 톨스토이의 책에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매일 대문앞을 쓸어라.’ 과거에 아무 느낌을 받지 못한 글이었는데 40, 50을 살아오면서 보니까 답은 한 가지예요. 아는 것만 실천해도 세상은 평등하고 좋아질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실천, 한 사람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 거죠. 그 전에는 제가 사회구조나 시스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사회문제, 시스템의 문제, 인맥과 지연 등 관행의 문제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죠. 그런 의식을 가진다 해도 사회를 채우는 힘은 나 자신, 본인에게서 나오는 거잖아요. 


시스템 때문에 아등바등한 게 아니라 시스템과 별도의 내가 되어버리면 이 시스템은 ‘무(無)’가 되잖아요. 그런 철학을 갖게 되면서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도 별거 아니지만 이거 하나 꾸준히 하자 싶었어요. 


플라스틱의 경우에도 우리 생활에 얼마나 침투했는지 깊게 생각을 안 했는데 매일 기록하다 보니까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누가 많이 쓸까 생각해보니 씁쓸”

임씨의 플라스틱 일기. 6월 17일에는 비닐 대신 소쿠리에 담긴 산딸기 선물 사진이 찍혀 있다. | 박유리 기자

-일기를 쓰다 보니 일상이 어떻게 보이던가요? 성찰의 기록이기도 하지요.

=장례식장에 가는 날은 정말 플라스틱을 많이 써요. 테이블에 비닐 커버가 있고 음식은 일회용 용기에 담겨 나오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요. 엄청난 거예요. 


제주도의 어느 장례식장에서는 다회용 용기를 쓰는 대신 식기세척기를 갖다 놓았는데 비용이 줄었대요. 워크숍에 가서도 플라스틱 사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보게 됐어요. 최근에 제가 페북에 올린 행사가 청소년 독서 캠프였거든요. 


비닐마다 과자, 초콜릿, 사탕 같은 것을 담아서 청소년들에게 나눠줬어요. 한 사람당 10개 이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된 거죠. 당시 참석자가 50명이었는데 그렇게 계산하면 그날 플라스틱 사용량이 엄청 많은 거죠. 저 자신도 몰랐던 습관적인 비닐 사용도 보였어요. 


쓰레기통에 투명 비닐 커버를 씌워서 쓰레기를 채운 다음 그 비닐을 묶은 채로 다시 (수거용 유료) 쓰레기봉투에 담잖아요. 이제는 쓰레기통에 비닐 커버를 씌우지 않아요. 쓰레기를 비운 다음에 통을 깨끗이 씻어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를 내려 먹게 됐고요. 


또 선물을 할 때는 거의 모든 상품에 비닐 커버가 돼 있잖아요. 볼펜 하나를 사도 그렇죠. 마트나 슈퍼마켓 안 가고 금촌시장에 장바구니를 갖고 가서 선물을 사와요. 프랜차이즈 빵집도 비닐 포장이 돼 있으니까 동네 빵집에 가서 포장되기 전의 빵을 통에 담아와요. 


이 기록을 쓰면서 씁쓸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요. ‘플라스틱을 누가 많이 쓸까?’ 생각하니까 오히려 시간이 없거나 싱글이거나 소득이 낮으면 더 쓰게 되더라고요. 


음식을 직접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가정 도우미가 있는 사람은 플라스틱 안 쓰고도 살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 너무 피곤해서 퇴근하면서 집으로 김밥 하나 사가는 사람은 비닐봉지를 쓰게 되죠. 

7월 10일에는 3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고양이가 할퀴어 밴드를 붙이는 바람에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었다. | 박유리 기자

-플라스틱을 바꾸는 것은 단지 제품이나 물건 담는 용기를 바꾸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삶의 방식을 변화하는 노력으로 느껴져요.

=일하는 시간이 줄고,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같이 보내야 하는데 이런 삶이 안 되면서 플라스틱 용품, 일회용품을 남발하게 되죠.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내가 직접 손을 쓰는 삶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플라스틱을 문득문득 쓰게 되는 순간이 찾아와요. 오늘은 기르는 고양이가 다리를 할퀴었어요. 의료용 밴드를 붙이는데 이것도 비닐이더라고요.


-반응이 어때요? 가족들은.

=없어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훌륭해’ 댓글도 달리고 했는데 사람들이 잘 안 보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을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죠. 


친구들이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해요. ‘나도 텀블러 챙겨왔어.’ ‘(플라스틱) 빨대를 안 썼어.’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 것만으로도 ‘아, 그래. 누군가 조금씩, 한 번씩 해보는 것도 좋지’ 싶어요. 


-언제까지 기록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사실 기록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아니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거든요. 핸드폰이 있기 때문에 쓰레기 사진을 쉽게 찍을 수도 있고요. 


금욕주의자가 되겠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확 줄여보자, 그런 생각을 오히려 저는 안 했어요. 삶 속에서 기록한다, 기록만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죠. 금욕주의자였으면 못했을 거예요. 한 달쯤 기록했을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게 됐는지 곰곰이 돌이켜봤어요. 


‘금욕주의자가 되지는 말자. 할 수 있는 만큼 충실하게 기록하자. 너무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냥 즐겁게 생활인이 되자.’ 이런 기조여서 오래 하게 된 거죠. 계속 기록하는 것은 좋은데 방식을 바꾸는 건 어떨까 싶어요. 


친구가 유튜브로 해보라는데 제가 신문을 내다 보니까 시간을 내기 어렵더라고요. 어쨌든 다른 형식으로 바꿔 꾸준히 해보려고 모색 중이에요. 허구한 날 플라스틱 사진만 페북에 있어서 재미는 없으니까(웃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각자가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실천하고 바꾸면 세상도 변할 수 있구나하고요. 지구가 어쩌고 온난화가 어쩌고, 한숨 쉬는 사이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행동 하나를 바꾸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길을 여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개인은 훌륭하고 위대해질 수 있는 존재들이잖아요.


생산에 5초, 사용에 5분, 분해에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사용으로 당장 느낄 수 있는 편리는 가깝지만 이로 인한 문제는 강력한 재앙으로 돌아와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한 해 3억 4800만 톤(2017년 기준)으로 추정돼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1950년 150만 톤이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에 11억 24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죠. 


플라스틱 재앙의 시계를 늦추기 위해 임현주 씨는 오늘도 일기를 써요. 사소하고도 위대한 기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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