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통과되자 "노무현 대통령 생각난다" 말 나온 이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통과 후 국회를 떠나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소감을 묻자 그가 본 기자에게 했던 말입니다.
본회의장 퇴장 시 박 의원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하게 웃으며 “해냈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는 이런 상황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렸던 것일까요?
노무현의 공약 ‘검찰개혁’
역대 정부는 대부분 공수처와 유사한 독립 수사 기관의 설치를 추진해왔습니다. 그중 노 전 대통령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입니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검찰개혁’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검찰개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강력한 의지에도 실제로 그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거로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검찰 권력이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에 직접 나서며 검찰개혁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검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강금실 장관이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후 인권변호사 출신의 천정배 의원을 후임으로 임명했지만, 그마저도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 방안은 ‘공직부패수사기구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대검찰청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 등으로 현 정부와 유사한 점이 많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지만, 현 정부가 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1인 시위 “검찰 문 닫아라”
2011년 4월 26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비가 오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우산을 쓰고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0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1인 시위였습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당시 이사장이 1인 시위에 나섰던 이유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의 수사 촉구를 위해서였습니다.
2010년 3월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해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은 조 청장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유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정작 수개월이 지나도록 조 청장을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참다못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중앙지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검찰은 고소 9개월이 돼서야 조 청장에 대한 서면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이사장은 “검찰이 해도 너무 한다”며 “서거한 전직 대통령의 유족이 고소한 사건이라고 해서 더 특별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보통의 고소·고발사건처럼 수사를 해 달라는 것일 뿐”라고 항의했습니다.
2011년 11월 문재인 이사장은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와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민주 정부의 첫 과제는 검찰개혁”이라며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당시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17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조 장관은 그와 가족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관련 영상]
- 공수처법 통과 후 박범계 “노무현 대통령님이 생각납니다.”
- 공수처법 국회 본회의 통과… 검찰 견제 가능해졌다 (풀영상)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전쟁 포로 마취 없이 생체실험한 일본 731부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에게 저지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