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동안 더 사랑받고 싶다"는 캐스터의 정체[인터뷰]

조회수 2020. 1. 17. 14: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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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IM 글 정도윤, 편집 박소현
이번에 맥심이 만나본 사람은!
<스타 크래프트>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대한민국 e스포츠 역사의 산증인, 전용준 캐스터.
화보와 인터뷰, 지금부터 공개한다.

Q.

맥심 화보 잘 나오려고 밥도 굶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A.

맞다. 잘 나오고 싶어서 이틀간 굶고 운동하고 술도안 마셨다. 나는 긴장감이 필요하거나 스스로를 다그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밥을 굶는다. 근데 촬영 장소가 노인정일 줄이야... 살면서 노인정 처음 왔다.

Q.

살이야 굶으면 빠지지만 매번 그렇게 미친 듯 소리 지르는데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

A.


류현진 선수는 최고의 어깨를 가졌지만 어깨가 건강하진 않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결절 한 번 안 된 걸 보면 좋은 목을 타고난 것이겠지만 건강한 목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게, 많은 팬들이 내 쉰 목소리를 그날 경기 재미의 잣대로 삼는다. 


‘전용준 목이 쉰 걸 보니 오늘은 경기는 좋은 경기다!’ 라고 생각하는 거지.

Q.

못 참겠다. 제일 궁금한 게임 질문부터 해야지.
 <스타 크래프트>(이하 스타)랑 <리그 오브 레전드> (이하 롤) 중에 뭐가 더 좋아? 

A.

상호 보완의 관계다. 스타로 유명해진 덕분에 롤 중계를할 수 있었고, 롤 중계 덕분에 스타 중계를 다시 맡을수 있었다. 그래서 롤 관련 인터뷰에서는 스타가, 스타 관련 인터뷰에서는 롤이 좋다고 말한다.

Q.

게임 중계만 20년 째잖아. 대한민국 e스포츠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 경기는?

A.

프로리그 첫 번째 대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주최 측에서 강행한다기에 비가 와도 무조건 진행한다고 전날 방송에서 말했다.


그러나 당일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졌고 결국 경기가 연기되었다. 걱정되어 현장에 달려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경기를 기다리더라. 선착순 입장이고 SNS도 없던 시절이니 연기된 사실을 몰랐던 거지. 거기 있던 분들께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다. 그런데 다들 자기는 괜찮다고, 오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라고 하더라. 


인터넷에서도 처음에는 “전용준 때문이다”, “전용준 퇴출해라” 같은 글밖에 없었는데, 현장에 있던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전용준이 찾아와서 빌더라”라며 변호해줬다. 그 글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결국 열리지 않은 그 날의 결승전이 내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다.

Q.

흥미진진하다. 그럼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계속 뻔한 질문이지만 팬들은 이런 걸 제일 궁금해한다.

A.

스타는 홍진호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는 대체로 결말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 끝난 것 같은데요. GG~” 이렇게 맥빠지게 끝날 때가 많은데, 홍진호는 본인이 질 걸 알면서도 무조건 전진하기 때문에 “GG!!!!!”라고 외칠 수 있어서 중계하는 맛이 있다. 일부러 나를 위해 그렇게 하는 건가?(웃음) 친해서 종종 술도 같이 먹는데 다음에 보면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롤 선수 중에서는 페이커. 좋아한다기보단 존경하는 선수다. 임요환, 이영호 등이 e스포츠의 판을 만들었다면 페이커는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다. 그 어린 나이에 돈을 그렇게 벌었으면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겠나. 그런데 절대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게임만 하는 모습에 진짜 놀랐다. 최고의 선수는 최고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Q.

중계를 20년이나 했으면 게임도 잘하겠지?
 가장 자신 있는 게임은? 

A.

중계 공부를 위해 롤을 자주 하는데 잘하진 않는다.


나이 먹고 손이 느려서 그나마 팀에 피해가 가지 않게끔 소나나 문도 같은 서포터 캐릭터를 많이 고르는 편이다. 아, 얼마 전까지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를 했는데 이건 진짜 내가 생각해도 소질이 있더라. 모바일 말고 그냥 <배틀 그라운드>는 뭐, 우리편 안 죽이면 다행인 수준이지.(웃음)

Q.

제2의 전용준을 꿈꾸는 게임 캐스터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나는 야구 중계를 하고 싶어서 아나운서를 꿈꿨다. 그러다 게임 캐스터가 된 거고. 일이라는 게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 궁극의 목표를 게임 캐스터로 잡지 말고 시야를 조금 넓게 가졌으면 한다. 


예전엔 게임 중계를 하려면 우선 아나운서가 되어야 했지만 요즘은 개인 방송이라는 엄청난 시장이 있지 않나. 굳이 공채를 준비해서 나 같은 꼰대의 평가를 받을 필요 없이 바로 시청자의 앞에 설수 있다. 변별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잣대에 휘말리지 말고 본인이 잘하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라.

Q.

새해의 목표가 있다면? 

A.

10년 전 누가 나의 목표를 물어보면, 앞으로 10년더 게임 중계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당시엔 엄청 큰소망이었는데 다행히 지금도 게임 중계를 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년 더 하는 것.


올해 한 일을 내년에도 하는 것. 이게 얼마나 좋은데, 얼마나 귀한데! 이 목표를 또 이룬다면 10년 후지금을 되돌아보며 참 보람이 있었다고, 참 성공한 삶이었다고 회상할 것 같다.

맥심코리아

press@maxim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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