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반의 반>으로 돌아오는 정해인

조회수 2020. 3. 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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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정해인을 만났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해인은 내일을, 내일 하루를 생각한다고 했다.
오늘의 해인 / 내일의 해인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스웨터 이자벨 마랑 옴므. 트랙 팬츠 랑방. 스니커즈 컨버스.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터틀넥 스웨터 브리오니.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터틀넥 스웨터 브리오니. 팬츠 르메르. 스니커즈 슈콤마보니.

벌써 새벽 한 시예요. 뭐 좀 먹었어요?

네, 아까 오자마자 허겁지겁. 케이터링 차려진 것 한 종류씩 다 먹었어요.


해산물 샐러드가 맛있었어요. 콜드 파스타는 좀 맛이 없었던 것 같고.

바질 페스토 파스타 얘기하시는 거죠? 전 그거 맛있게 먹었는데. 약간 슴슴한 맛이긴 하죠. 평양냉면 같은 맛.


평양냉면 애호가로서 좀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발언이네요.

하하하. 평양냉면 좋아하세요? 저도 엄청 좋아해요.


그래요? 촬영 시간만 맞았다면 요 옆 진미평양냉면에서 식사하면 좋았겠네요.

알죠, 알죠, 진미평양냉면. 워낙 유명하니까. 저는 을밀대도 좋아하고… 뭐 봉피양… 여의도에 있는 정인면옥도 정말 맛있어요. 이번에 미슐랭 빕그루망에 등재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 인터뷰에서 냉면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하네요.(웃음)


먹는 걸 워낙 좋아하잖아요. 아무래도 요새는 마음껏 먹질 못하겠네요.

그렇죠. 작품 들어갔으니까. 식습관 면에서 좀 더 깨끗한 음식을 먹으려 하고 있어요. 인스턴트는 피하고 한식 위주로.


보통 스트레스도 먹는 걸로 푼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어떻게 풀어요?

어… 그러게요. 원래는 운동으로 풀었는데, 요즘은 운동도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못 하고…. 마음껏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먹는 걸로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좀 걱정하면서 왔어요. 새 드라마 〈반의 반〉 첫 방영을 앞두고 있고, 오늘도 종일 촬영하다 왔고, 내일도 촬영이 있고, 늦은 새벽에, 날씨는 춥고, 배고프고… 어쩌면 해인 씨가 아주 예민할 때 인터뷰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아, 저는 원래 야행성이라서, 사실 지금이 제일 컨디션이 좋습니다.(웃음) 대신 아침이나 오전에 힘들어하죠.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잖아요. 작품 촬영 중에 짬 내서 화보 찍는 걸 싫어하는 배우도 있을 거예요. 이런 걸 좀 부수적인 활동으로 여긴다면요.

‘부수적인 활동’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 말이 맞기는 해요. 제 메인 잡은 연기니까요. 그래도 요즘 배우 일이라는 게 연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다행히 이런 일도 저는 즐거워요. 사실 잡지 화보 촬영 같은 게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감사하면서 하는 거죠.


배우들이 할 일이 정말 많아졌죠. 예능이나 화보 촬영에다 인스타그램, 브이로그, 유튜브….

맞아요. 재주 있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해인 씨도 SNS를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는 건 지양한다고 말한 적 있어요.

저는 명확하게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요, 제 기준에서는. 팬과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고, 자기 PR도 할 수 있고… 저는 딱 그 정도 용도로만 쓰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기장에 쓰고요.


누군가에게 동의나 연대를 표하고 싶어질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만나야죠. 사실 온라인상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얼굴 한 번 보는 것만 못 하잖아요. 저는 좀 아날로그적인 편이라 SNS나 전화, 문자도 좋지만 직접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해지는 부분이 많지만, 그러면서 우리가 잃고 가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해요. 빨리빨리 뭔가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빨리 식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고요. 특히 인간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빨리 정립해버리고, 빨리 다른 걸 찾아 나서고.


과학 마니아라고 들었는데, 또 한편 아날로그적 인간이군요.

예전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었잖아요. 그만큼 더 간절했고. 요즘은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아니구나’ 단정 내리죠. 인간관계 측면에서 조급해진 것 같아서 늘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저한테. 그런데 또 그만큼 세상이 살기 편해진 걸 부정할 수는 없죠. 그냥 저는 어느 정도 함께 갔으면 하는 거예요. 미래와 과거의 것들이.


SNS에 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꽤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번에도 여행 예능 프로를 한 편 찍었고. 그런데 정말… 와, 어려운 것 같아요, 예능은.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새삼 경외심이 들더라고요. 사방팔방에서 카메라가 돌고, 마이크가 하루 종일 켜져 있고… ‘컷 없는 액션’을 장시간 하는 기분이었어요. 체력도 엄청나게 빨리 소진되더라고요. 연기는 집중력을 발휘했다가 ‘컷’ 하면 긴장을 풀 수 있잖아요. 제가 해온 일과는 호흡이 다른 거죠.


그런데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욕심인 것 같아요. 안 해본 것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요. 물론 두렵기도 하지만, 제 안에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예능뿐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예요. 안 해본 캐릭터, 새로운 결의 작품을 선택하려고 하죠.


‘배우 정해인’ 이면의 ‘인간 정해인’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아닐까 했어요.

그런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배우가 연기로 뭔가를 보여주고 증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배우도 그 전에 사람이잖아요. 연기는 직업일 뿐이죠. 촬영장에 가지 않을 때는 누구나처럼 부모님 아들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른세 살 대한민국 청년이고. 그런 제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걸어보고서〉에 특히 저의 자연스러운 면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저는 〈같이 펀딩〉에서 특히 정해인의 맨 얼굴을 본 것 같았어요.

아, 그렇죠.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촬영 초반에는 불편했거든요. 카메라가 엄청나게 많고, 사실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다 보이니까요. 그런데 대화하고, 이야기에 집중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시작하니까 카메라가 의식되지 않더라고요. 편안했어요. 그게 방송에 고스란히 나온 것 같고요.


진심 어린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죠. ‘연기는 외로운 일’이라는 말도 했고요.

그렇죠. 이게 참, 외로울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고독할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집에서 대본 볼 때는 혼자잖아요. 혼자 상상하고. 어떤 게 맞는지 알 수 없고. 그렇지만 또 현장에서 상대 배우, 감독님, 스태프들과 부딪치면서,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채워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연기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만들어가는 ‘사람 예술’이니까요.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18K 핑크 골드 케이스,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재킷 프라다.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블루 다이얼,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티셔츠 마르니 by 무이. 데님 팬츠 루이 비통. 스니커즈 컨버스.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스웨터 이자벨 마랑 옴므.

기존에 함께 작업해본 감독이나 작가와 다시 일하는 경우가 늘었죠. 작업 현장에 대한 신뢰에 가까울까요, 결과물에 대한 신뢰에 가까울까요?

일단 이 두 분 이야기를 짚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안판석 감독님과 김은 작가님. 어쩌다 2년 연속으로 〈밥누나(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봄밤〉까지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요, 작업 현장이나 결과물 이전에 일단 두 분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어요. 두 분과 작업하면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존중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 촬영장 분위기가 좋은 건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예를 들자면 어떤 부분일까요, 인간적으로 존중받는다는 게?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들도 딱 보면 금방 눈치를 채잖아요. 누가 자신을 대하는 게 가식인지 진심인지. 특정한 행동보다 공기와 눈빛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의 애드리브 장면에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촬영장의 좋은 분위기를.

네. 그냥 그 현장을 믿고, 제 캐릭터를 믿고, 상대방 캐릭터를 믿으면 그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애드리브가.


해인 씨 연기에 대해 안판석 감독에게 받은 피드백도 있나요?

너무 많아요. 일단 ‘항상 네 자신을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디테일을 짚기보다 큰 범주에서, 좀 철학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편이죠.


배우 정해인에게 지금처럼 광범위한 인기를 안겨준 건 멜로 작품들이었죠. 개중에도 ‘관계에 도달하는’ 과정보다는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글쎄요, 많이 했다고 하기에는… 〈밥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지금 촬영 중인 〈반의 반〉이 멜로죠. 그런데 그 사이에 〈시동〉이란 작품도 했고, 사실 제가 〈밥누나〉로 어딘가에서 뿅 하고 튀어나온 게 아니거든요. 〈불야성〉 〈블러드〉 〈삼총사〉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백년의 신부〉… 그 전부터 많은 작품을 해왔어요.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게, 묵묵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알고 있어요. 제 말은 그 네 작품에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일종의 판타지를 파는 달콤하고 애절한 멜로보다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긴 멜로를 택해온 것 같달까요.

맞아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 많죠. 그런데 그건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관계자분들이 제 안에서 그런 면을 봐주신 것에 가까울 것 같아요. 저한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사실 얼마 안 됐으니까요. 〈밥누나〉 이전에는 작품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배우였으니까. 지금 들어오는 대본들도 다 저를 ‘그렇게’ 봐주시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감사하게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장면을 보면서 감탄했어요. 연인 얼굴을 마주보면서 뒷걸음질로 걷는 장면. ‘저런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싶었죠.

그런데 그거는 사실, 하하, 좋아하는 여자 있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잖아요. 연기 관점으로 보지 말고 주변의 썸 타는 남녀들을 관찰해보세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당연히 한 번 더 보고 싶고 뒤돌아보게 되고 그렇죠.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행동인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어도 참을 것 같은데요.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웃음)

아니에요. 누구나 다 로맨티시스트가 될 수 있어요. 다 사랑을 하니까.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만 멜로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부모님도 연애를 하고 멜로를 하다가 이렇게 제가 태어난 거고. 다 사랑하니까. 저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연기 관점으로 보지 말라는 말이 재미있네요. 연기에 대해 물었는데, 사람의 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연기 관점에서 파고들려고 하면 모든 게 테크닉적인 요소로만 보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방관자인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거죠. 우리가 소설책을 읽을 때도 사실 첫 장 넘길 때는 안 믿잖아요, 그 이야기를. 거짓말인 거 알고 시작하니까.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죠.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관객이나 독자로 하여금 ‘불신의 자발적 정지’를 일으키는 게 중요한 거죠.


불신의 자발적 정지?

안판석 감독님이 자주 해주신 말씀이에요. 예를 들면 〈해리 포터〉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그 세계를 믿을 사람은 없잖아요. 세상에 마법사가 어딨어. 그런데 흐름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세계에 빠져들어요. 독자 스스로가 불신을 멈추기로 하는 거죠.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에게나 관객에게나.


〈반의 반〉은 이전의 멜로 작품들과 어떻게 다를까요?

오래도록 열심히 해왔지만, 제가 〈밥누나〉를 통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건 사실이죠. 그래서 다음 작품들까지 특유의 결이 연장된 부분이 있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 저는… 일단 〈반의 반〉도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 드라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부터가 신선했고요. 이제 그리 먼 얘기가 아니잖아요. 과학의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니까.


대부분의 기사가 〈반의 반〉을 로맨틱 코미디처럼 묘사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tvN 이기혁 기획국장이 작년 연말 기자 간담회에서 그랬죠. 올해는 사회 이슈나 색다른 소재, 장르를 품은 드라마를 선보일 거라고. 대표적인 작품이 〈반의 반〉이라고.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완전히 새로운 결의 드라마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고독, 결핍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치유, 그런 걸 표현하려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굉장히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SNS가 인기를 얻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고요. 외롭기 때문에.


그 어느 시대보다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로운 시대군요.

사람은 누구나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고 안 드러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왜 다 보여주려고 할까요? 내가 뭘 먹었는지, 누구랑 친한지, 어디를 갔는지…. 결국 관심을 받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외로워서.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구나 다 외로움을 타죠. 어떻게 푸는지가 다를 뿐이지.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네요, 오늘.

제가 항상 친하게 지내는 것들이죠.(웃음) 저는 문득문득 많이 외롭다가도 또 주변에서 힘을 받기도 하고,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워낙 혼자 있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18K 옐로 골드 및 스틸 브레이슬릿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셔츠 준지. 팬츠 마르니 by 무이. 스니커즈 슈콤마보니.
출처: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18K 핑크 골드 케이스,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까르띠에. 재킷 프라다.
출처: 9시 방향에 문페이즈를 장착한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스틸 케이스,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문페이즈 워치 까르띠에. 재킷, 팬츠 모두 르메르.

〈반의 반〉에서 맡은 배역에도 새로운 면이 있을 거라고 들었어요.

인공지능 프로그래머인 ‘하원’ 역인데, 되게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에요. 생각하는 방식이 딱 공학도죠. “돼? 어째서 돼? 안 돼? 그럼 접어.” “해결 플랜은 A, B, C가 있겠네.” 뭐든 이렇게 딱딱 정리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죠.


‘숨기는’ 연기를 해야겠네요. 어렵지는 않아요?

어렵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는 것도 어렵고, 그게 다른 인물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걸 표현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 변화가 자칫하면 ‘캐붕(캐릭터 붕괴)’으로 비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한결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 조금씩은 바뀌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지.


그야 그렇지만 해인 씨는 워낙 웃는 얼굴의 임팩트가 강하잖아요. 하원이 한 번 미소 짓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 완급 조절을 디테일하게 고려하고 있죠.(웃음)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가는 단계를 세심하게 설정하고, 각 단계를 시청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사극도 많이 했죠.

네. 제가 사극을 생각보다 많이 했어요. 네 번 했으니까. 연기자 생활 초반에는 거의 매해 여름마다 했던 것 같아요.


사극 투를 잘 쓰는 것 같아요. 단순히 억양을 잘 구사하는 게 아니라, 앳된 얼굴인데도 그 말투가 잘 묻는달까요.

아유,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웃음) 사실 그 시대에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만큼 더 캐릭터 구축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작은 뉘앙스 차이로 아예 말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요.


아무래도 감정을 싣기도 한결 어렵겠네요.

그럴…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기 말투 때문에 감정 전달을 어려워한다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그건 자연스러운 자기 말투라서 그렇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그 말투를 자기 말투로 만드는 게 배우의 몫이겠죠. 우리가 하는 건, 살아 있는 인물을 만드는 거잖아요.


와, 좀 감동했어요.(웃음) 사실 제가 어제 인터뷰 전에 마지막으로 뭘 볼까 하다가, 영화 〈역모〉를 봤어요. 그게 정해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튀는, 특징적인 작품인 것 같아서요.

맞아요. 그런데 그게… 가장 고생했던 작품이기도 해요. 액션이 진짜 너무 힘들더라고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어요, 그 육체적 고통은.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라 일정이 촉박했거든요. 주연인 저는 거의 매일 액션을 해야 했던 거죠. 체력적으로도 버거웠고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 결국은 저를 많이 성장시킨 작품이기도 했어요. 감사한 작품.


흥행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래도 제작자들에게 ‘정해인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다’하고 각인시키는 역할은 했겠죠.

그 뒤로 액션 작품 대본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액션… 정말 너무 힘들어서요.(웃음) 또 하게 된다면 준비를 단단히 하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몇 번 ‘나쁜 남자’ 연기의 단초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렇죠. 영화 〈시동〉이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초반에 좀 그렇게 나왔고…. 그것도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제 모습이죠.


개인적으로는 정관장 CF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반항적인 섹시함’도 썩 잘 어울리겠다고. 그런데 그런 종류의 연기는 할 수 있는 나이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욕심나지는 않나요?

음, 저는 일단 제 나이, 제 이미지, 제 연기 안에서 주어진 최선을 다해요. 그 한 작품이 지나가면 또 새로운 챕터가 열리고, 그러면 그 안에서 또 최선의 선택을 하죠. 아까 제가 욕심이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욕심만 많아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준비를 해야죠, 차근차근. 차분하게, 묵묵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오래 하는 게 꿈이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저한테 들어오는 배역도 바뀔 거예요. 배우가 그래서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40대에는 또 40대를 대변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죠. ‘나는 단 한 번도 조급해한 적이 없었다’고.

조급해하면 못 버티는 직업인 것 같아요, 배우는. 저는 특히나 늦게 시작했으니까 조급해했다면 진작에 멘탈이 나갔을걸요.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게 마인드 컨트롤만으로 되는 일일까요?

자기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얼마나 노력을 했고, 어느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뭘 못하고… 자기 분석이 확실히 되어 있으면 조급할 일이 없고, 행여 조급함이 생겨도 금방 사라지죠. 뭐가 부족한지 알면 그걸 준비하면 되잖아요. 마음만 앞서니까 조급해지는 거예요.


해인 씨는 참 진중한 것 같아요. 일곱 살 어린 동생의 영향도 있을까요? 은연중에 늘 모범이 되려고 했다거나.

아무래도 영향이 있어요. 부모님께서 제게 동생의 ‘부모 역할’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눠준 부분이 있거든요. 제가 챙기고 칭찬하고 혼내고…. 그런데 이제는 뭐, 해준이가 동생이지만 저한테 제일 친한 친구이기도 하죠.


해준 씨는 형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건, 아마 방송이라는 외압에 이끌려서….(웃음) 농담이고요. 동생이 워낙 표현이 풍부한 편이에요.


배우는 좋은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요?

전에 제가 어딘가에서 그렇게 얘기했었어요.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일단 어떤 게 좋은 사람인지를 먼저 정립해야 할 것 같아요. 남한테 친절하고 다 양보하고 잘 웃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든 드라마든 ‘사람 예술’이잖아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부딪치며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성과 융통성이 필요하죠. 눈치도 빠르고, 센스도 있고, 현명한 부분도 있어야 하고, 지혜로워야 할 때도 있고. 저는 그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때로는 모나고 날카로울지라도 지혜롭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좋은 사람과 착한 사람은 다르다는 말이군요.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기는 어려워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두 명은 나를 좋아하고, 여섯 명은 나한테 관심이 없고, 두 명은 나를 싫어한다고. 그렇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인정하는 거죠.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해인 씨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 시기가 있었다고 했어요.

그게 저를 힘들게 했죠, 한때는. 근데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불가능한 일이죠, 사실. 불가능한 걸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고. 그냥 자기 일 잘하면 되는 거예요. 점점 본질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 화보를 촬영하지?’ ‘감독님이 왜 나를 쓰고 싶어 하지?’ ‘사람들이 왜 내게 팬레터를 보내주지?’ 물음표를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결국 연기예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죠, 저한테. 연기가 무조건 1번이에요.


곧은 사람이군요.

곧을 수도 있고, 고집이 센 걸 수도 있죠.


주위 사람들은 해인 씨를 어떻게 평가해요?

고집이 세고 곧다고 평가해요.(웃음) 그래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요. 고집이 세기 때문에. 제 판단이 맞을 때도 있긴 하겠지만 아닐 때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이 필요하죠. 저 혼자 할 수 없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정해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음,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가 힘든데….


좀 추상적인 표현으로 해주셔도 돼요. 안판석 PD 스타일로.

‘나와 내 가족,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 내 주변 사람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까지 포함해서요. 그게 정해인이라는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


작년에 MBC 연기대상에서 수목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잖아요. 그 상이… 아니, 왜 웃으세요?(웃음)

아이구, 쑥스럽습니다.


그 전에도 상을 많이 받았지만, 아무래도 인기상 성격이 많았죠.

맞아요. 지금껏 받은 상 중에 가장 기분 좋게 해준 상이고, 또 부담을 주는 상이기도 해요. 연기로 받은 상이기 때문에. 물론 외모 칭찬이나 인기상도 기분 좋긴 한데, 저한테는 ‘연기 잘 봤다’는 종류의 칭찬이 가장 감사한 것 같아요. 쑥스럽지만 기분은 좋아요.


다음 목표가 있을까요?

있어요.


뭔가요?

‘내일 스케줄 건강하게 잘하자.’ 하루하루가 모여서 큰 무언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단기적인 목표를 두고 있어요. ‘이건 내가 오늘 무조건 이룬다’, ‘이 일은 어떤 자세로 하겠다’ 하루하루의 퀘스트를 잘 수행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러니까 일단은 내일 스케줄을 잘 해내야죠. 그럼 또 모레의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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