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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바늘로 24시를 표시하는 독특한 시계

조회수 2020. 5. 18. 13: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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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이 말은 시대에 따라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의미하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요즘이라면 적어도 1/100초나 1/1000초는 되야 어울리는 말이겠죠. 기술의 발전은 시간의 최소단위를 점점 소수점 아래로 밀어내고 있고 우리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는 좀 더 여유롭습니다. 일상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는 얼마쯤 될까요? 예를 들어 출근시간에서 지각의 경계는 상사의 너그러움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1분을 넘었다면 지각이고, 여기서는 1분이 최소단위가 될 터입니다. 약속 시간을 잡는다고 가정하면 잘나가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30분이 최소단위가 될 터입니다. ‘오후 2시 30분에 만납시다’ 라고 해도 ‘오후 2시 37분에 만납시다’ 라고는 하지 않으니까요. 이렇듯 현대인에게 일상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는 분 이라고 하면 틀리지 않지 싶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간의 최소단위는 점점 커집니다. 그 이유는 시계가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보다 과거라면 시계가 아직 개인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광장의 시계탑에서 매시 울리는 소리로 시간을 알 수 있었고, 이런 공공의 서비스가 없던 더 과거라면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만납시다’라는 개인의 개념적인 기준으로 시간을 가늠했을 테니까요. 때문에 약속 상대를 한참 동안 기다리거나 아예 엇갈리는 일도 다반사였겠죠. 시간의 최소단위가 커질 수록 생활은 느리고 여유로웠을 것입니다.

출처: 타임포럼
- 2020년 신제품, 몽블랑 1858 24H

워치메이커 브레게가 실존했던 1700년대 후반,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포켓 워치에는 바늘이 하나만 달려 있습니다. 요즘은 타임 온리라고 하더라도 시, 분침 적어도 두 개의 바늘이 꽂혀있지만 당당하게 하나의 바늘로 시간을 표시했습니다. 서브스크립션 포켓 워치의 싱글 핸드는 쇄도한 주문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팔기 위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를 기준으로 이 시계는 기묘하기 짝이 없지만, 그 무렵 시간의 최소단위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별 문제가 없었을 듯 합니다. 오히려 꽤 정확하게 시간을 표시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르죠. 

출처: 타임포럼
- 1858 포켓워치 리미티드 에디션

몽블랑은 2018년 1858 포켓워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미네르바의 수동 크로노그래프칼리버 MB M16.24를 탑재한 회중시계로 요즘 나오는 회중시계는 특별한 의미를 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형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모델도 그러했는데요. 크로노그래프 핸드와 카운터를 제외하면 시간 표시는 하나의 바늘이 담당하는 싱글 핸드입니다. 게다가 12시간 표시가 아닌 24시간 표시를 택했습니다. 군용 시계 장르에서 낮과 밤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24시간 표시를 택하긴 했지만 흔치 않았습니다. 싱글 핸드는 태생상 정확한 분 단위 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12시간 표시에 비해 24시간 표시 방식은 인덱스 간의 간격이 좁아지므로 정확한 시간의 확인은 더욱 어려워지는 특성이 생겨납니다.


출처: 타임포럼
- 2020년 몽블랑 1858 컬렉션의 새로운 이미지 비주얼 / 착용 모델은 1858 지오스피어

다이얼을 하루에 걸쳐 여유롭게 일주하는 싱글 핸드는 결과적으로 시간의 최소 단위를 의도적으로 올려 느림과 여유로운 세계로 인도합니다. 1858 컬렉션의 주제인 모험, 산악탐험이라는 세계관의 기저에서는 1/100초나 1/1000초 같은 현대적인 시간 관념과 거리를 둡니다. 헌터 케이스 백은 단순한 이중 덮개가 아니라 나침반을 담아내 한 번 더 주제를 강조합니다. 티타늄 케이스로 100개, 로즈 골드 케이스로 16개를 만든 1858 포켓워치 리미티드 에디션은 1858 컬렉션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모델이었지만 소량의 시계만을 만들어 낸 결과, 그 매력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1858 컬렉션에서 1858 24H는 유독 눈길을 끄는 모델입니다. 나침반의 바늘을 본 딴 강렬한 빨간색 싱글 핸드 덕분입니다. 이것과 24시간 표시 방식은 1858 포켓워치 리미티드 에디션을 계승하는 모델임을 드러냅니다. 싱글 핸드의 배경이 되는 다이얼은 블랙과 다크 그레이를 사용해 상공에서 내려다 본 북반구를 그렸습니다. 이것은 타임존을 나누는 가상의 선인 경도(Longitude)를 따라 나뉘고, 24개의 시간 인덱스와 일치합니다. 다이얼 바깥쪽에는 빛 바랜 트리튬 같은 베이지색 아라비아 인덱스를 두었는데, 야광 염료를 두텁게 올려 입체감을 부여했습니다. 그 바깥쪽으로는 360도를 10도씩 나눈 방위 표시를 두어 나침반의 디테일과 1858 컬렉션의 주제를 부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다이얼이지만 빛을 머금으면 반전이 일어납니다. 야광 염료의 넉넉한 사용량을 가늠케 하는 시간 인덱스와 함께 북반구 전체가 빛을 밝힙니다. 

케이스 지름은 42mm, 두께는 11.2mm입니다. 이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본으로 베젤과 크라운에 브론즈를 사용해 두 소재의 다름을 즐기도록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사용의 흔적을 가능한 한 남기지 않으려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반대로 ‘파티나(Patina)’를 통해 흔적을 남기려는 브론즈의 대비를 하나의 시계에서 지켜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두 소재 공통으로 헤어라인 위주의 표면 처리를 해 전체적으로 차분함이 감돕니다. 케이스 디자인에서 베젤은 폭이 좁고 돔 글라스가 차지하는 지분이 커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 돔 글라스는 측면 시야에서 왜곡을 낳지만 빈티지 느낌을 연출하는 데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러그는 정면에서 보면 길고 날렵합니다. 러그 모서리는 날카로운 칼로 순식간에 베어낸 듯, 잘려나간 단면이 미끈한 곡선을 그립니다. 케이스 측면은 심플하지만 돔 글라스가 크게 활약합니다. 볼록하게 솟아 오른 글라스의 매끄러운 라인이 케이스 실루엣에 재미를 줍니다. 1858 컬렉션에 공통으로 적용한 인그레이빙 케이스 백은 1858 24H에도 사용했습니다. 견고한 솔리드 백에 몽블랑 산과 주제를 새겨 무브먼트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랩니다.


무브먼트는 파워리저브 42시간의 칼리버 MB 24.20을 탑재했습니다. 자동 무브먼트이며 24시간 싱글 핸드 표시를 위한 수정을 거친 것으로 보여집니다. 싱글 핸드 타임 온리는 대게 크라운 포지션이 수동 와인딩과 시간 조정, 단 2개로 나뉠 거라 예상하지만, 1858 24H는 3개의 크라운 포지션을 가집니다. 수동 와인딩을 위한 크라운 포지션 0, GMT 워치와 같은 방식의 시침 단독 조정을 크라운 포지션 1에서, 일반적인 시간 조정 모드를 크라운 포지션 2에서 행합니다. 크라운 포지션 1을 지닌 점이 독특합니다. 24시간 표시이며 분침이 없기 때문에 정시를 가리키지 않는 시점에서 시침 단독 조정은 다소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바늘을 정확히 12시에 맞춰 놓은 다음 이동시키면 명확하고 빠르게 시간대를 바꿀 수 있습니다. 와인딩 감각이나 시간 조정 시 느낌은 명확하고 무난해 특기할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1858 컬렉션은 모험과 산악탐험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빈티지, 군용 시계 디테일을 즐겨 사용합니다. 1858 24H에 사용한 나토 스트랩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리지날 나토 스트랩의 소재는 질기고 빠르게 건조는 나일론으로 군용에 적합합니다. 이 모델에서는 나토 스트랩을 고급스럽게 어레인지 했습니다. 케이스 두께를 지지할 수 있을 정도로 도톰하고 피부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도록 가공했습니다. 버클은 탱 버클이며 몽블랑의 이름을 선명하게 새겼습니다. 1858 24H의 스트랩과 버클은 군용 디테일을 따라 기능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58 24H는 단 하나의 바늘을 지닌 24시간 표시의 싱글 워치로 일반적이며 익숙하지 않은 화법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1858 지오스피어처럼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특별한 개성과 함께 뚜렷한 주제와 세계관을 담아 냈습니다. 이 시계에 대해 자랑하고 싶다면 왜 이런 구성을 지니는지, 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 왜 이런 기능인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지만, 시계 하나를 두고 하루 종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이로운 경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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