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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품은 디자이너 때문에 초대박! 액자 스피커의 탄생기

조회수 2020. 6. 9.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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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는 항상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했던 분은 주목! 고정관념을 역발상으로 '액자 스피커'를 고안하여 해외 진출까지 앞둔 기업이 있어요. 바로 인테리어 스피커 업체 '나팔' 입니다. 정부가 인증하는 '브랜드K' 기업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 되는데요. 나팔의 이윤배 대표를 만나 스피커의 탄생기와 성공 비결을 들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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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하남테크노밸리 U1센터 4층에 있는 ㈜나팔(thenapal.com) 사무실에 들어서자 잘 꾸며놓은 인테리어 업체 매장에 온 것 같았어요. 입구 맞은편 벽에는 아트월(벽에 무늬 있는 대리석 등을 붙인 것)이 놓여 있었고, 사무실 절반은 명화와 사진 등의 액자로 가득했어요. 


이윤배 대표가 휴대전화를 조작하자 음악이 흘러 나왔지만 사무실 안에 스피커는 보이지 않았어요. 이 대표의 안내를 받아 액자 하나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진동이 느껴졌어요. 그림판 자체가 사람 성대처럼 진동해서 소리를 내는 블루투스스피커 였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불만에 역발상 착안

대학원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건물의 음향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인테리어 업체와 일할 기회가 많았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천장, 바닥, 벽재, 가구, 식탁, 의자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디자인적 요소가 있는데, 스피커만 네모나고 하얀색과 검은색밖에 없다”는 불만을 그에게 토로했어요. 여기서 이 대표는 역발상적 착안을 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예쁜 모양의 스피커가 필요하다는데, 아무리 예쁜 스피커도 자리를 차지하잖아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마친 공간에 스피커가 보이지 않게 음악을 추가하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겠다 싶었죠.”


2018년 3월 ㈜나팔을 창업한 이 대표는 먼저 액자 형태의 스피커 개발에 나섰어요. 액자 안에 스피커를 넣으면 소리가 막혀 먹먹하게 들리기 때문에 그림이나 사진이 인쇄된 앞판이 스피커처럼 작동해야 했어요. 자작나무, 중밀도 섬유판(MDF), 오동나무 등 나무마다 밀도가 다양해 소리의 특성이 달랐어요. 재질의 두께도 음질에 영향을 미쳤어요. 여러수종과 두께를 반복해서 시험한 끝에 최적의 두께를 찾을 수 있었어요. “섬유질을 압착해 만드는 MDF는 밀도를 조절 할 수 있는데, 밀도를 잘 선택하면 불필요한 고음역을 흡수하더라고요. 그러면 조금 더 편안하고 평탄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어 MDF로 결정했습니다.”

▶ 이윤배(주) 나팔 대표가 2019년 말 '디자인 포 아시아(DFA) 어워즈' 에서 받은 브론즈 상을 들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 스피커들은 김중만 사진작가와 협업한 작품들이다.

최적의 재질은 찾았지만 액자 형태이기 때문에 음질에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손실된 대역들을 복구시켜 음질을 보강하는 설계 기술도 개발했어요. “액자 형태에서 소리가 나게 하는 건 어려운 기술이 아니지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뮤지션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었거든요.” 완성한 액자 스피커를 들고 2019년 초 뮤지션들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디자인뿐 아니라 음질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어요. 


윤도현밴드, 홍진영씨 등에게 그들의 사진을 인쇄한 액자 스피커를 선물했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씨는 “내 사진이 인쇄된 액자 스피커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스피커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소리까지 굉장히 선명했다. 보컬을 듣기에도 좋고 피아노나 4, 5인조 구성의 실내악을 듣기에도 정말 좋다”고 평가했어요. 이 대표는 “뮤지션들은 벽에 걸려 있는 자기 사진에서 자신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직접 노래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고 전했어요.


㈜나팔은 뮤지션에 이어 사진작가와 협업에 나섰어요. 사진작가의 작품을 담아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어요.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인 김중만씨를 어렵게 수소문해 연락했어요. “워낙 거장이라 사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되더라도 라이선스 비용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제품을 굉장히 재미있어하면서 흔쾌히 해보자했고, 이미지 콘텐츠와 액자 마감 및 인화 품질(퀄리티) 등을 감독하는 아트디렉터 역할을 맡아줬어요.”


브랜드K 1기 선정으로 해외 진출 앞둬

이윤배 대표는 ㈜나팔을 창업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어요. 스피커에 대한 관심은 북미와 유럽이 한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예요. 그러나 신생기업(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영업한다는 것은 국내 영업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그때 정부가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 ‘브랜드K’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브랜드K는 정부가 제품의 기술과 품질을 인증하는 국가 브랜드로 부족한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보완할 기회였어요. ㈜나팔은 ▲시장 규모 ▲성장 잠재력 ▲영향력 등의 심사를 거쳐 브랜드K 1기로 뽑혔어요.


2019년 9월 2일 태국 방콕 센트럴월드 쇼핑몰에서 브랜드K 출시 행사가 열렸고, 브랜드K 1기에 선정된 국내 중소기업 39곳의 제품이 전시됐어요. 이어 12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브랜드K 엑스포 행사가 열렸어요. 이 대표는 태국 행사만 다녀왔는데, 정부에서 체류비와 통역비 등 영업에 관련된 모든 부대비용을 지원해줘 항공료만 내고 갔다 왔어요. 


참가하지 못한 업체는 현지에서 정부가 뽑은 전담 직원이 영업과 마케팅을 대신했어요. “정부 차원에서 현지 대기업을 접촉해 만남을 주선하니까 빠른 속도로 협의가 이뤄졌어요. 한국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정말 많은 관심을 보였고, 한국 정부가 인증하는 서비스와 제품이라고 하니까 순수하게 일 얘기만 할 수 있었죠. 지금까지 계속 연락하는 업체들도 있고, 미국에서는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곳들도 있습니다.”

▶ (주)나팔 사무실에서 이 대표가 액자 스피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19년 말에는 홍콩디자인센터(HKDC) 가 주관하는 ‘디자인 포 아시아(DFA) 어워즈’에서 액자스피커로 브론즈상을 받았어요. ㈜나팔이 출품하기 전에 홍콩디자인센터에 서 먼저 DFA 어워즈에 참여해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이 대표는 “대부분 대기업이 참가하는 시상식인데, 홍콩디자인센터가 어디선가 우리 자료를 보고 연락해온 거니까 브랜드K의 파급효과가 아닐까”라고 추측했어요.


아파트 시장 겨냥해 대기업과 공동 개발

2020년 ㈜나팔이 새롭게 펼칠 사업은 크게 두 가지예요. 먼저 액자 스피커의 이미지 교체 서비스를 시작해요. 현재 판매하는 MDF 소재의 액자 스피커는 고객이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 디자인으로 주문할 수 있지만, 한번 사면 이미지를 바꿀 순 없어요. 주문제작 가격은 750×550mm 크기가 33만 원이에요. 


“일반 웨딩 액자 가격보다 아주 비싸지 않기 때문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몇 년 뒤 태어날 아이 사진으로 교체할 수 없는 점을 아쉬워하세요. 그래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신제품을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포스코와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강판 위에 적층 방식으로 특수 인화해 앞판 이미지만 교체할 수 있는데, 비용은 5만~1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어요. 


액자 스피커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으면 호텔 쪽 ‘이미지 렌털 서비스’도 할 수 있어요. “객실마다 액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미지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호텔이 꽤 많아요. 강판 소재의 액자 스피커를 숙박 시설에 설치하면 계절에 맞는 이미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 렌털 서비스를 액자 스피커로 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 신규 사업은 아파트 건설 시장에 내놓을 내장재 스피커예요. 그 종류도 벽체에 들어가는 아트월스피커, 천장에 들어가는 시스템 에어컨스피커, 조명형스피커 등으로 다양해요. 한샘과 함께 개발하는 아트월 스피커는 TV 뒤에 놓여 사운드바를 대체할 수 있어요. 


시스템 에어컨 스피커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제안하려고 동부건설 자회사인 더좋은생활과 개발하고 있어요. 동부건설이 강원도 고성에 짓는 호텔 객실에도 액자 스피커를 납품하기로 했어요. 이들 대기업과 공동 개발은 공동 특허로 이어지고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스피커를 다룰 때마다 그 형태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기술을 따로 설계합니다. 그래서 새 제품을 출시할 때 함께 개발한 대기업들과 공동 특허를 등록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카피(복제) 제품이 나오거나 지식재산권 분쟁이 생기면 스타트업인 저희가 직접 대응하는 것보다 대기업이 대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 이 대표가 아트월 스피커를 배경으로 시스템 에어컨 스피커를 안고 있다.

㈜나팔이 이들 대기업과 컨소시엄(연합체)을 맺은 건 모두 브랜드K로 선정된 이후에 일어난 일이에요. 중소기업 중에서도 가장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정부가 인증하는 브랜드K 기업이기에 대기업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에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기류인 것 같아요. 태국의 브랜드K 출시 행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해주시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브랜드K 업체들과 간담회에서 일대일로 한마디씩 다 들어주시고… 이렇게 정부에서 인정해주면 진짜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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