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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패션은 이걸로 완성한다, 힙한 티셔츠 추천 5

조회수 2020. 6. 10. 1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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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패션의 ‘P’도 모르는 에디터B다. 한때는 청바지와 흰 티셔츠만 입어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우성이나 조인성 아니면 류승범 태가 나는 사람들 말이다. 아니, 옛날에 그랬다는 거다. 이십 대 후반이 되자 웬만한 사람들은 흰 티 하나로는 멋을 내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너무 늦게 안 거 아니니?). 지금은 현실을 깨닫고 보잘 것없는 몸뚱아리를 서포트할 옷을 무더기로 사고 있다.


나는 옷을 살 때 한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구매를 결정한다. 너무 흔하지 않은 브랜드일 것! 남들 다 사는 브랜드의 옷은 사고 싶지가 않다. 패션 잡화는 기능보다는 스타일템이고, 스타일의 목적은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한다(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 이런 이유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는 사지 않는다. 내 경우에 그렇다는 거다. 내가 남들과 다르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추구하는 쇼핑 타입은 당연히 다르다. 대표가 성추행을 하거나 학폭 가해자인 경우에도 윤리적인 이유로 사지 않지만 이건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패스. 아무튼 오늘은 흰 티셔츠만으로 멋이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까리한 티셔츠 몇 장 추천하려고 한다. 모두 내가 한 번 이상 샀거나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들이다. 시작한다.


“고래 감성이라 부른다”
네이더스

네이더스(neithers)를 보며 로고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라코스테의 악어처럼, 애플의 사과처럼 범고래는 네이더스의 화룡점정이다. 범고래 한 마리가 티셔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확 바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장 적당한 사이즈로 심장 가까운 곳에 범고래가 자리 잡고 있다.

왜 범고래인가, 인터뷰와 브랜드 소개 글을 찾아봤다(자료 조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화엄경의 정신에 가장 적합한 상징물로 범고래는 바다 전체를, 바다는 범고래를 빗대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적혀있다…네? 화엄경이요…? 무슨 말이지?


의류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가독성 떨어지는 글을 써놓는 경우가 있다.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니 조금 쉬운 말이 나온다. “범고래는 특정 부류에 정확히 나누기 가장 어려운 동물이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바다를 대표할 수 있는 점이 저희의 정신과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이해가 된다. 한 가지 장르나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바다와 같은 변치 않지만, 그 안에 다양성이 있는 그런 걸 추구한다는 뜻이구나.

네이더스는 2013년에 서울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좋은 원단과 봉제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세심하게 제작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힘들다. 사실 티셔츠는 한철 입고 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고래 감성으로 입는 거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길거리를 다녀도 마주치기는 쉽지 않더라. 살면서 네이더스를 입은 사람은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딱 한 번 봤다. 가격은 3만 8,000원부터.


“제주 감성이라 부른다”
아일랜드 프로젝트

소소한 추억 하나 얘기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섭지코지도 가고 드라마 <올인> 촬영장도 갔는데 마지막 코스가 무슨 민속촌이었다. 한복 입은 분이 친절하게 가이드를 해주시고, 마지막엔 키 크는 가루라며 말 뼛가루를 팔았다. 동물의 뼈를 먹으면 내 뼈가 늘어난다는 토테미즘적인 제품이었다. 그게 내 인생 제주 첫 기념품이었다. 말 뼛가루는 효과가 없었다. 갑자기 기념품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제주에 간다면 말 뼛가루보다 아일랜드 프로젝트의 티셔츠를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JEJU라고 크게 프린팅된 티셔츠다. 구글에 ‘아일랜드 프로젝트 제주’라고 검색을 하면 잔나비, 볼빨간 사춘기, 청하, 레디 등 셀럽들이 이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하는 사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셀럽 마케팅처럼 보여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2016년부터 꾸준히 제주의 특색을 살린 티셔츠를 만들어왔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은 금세 사라졌다. 괜히 힙해보이고 싶어서 지역명을 넣는 브랜드와 달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실제로 제주에 자리를 잡고, 제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꾸준히 알리고 있다.

[왼쪽은 힙한 고기국수, 오른쪽은 힙한 제주 갈치다]

예를 들어, 갈치, 테디베어, 한라봉, 돼지 같은 것들. 제주 유나이티드, 제주대학교와도 콜라보를 하더라. 참고로 티셔츠에 적힌 1955는 제주시로 승격한 연도다. 제주 티셔츠를 입으면 온 사방에 제주시 승격 연도를 홍보하고 다닐 수 있다. 가격도 2만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인데, 아무리 봐도 말 뼛가루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슈퍼픽션 감성이라 부른다”
프론트

프론트를 아무도 모른다에 100원을 건다. 왜냐하면 프론트는 패션 브랜드도 아니고, 유명한 브랜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소개하는 걸까. 바로 슈퍼픽션이 만든 두 번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서초구 양재천로에 있는 브랜드샵으로 이곳에서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살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2018년 11월에 오픈했으니 런칭한 지는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여기서 잠깐, 슈퍼픽션이 생소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을 보탠다. 슈퍼픽션은 CJ를 다니던 디자이너 3명이 퇴사하고 차린 디자인 스튜디오다. 일하는 방식이 특이해서 유명해졌는데, 목수 프레디, 재단사 스캇 등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고 설정되어있는 네 명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스티키몬스터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삼성 비스포크, 몽블랑과도 협업하고 꽤 잘 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슈퍼픽션이 아니라 프론트의 티셔츠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게 더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나의 구매 원칙 기억하지? 남들 다 사는 건 안 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프론트 티셔츠를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슈퍼픽션 티셔츠도 알아봤다. 그런데 올젠과 협업한 티셔츠는 캐릭터가 큼지막해서 입자니 부담스럽더라. 국화빵 같이 생긴 프론트의 로고가 훨씬 멋스럽지 않나. 딥그린 색상도 아주 잘 뽑혔다. 티셔츠 말고 에코백, 머그컵, 볼펜처럼 쓸모없지만 예쁜 것도 많으니 여윳돈이 있다면 같이 장바구니에 담아보자. 가격은 4만 원.


“20세기 감성이라 부른다”
라이프 아카이브

내가 자주 소개하는 라이프 티셔츠를 또 소개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작년 브랜드 런칭했을 때 웹사이트에서 한 번 소개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개하고 있다. 커미션 같은 거 안 받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소개하는 거다. 봄을 맞이하여 새로운 티셔츠가 무더기로 출시되었으니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참고로 정확한 브랜드명은 라이프가 아닌 ‘라이프 아카이브’다. 라이프 매거진에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국내 기업이 라이선스를 획득해서 자체적으로 의류를 만든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 눈에 예쁘면 장땡이다. 오늘은 두 가지 컬렉션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허블 망원경 발사 3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이다. 티셔츠 앞면에는 실제로 90년대 라이프 매거진에 실렸던 사진이 프린팅되어있다. 사진 속 낯선 기체가 바로 허블 망원경이다. 화이트, 블랙, 레드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가격은 3만 9,000원.

두 번째 컬렉션은 마가렛 버크화이트 시리즈다. 마거렛 버크화이트는 라이프 매거진을 대표하는 포토그래퍼 중 한 명으로 여성 최초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서양 기자 최초로 스탈린 초상을 촬영하기도 하고, 이외에도 수많은 최초의 기록이 쌓은 사진 기자.

버크화이트가 찍은 네 사진을 각각 블랙과 화이트로 출시한다. 마찬가지로 가격은 3만 9,000원. 가격 때문에 살짝 부담을 느끼지만, 작품 하나를 소장한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구매할 예정이다.


“천사의 날갯짓 감성이라 부른다”
마크곤잘레스

너무 국내 브랜드만 너무 소개했나 싶어서 외국 브랜드도 하나 소개한다. MG, 바로 마크 곤잘레스다(새마을금고가 아니다). 이 브랜드는 유명한 스케이트 보더 겸 슈프림 아트디렉터인 마크 곤잘레스(이하 ‘곤즈’)가 만든 브랜드인데, 2018년부터 배럴즈가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배럴즈는 커버낫을 만들어서 돈을 긁어모은 그 회사다. 라이선스 확보 즉, 이름을 빌려와서 판다고 보면 된다. 엄연히 말하자면 외국 브랜드라고 보기엔 좀 애매하다. 우리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라이프 아카이브를 외국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에이 이거 가짜네’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나는 패션에 있어서는 ‘지가 좋으면 장땡’이라는 신념이 있다. 남 의식하지 말고 본인의 눈에 예쁜지 안 예쁜지만 생각하면 된다. 남들 눈 신경쓰면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은 평생 못 입는다. 내 눈에 마크 곤잘레스의 티셔츠는 예쁘다. 콕 집어 말하자면 노란색 로고가 마음에 든다.

처음에 보고 바나나라고 확신했는데, 알고 보니 천사라고 하더라(이게 어떻게 천사?). 천사가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라나 뭐라나. 엔젤 로고는 곤즈가 90년대 발표한 화집에 처음 실린 후 지금까지 그의 시그니처 아이콘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배럴즈가 광고를 마크 곤잘레스 광고를 아주 공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연남동에 걷다가 보면 슬슬 한두 명씩 보이더라고. 유명해질 때까지만 입다가 갈아타야겠다. 가격은 3만 5,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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