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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세상을 구하러 온 흑인 여배우들

조회수 2020. 06.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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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세상을 구하는

흑인 여배우들의 시대가 온다.





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할리우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고전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노예제 옹호자들을 그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가 HBO에서 퇴출됐다.


사실 할리우드의 반성은 하루 이틀 만에 나온 건 아니다. 20세기 내내 할리우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배우들에게 인색했다.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곤 관객마저 한 맺혀 죽을 것 같은 흑인 수난 역사 드라마, 흑백 콤비 코믹 형사물이 대부분이고 백인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 ‘마법의 니그로’를 등장시켜 구색이나 맞추려는 영화도 많았다. 덴젤 워싱턴, 윌 스미스처럼 개인의 능력으로 시대를 돌파한 배우도 있고 휘트니 휴스턴(<보디가드>(1992))이나 비욘세(<드림걸즈>(2007))처럼 팝 신의 슈퍼스타가 이벤트성으로 영화를 찍은 적도 있지만 꾸준한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관객의 요구가 거세지고 <히든 피겨스>(2016), <겟 아웃>(2017), <블랙 팬서>(2018) 등이 성공하면서 소수자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대신 어떤 인종이든 상관없는 보편적 상업 영화에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할리우드가 인종 다양성에 자신을 갖게 된 건 <서치>(2017),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2018) 등 한국계 배우의 활약이 빛나는 영화도 한몫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오스카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대작 드라마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소파에 뒹굴면서 보고 싶어 하는 상업 영화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게 되었다. 비로소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 셈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사라진 자리, 흑인 여배우들이 활약하는 흥미로운 장르 영화로 당신의 주말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어제가 오면(See You Yesterday)>, 2019

전 세계 자체 배급망을 가지고 독자 콘텐츠를 확보하려 노력 중인 넷플릭스는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비해 인종, 성별 다양성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영화 <어제가 오면>도 ‘흑인 여성 청소년 과학자’라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정석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일단 귀엽다. <백 투 더 퓨쳐>(1985~1990) 같은 타임 루프 어드벤처 영화이고, <기묘한 이야기>(2016~) 시리즈처럼 복고 미장센을 담았다. 간단한 아이디어와 저예산으로 만든 사랑스러운 팝콘 무비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슬퍼지는 대목도 있다. 주인공 C. J.(에덴 던컨 스미스)가 과학 경시대회에 나가려고 타임머신을 만들던 중 오빠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다. C. J.는 오빠가 사망하기 10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진짜 도둑을 잡거나 오빠를 피신시키는 방법으로 과거를 되돌리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현재 미국 상황을 아는 관객은 흑인 시민끼리 말리고 조심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경찰을 자중시키는 게 답이라 생각하겠지만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담스럽게 무거운 영화는 아니니 직접 보고 잠깐이라도 해답을 고민해보자.




<브레이킹 인(Breaking In)>, 2018

주인공 숀(가브리엘 유니온)은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자식들을 데리고 오래전 살던 저택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집에 강도가 들어서 아버지의 금고를 내놓으라 협박하고, 숀은 자식들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 걸고 대적한다.


<패닉 룸>(2002)을 연상시키는 재택 범죄 스릴러이고, 숀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과 운동 능력을 보면 단지 ‘엄마는 위대하다’ 이상의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것 없이 냅다 본론으로 치닫는다. 치밀함보다는 액션과 스릴, 속도감으로 승부하는 영화이고,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마(Ma)>, 2019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는 <헬프>(201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히든 피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도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정도 경력의 배우가 작은 독립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흑인 여성이 아니라면 말이다.


<마>는 옥타비아 스펜서가 단독 주연을 맡은 공포 스릴러다. 그가 중심이 된 예고편은 즉각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에 비해 영화의 완성도는 아쉽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고통받던 여자가 청소년들과 어울리면서 해코지를 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그대로 <미져리>(1990) 유의 사이코 드라마로 발전하면 차라리 재밌을 것 같은데, 창작자들이 ‘마’ 캐릭터에 애정이 넘친 게 화근이었다. 그 결과 후반부에 김이 새긴 하지만 우리가 백인 남자 배우들의 형편없는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봐야 했던가 생각하면 마음이 진정될 것이다.


<겟 아웃>부터 <인비저블맨>(2020)까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제작사 블룸하우스 작품으로, 이들의 또 다른 흑인 여성 주연 공포 영화 <안테벨럼(Antebellum)>이 큰 기대 속에 2020년 개봉을 준비 중이니 예습 삼아 블룸하우스 영화를 몰아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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