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이후 슬럼프 겪던 유아인이 고심끝에 선택한 작품

조회수 2020. 11. 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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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

올해 코로나19로 우울한 국면을 맞이한 국내 극장가에 구원 투수로 등판한 배우가 있다. 바로 유아인이다. 올해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살아있다>와 <소리도 없이>를 통해 관객들을 찾은 유아인은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때때마다 구해내며 유의미한 몫을 해냈다. 올해 우리를 찾은 유아인의 두 얼굴, <#살아있다>의 '준우', <소리도 없이>의 '태인'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듯, 어느 순간부터 유아인은 획일적인 이미지에 갇히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며 작품마다 늘 처음 보는 얼굴을 보이고 있다. 위태로운 소년상으로 대표됐던 과거의 정체성을 뛰어넘고 또 다른 수식어들을 만들어 내는 현재 진행형 배우 유아인.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굵직하게 돌아본다.


2004 <반올림>
'유아인' 역

유아인의 데뷔작은 KBS2 드라마 <반올림>이다. 자상하고 성숙한 옥림이(고아라)의 남자친구로 등장한 유아인은 '아인선배'로 불리며 제 이름을 알린다. 당시 그의 나이 18살, 데뷔작답게 풋풋함과 소년미가 잔뜩 묻어있는 모습이다. '아인선배'의 열풍에 힘입은 유아인이 쭉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올림> 이후 유아인은 스스로 작품 활동을 멈췄다. 덜컥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어떤 배우가 될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그는 재정비 시간을 통해 더 멀리 나아간다.


2006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전종대' 역

2년의 공백기 동안 순진한 눈매를 감춰버린 유아인은 우울한 청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그의 영화 데뷔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통해서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려 비이성적인 일탈을 선택하는 한 소년의 흔들리는 눈빛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낸 그는 불안한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소개할 때면 빠지지 않는, 바로 그 ‘소년성’의 기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2010 <성균관 스캔들>
'걸오 문재신' 역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결혼 못하는 남자> <좋지 아니한가> 등에 출연하며 서서히 입지를 넓혀간 그는 2010년,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을 만난다. <성균관 스캔들>이다. 당시만해도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은 원작 팬들의 반대를 뚫고 남성성이 짙은 걸오라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걸오앓이'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대중에게 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성균관 스캔들> 이후 유아인은 주목할만한 20대 배우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건 물론, 배우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2011 <완득이>
'도완득' 역

"얌마" 도완득은 유아인의 연기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500만 이상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완득이>는 누가 뭐래도 유아인의 영화다. <성균관 스캔들>이 만들어낸 판타지스러운 이미지를 깨버리고 싶었다는 그는 걸오의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다. 도완득이 살아온 인생의 모든 서사를 온몸으로 흡수한 유아인은 빈틈없이 극을 이끌었고 완득이란 캐릭터가 마주한 불행과 성장의 순간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속에서 도완득이란 소년이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듯, 유아인 역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그의 천재성을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2013 <깡철이>
'강철' 역

<완득이> 다음으로 유아인이 선택한 영화는 <깡철이>다. 도완득의 가정환경 만큼이나 가난하고 절박한 삶을 살아내는 강철이란 캐릭터를 통해 유아인은 다시 한번 불행의 얼굴을 꺼내 든다. 사랑하는 엄마(김혜숙)의 행복을 위해 내면 깊숙이 숨겨진 폭력성을 건드려야 했던 강철이의 복잡한 속내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한 세대를 대변하는 얼굴이 되고 싶었다고 여러차레 밝혀왔던 그는, '종대'(<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완득'(<완득이>), '강철'을 거쳐오며 유아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완의 청춘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다다른다.


2014 <밀회>
'이선재' 역

출처: JTBC
출처: JTBC

<완득이> 이후 유아인은 스스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 활동을 쉬지는 않았어도 왠지 모르게 답답한 갈증을 느낀 그는 운명적으로 선재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선재 역시 불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가시 돋친 소년의 얼굴과는 정반대였다. 혜원(김희애)과 펼친 불륜 행위마저도 깨끗한 사랑으로 보이게 만들 만큼 유아인의 순수한 얼굴이 빛난 작품이다. '완득이'가 들고 있던 권투 장갑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은 유아인은 신들린 피아노 연주 연기를 펼치기도 했는데, 스스로 예술적 쾌감을 느꼈을 만큼 연주신에 몰입했다고 한다. 이선재 그 자체였던 유아인. <밀회>를 통해 유아인은 지금까지 그가 꾹꾹 뭉쳐온 잠재력을 터뜨렸다.


2015 <베테랑>
'조태오' 역

유아인은 스스로를 둘러싼 고정된 이미지를 깨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배우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완득이>를 선택할 때도 그랬고, <완득이>에서 <밀회>를 선택할 때도 그랬다. <밀회>에 이어 유아인은 다시 한번 연기 인생의 방향키를 튼다. <베테랑>의 조태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다. "나쁜 짓을 해도 흡사 아이가 벌레를 괴롭히는 것처럼" 조태오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천진난만해서 더욱 악랄한 조태오를 완성했다. 유아인은 여러 인터뷰에서 '선명함', '존재감' 같은 단어들을 통해 스스로를 입증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밝혀왔는데, <베테랑>을 통해 그는 확실하게 제 존재감을 천만 관객에게 새겨 넣었고 명실상부 국내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2015 <사도>
'사도세자' 역

유아인에게 2015년은 의미가 남다른 해다. <베테랑> <사도>에 이어 <육룡이 나르샤>까지. 무려 세 작품을 통해 대중 앞에 섰다. 특히나 20대의 마지막에 만나 작품 <사도>는 유아인에게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유아인 스스로 "내가 추구하고 걸어왔던 길의 정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사도>의 사도세자는 유아인이 오랫동안 꿈꾼 캐릭터의 성질들은 한데 모아 압축해놓은 인물이다. 결핍과 반항심, 불안함으로 가득 찬 사도 세자라는 인물을 통해 유아인은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어두운 청춘의 얼굴을 완성하기에 다다른다. 유아인은 <사도>로 36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저는 항상 부끄럽거든요. 행복하고 기쁘고 뭐 자랑스럽고 이런 순간보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나서기 싫고 그런 순간이 더 많은 거 같아요. 항상 부끄러워 하는 일로 거울보고 매순간 부끄러워하는 일로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그런 인간.. 그런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2015 <육룡이 나르샤>
'이방원' 역

50부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유아인은 이방원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유아인표’ 이방원은 강하기만 한 태종이 아니라 때론 연약하기도 방황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이방원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기고 싶었다는 그는 이방원의 약한 면모를 끌어내 표현했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게 된다.


2018 <버닝>
'이종수' 역

유아인은 감독 복이 많은 배우기도 하다. <베테랑>의 류승완, <사도> 이준익 감독을 만난데 이어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배우가 됐다. <버닝>을 통해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소감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그는 마치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했다.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그가 종수와 어울려서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그냥 종수일 것 같아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종수라는 캐릭터는 유아인이 가진 성질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종수를 연기하지 않고 종수로서 존재하고 싶었다는 유아인은 실체가 없는 청춘의 욕망과 공허함을 완벽하게 흡수했다. 유아인이 아닌 누군가의 종수는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2020 <#살아있다> <소리도 없이>
‘준우’와 ‘태인’

올해 <#살아있다>와 <소리도 없이>를 통해 극장가를 찾은 유아인은 다시 한번 제 존재를 입증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선인지도 악인지도 모르겠는 인물의 복잡성을 온전히 표현해내는가 하면, 평범하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을 얼마나 잘 표현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매 작품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유아인의 천재성을 재발견한 올해, 우리는 다시 한번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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