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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폐지하라' 청원까지 받은 이 작가는 누구?

조회수 2020. 12. 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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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

또, 다시 한번 김순옥이 해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 중인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통해서다. 한 층 더 자극적인 서사로 안방 시청자를 찾은 김순옥 작가는 ‘막장의 대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전례 없는 충격적인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방영 초반엔 ‘폐지 청원’과 같은 논란이 터져 나왔을 정도. <펜트하우스> 막장의 정도가 어느 정도냐 묻는다면, <펜트하우스> 영상에 달린 댓글로 답할 수 있겠다. “자극적인 음식이 맵다 못해서 혀가 아파 몸부림쳐지는 그런 느낌.”

출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논란의 파티 장면
출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논란의 파티 장면

설명이 늦었지만, <펜트하우스>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등 일명 'K-막장 드라마'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스타 작가다. 김순옥 작가는 자신의 모교인 이화여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위대하고 훌륭한 좋은 작품을 쓰는 분들을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순옥의 말에 따르자면, 그는 자신의 작가 의식에 부합하는 '김순옥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가 다~계획이 있게 쌓아 올린 김순옥 유니버스 계보를 되짚어보려 한다.


2004 <그래도 좋아>
출연 | 김지호 이창훈 고은미 심형탁

출처: mbc

각본 데뷔작부터 심상치 않다. 김순옥 유니버스의 출발점이 된 작품인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 친모의 죽음과 복수, 살인 모의, 비밀스러운 가족사 등 김순옥 작가만의 클리셰가 골고루 버무려진 작품이다. 아침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수치인 2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실한 개연성 논란에도 불구, <그래도 좋아>는 김순옥 작가만의 급진적인 전개법으로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 고은미는 아침 드라마계 악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2008 <아내의 유혹>
출연 | 장서희 변우민 김서형 이재황

출처: sbs

비범한 출발을 알린 김순옥 작가는 그다음 해 인생 역작(!)을 만나게 된다. 점 하나로 드라마계를 평정한(!) <아내의 유혹>이다. 당시 40%대 시청률을 갱신한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계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아내의 유혹> 이후 막장 소재는 드라마계 하나의 장르로 통하기 시작했고, 막장 코드 자체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아내의 유혹>의 아성을 뛰어넘는 일일 드라마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9 <천사의 유혹>
출연 | 이소연 진태현 홍수현 배수빈

출처: sbs

<아내의 유혹> 이후 김순옥 작가는 유혹 시리즈라는 이름 아래 <천사의 유혹>을 내놓았다. <아내의 유혹>의 전철을 밟는다는 비난 아닌 비난이 나왔을 만큼 전작 <아내의 유혹>과 많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면면만 달라졌을 뿐, 이야기의 큰 줄기는 동일하다. 복수를 하는 주인공과 파국을 맞이하는 복수 대상의 이야기. <천사의 유혹>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설정은 역시나 전신성형을 하고 나타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일 것. 한상진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배수빈으로 변신(!)했고, 이후 시청률이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2010 <웃어요 엄마>
출연 | 이미숙 윤정희 강민경 이재황 고은미

출처: sbs
<웃어요, 엄마> 강민경 '좀비짤'
출처: sbs
<웃어요, 엄마> 강민경 '익룡짤'

전설의 익룡 연기를 탄생시킨 <웃어요, 엄마>. 강민경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건 기분 탓일까. <웃어요, 엄마>는 강민경의 연기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김숙옥 작품답게 출생의 비밀, 불치병 설정 등 여러 막장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용히 종영을 맞이했다. 강민경은 이후 <라디오스타>에서 익룡짤과 관련해, 생애 첫 연기 장면이었던 건 물론 "너무 추워서"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고 밝히기도. 어찌 됐든 <웃어요, 엄마>는 강민경이 탄생시킨 짤들로 더욱 화제를 모은 작품.


2012 <다섯 손가락>
출연 | 주지훈 채시라 지창욱 진세연

출처: sbs

김순옥 작가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밝힌 <다섯 손가락>. 주지훈, 지창욱, 채시라, 진세연이라는 스타 캐스팅은 물론, 김순옥 작가답지 않은(!) 묵직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다. 물론, 방영이 시작된 이후엔 다시금 막장 질주가 시작됐다.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부활하는 건 기본, 개연성 없이 엮어진 '억지' 권선징악의 서사가 반복됐기 때문. 캐스팅이 아쉬울 정도라는 평도 많았다. <다섯 손가락>을 언급한 김순옥 작가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30부작 이상 이어가려면 보다 복잡한 가족관계가 나와야 하는데, 이 드라마엔 없었어요. 1~3회에서 불이 나서 많이 죽거든요.(웃음)."



2014 <왔다! 장보리>
출연 | 오연서 김지훈 이유리 오창석

출처: mbc

드디어 연민정(이유리)가 등장했다. 유혹 시리즈 이후 맥을 못 추리고 있던 김순옥 작가는 칼을 갈고 <왔다! 장보리>를 써 내려갔다. <왔다! 장보리>는 단연 이유리에 의한, 이유리를 위한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의 중심에서 악역의 표본 그 이상을 보여준 이유리는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연민정은 악역 계보의 한 획을 그었다.


2015 <내 딸, 금사월>
출연 | 백진희 윤현민 전인화 박세영

(왼쪽부터) <내 딸, 금사월> 송하윤, 박세영, 백진희

김순옥 작가의 법칙 중 하나는 5글자 제목. <언니는 살아있다>를 제외한 모든 작품의 제목이 5글자라는 점이 흥미롭다. <내 딸, 금사월>로 김순옥 작가는 다시 한번 스스로의 '막장 클래스'를 입증했다. 매번 비슷한 설정과 서사 구조에도 리모컨을 고정시키는 힘.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특유의 마력(!)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물론, <내 딸, 금사월> 역시 뜨거운 막장 논란은 여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막장 논란이 없던 작품은 없다.


2017 <언니는 살아있다>
출연 | 장서희 오윤아 김주현 김다솜

출처: sbs

김순옥 작가 역시 스스로의 막장 클리셰에 지루해진 걸까. 그는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막장을 뛰어넘는 엽기적 설정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극 중 악행을 저지르던 양달희(다솜)가 복수의 일환으로 안구 적출을 당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인 드라마 서사를 뛰어넘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극이 진행된다. 그래서일까. '병맛'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언니는 살아있다>는 오히려 젊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당시 기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게 김순옥 유니버스는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까지 흥행 3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2018 <황후의 품격>
출연 | 장나라 최진혁 신성록 이엘리야 신은경

출처: sbs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김순옥 작가는 '캐서린'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막장 작가라는 선입견 없이 작품만으로 배우들을 섭외하고 싶었다"는 그는 장나라, 신성록, 신은경 등 쟁쟁한 배우들과 <황후의 품격>을 함께 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20부 내내 펼쳐질 이야기들이 첫 주부터 베일을 벗으며 '막장 종합세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황후의 품격>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그의 복귀작이 바로 논란의 <펜트하우스>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막장 드라마를 쓰는 것에 대해 "저는 드라마 작가로서 대단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거나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오늘 죽고 싶을 만큼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들, 자식들에게 전화 한 통 안 오는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런 분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거예요. 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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