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출진에 '박신우'라는 이름이 있으면 기대부터 하게 된다. 이번에는 또 어떤 미친 연출로 '와' 소리 나오게 만들지 말이다.
장면 전화의 귀재, 아름다운 미장센을 사랑하는 감독, 재기발랄한 연출의 천재... '질투의 화신',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신우 감독이 신작에서 또 한번 '박신우' 했다.
일하고, 사랑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인터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담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돋보인 박신우 표 마법, 이번엔 이런 모습이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카메라로 시작한다. 카메라 초첨이 맞으며 빨간불이 들어오는 순간, 이 도시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소개된다.
연애 안하는 사람, 연애 오래 한 사람, 연애 자주 하는 사람, 한 번의 연애를 못 잊는 사람까지, 여섯 명의 주인공이 빠른 템포로 지나간다.
각 인물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한다는 형식과 딱 맞는 카메라 프레임과 인물들을 설명하는 해시태그, 이모티콘. 사실 엄청나게 재기발랄한 연출이라기엔 익숙한 구성이지만...
짧은 순간 스쳐가는 화면들이 너무나 예쁘다. 개안한 것 마냥 깔끔하고 시원하게 담아낸 각 인물들의 일상들이 순간 순간 아름답다.
오랜 연애를 해온 장수 커플의 풋풋했던 순간은 이렇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아낸 것도 깨알같은 포인트다.
인터뷰의 대상인 재원(지창욱)과 은오(김지원)는 1년 전 양양에서 마치 꿈과 같은 짧은 설렘을 나눈 사이다.
양양에서의 이야기는 이들의 현재 인터뷰와 교차되어 보여지는데, 이 두 시간대를 자막이나 배우들의 스타일 변화를 눈여겨 보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바로 이 극명하게 다른 색감, 필터 차이 때문. 현재의 재원과 은오는 선명하고 차가운 느낌의 화면이지만 1년 전 양양에서의 두 사람은 따뜻하고 마치 태양이 내리쬐는 듯한 노란 빛을 띄고 있다.
기억 속 두 사람에게는 항상 이렇게 빛이 내리쬐고...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방은 선명하기 보다는 밝게 빛이 번지는 느낌이다.
그 꿈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장면전환도 백미.
현재의 은오가 걷는 전광판에는 두 사람의 과거가 있고, 은오가 걷는 길은 건축가인 재원의 사무실에 놓인 모형으로 연결된다.
두 사람은 서핑을 배우고 가르쳐주며 가까워진다. 자연히 수중촬영과 공중에서 찍는 화면이 상당하다.
뻔히 보던 수중 촬영이 아니다. 파도를 이용해서 장면 전화를 하고, 물 속과 물 위에서도 속도감을 표현해낸다.
파도를 따라 카메라가 두 사람에게 빠르게 다가가 함께 물에 빠져버리기도 하고...
마치 두 사람 물로 뛰어드는 것처럼 속도감 있는 1인칭 시점으로 깊은 곳까지 들어가더니...
보드를 타고 올라오는 재원과 함께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감독님 혹시 태양에 사용료 내시나. 어떻게 저 타이밍에 햇빛까지 도와주냐고.
깨알같이 연결되는 장면들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재원이 은오에게 반해버린 그날 밤, 두 사람의 머리 위로는 오색빛깔 불꽃이 터졌는데...
1년 전의 일에 대해 말하는 현재의 은오의 뒤로 보이는 창문 밖에도 마치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처럼 여러 색이 반짝이고...
두 사람의 사연에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다른 이들의 방에도 작은 조명들이 반짝인다.
톡톡 튀고 속도감 있는 대본에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더해진 '도시남녀의 사랑법', 카카오TV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역대급 아름다운 키스신도 꼭 봐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