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 유럽서 봉쇄 겪은 한국인이 전하는 썰

조회수 2021. 1. 6. 13: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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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짓눌린 2020년을 떠나보내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찾아오면 각자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꼭 이루리라 다짐하지만, 올해만큼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소원을 빌지 않았을까. ‘코로나19 종식’. 인류 역사 상 처음 등장한 새해 소원이자 아직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다. 간절히 그날을 기다린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니, 해외 소식은 기사로밖에 접할 수 없다. 설사 지금 해외로 갈 수 있다고 해도 기꺼이 가겠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행이 너무도 그립다가도, 나날이 ‘역대 최고치’ 확진자를 기록하는 미국, 유럽 등의 무시무시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앞으로 최소 5년간은 못 가겠다”며 고개를 젓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진·김세린· 장현태· 장하은씨.

프랑스에 살았던 경험이 있어 특히나 유럽 소식이 더욱 관심이 갔다. 한국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봉쇄”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그러다 문득, ‘그 무시무시한 유럽에 살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지금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시국에 유럽에 어떻게 살아?”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이들. 코로나 시국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에서 보낸 네 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인 시선에서 바라본 유럽의 코로나 대응은 어땠을지, 그들의 생생한 경험과 솔직한 의견을 들어본다.


Interview. 유럽 4개국 한국인 유학생


Q.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김유진/프랑스 :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는 김유진(25) 입니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 프랑스어 역량을 키우고 글로만 배우던 그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학과에서 진행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작년 프랑스의 리모주라는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합격했고, 그렇게 프랑스에 와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장하은/스페인 :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장하은(24) 입니다. 호텔·관광 산업에 대해 공부를 해오며 오래전부터 유럽 시장이 궁금했고, 특히 여러 관광 명소들로 주목받는 ‘스페인’이라는 국가에 관심이 갔습니다.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던 바람을 이뤄 현재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세린/독일 : 국어국문과를 다니는 김세린(26)입니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독일에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마부르크라는 소도시에 거주했습니다. 유럽 여행 갔을 때 독일어의 매력에 빠져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예술, 맥주 등에 대한 관심으로 독일을 택했습니다. 독일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여행 다닐 때 편리한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장현태/영국 : 통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장현태(24)라고 합니다. 현재 런던에서 지인과 함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년기부터 외국 생활을 희망했고, 현재 진행 중인 일들이 영국에서 하기에 최적인 부분이 있어서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Q. 한국에서 기사로 흔히 접하는 유럽 소식은 마스크 거부, 술집에 몰려 놀기, 시위 등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인들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하는 여론이 많은데요.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얘기를 해주세요.


프랑스 파리. <제공= 김유진씨>

A. 김유진/프랑스 : 모든 유럽인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싸잡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이런 상황이 무서워 밖에도 잘 나가지 않고, 마스크도 잘 착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에 취약한 노령층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 수칙을 더 잘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에 있어 소극적인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버스나 마트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서는 마스크가 필수입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 혹은 출입이 거부되기에 모두 마스크를 잘 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답답했다는 듯이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모습들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또한, 봉쇄령이 내리기 전에는 어느 술집을 가도 평소와 같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장하은/스페인 : 사고방식이 많이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은 다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쓰는 반면, 스페인 사람들은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스페인 친구에 따르면, 스페인은 초반에 국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정부 고위 관료들이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서 사람들이 많이 변화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들은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어쩔 수 없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술집에 모여서 놀고 파티를 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자유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러고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제공= 김세린씨>

김세린/독일 : 아무래도 경각심이 덜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스크 의무화 이전에는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제가 살던 기숙사 옆 동에서는 파티하다가 신고를 받고 벌금을 내고 해산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현태/영국 : 한국의 기사들을 접해보니 유럽국가들, 또 유럽인들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다룬 부분이 많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문화의 차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동양권과 비교했을 때, 서양권에는 지금까지 많은 테러가 발생했고, 얼굴을 숨기는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인지 마스크 거부 문화가 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동양권은 상대방의 눈에서, 서양권은 입을 통해 감정을 읽는 경향이 있다는 여러 심리학 연구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또, 동양권에서는 실내 활동이 주가 된다면, 서양권은 실외 활동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들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하며 실제로 많이 조심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외에서는 무조건 감염될 위험이 없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배려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서는 의료적 예방 개념이 조금 모자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선 ‘봉쇄’를 경험해보지 않아 기사로만 접한 유럽의 봉쇄가 어떤지 잘 와닿지 않는데요, 봉쇄 중 허용되는 이동 등 해당 국가의 봉쇄 지침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프랑스 이동 허가증. < 제공= 김유진씨>

A. 김유진/프랑스 : 프랑스의 봉쇄는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낯설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도시 간 이동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변 도시로 여행을 가는 것조차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장 보러 가는 것 (마트, 약국)과 1시간 동안 1km 반경 산책 정도가 전부입니다. 식당이나 바, 카페 등은 대부분이 닫거나 테이크아웃만 가능합니다. 다행히 프랑스도 배달 문화가 많이 발전하여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모든 외출 시에 반드시 이동 허가증을 소지하고 다녀야 합니다. 프랑스 내에서 운영하는 “Anticovid” 라는 앱을 이용하여 핸드폰 내에 저장해 다녀도 되고, 혹은 프랑스 정부 사이트에서 양식을 다운받아 직접 작성해 들고 다녀도 됩니다. 허가증을 소지하지 않고 외출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12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봉쇄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저녁 8시~오전 6시까지의 야간 통행금지령은 시행되고 있습니다. 통금 시간에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이동 허가증을 작성하여 소지하는 것 또한 봉쇄 때와 같습니다. 봉쇄령이 끝이 나면서 도시 간의 이동은 가능하나, 여전히 식당이나 바, 박물관, 영화관 등은 열지 않고 있습니다.



장하은/스페인 : 스페인은 자치주 별 지침에 따라 단계적인 봉쇄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처음 봉쇄가 시작하고 밤 11시부터 새벽 7시까지 야간 통행이 불가했고, 자치주 출입이 금지였습니다. 이후 더 높은 단계의 봉쇄를 진행해 한동안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 통행이 금지됐고 자치주 내에서도 지역 간 이동이 불가했습니다. 또, 모든 레스토랑과 바는 오후 6시 이후로 영업을 하지 않았으며 6명 이상의 집합이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집합 금지 및 지역 이동 금지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국가에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지침을 잘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답답할 수 있었던 봉쇄였지만, 실제로 ‘봉쇄’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만큼 작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봉쇄기간 스페인 거리. <제공= 장하은씨>

김세린/ 독일 : 독일은 타 국가처럼 지역 내에서 외출을 금지하거나 외출증을 가지고 다녀야 하지는 않았습니다. 독일은 지역마다 법이 다른데 2020년 봄 기준으로 소수의 몇 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금지하는 법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할 때는 출퇴근 혹은 공항 이용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만 탑승할 수 있었고 증명할 만한 것들을 소지하고 승차해야 했습니다.


장현태/영국 : 영국은 크게 봉쇄 조치가 두 번 이루어졌는데요, 올해 상반기 락다운은 전국적으로 강력하게 시행돼 지역 이동을 전적으로 규제했습니다. 합당한 이유를 증명하지 않고서는 무조건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타인의 집에 방문하는 것도 금지됐고, 실외에서는 2미터의 거리를 두고 1명까지만 만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개인이 이를 어길 시에는, 첫 위반 시 200파운드(약 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후에는 어길 때마다 배가돼 최대 6400파운드(약 9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생필품 구매를 위한 마트, 약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논 에센셜 샵, 음식점, 체육관 등은 문을 닫았습니다.



하반기에는 한 달간 봉쇄 조치가 있었습니다. 이때도 모든 조치는 똑같이 이뤄졌습니다. 최근엔 총 4단계의 단계적 방역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데요, 잘 아시다시피 영국에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이라, 대부분의 지역이 4단계 위험군에 있습니다. 4단계인 지역은 말만 단계적 방역이지 사실상 락다운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해당 국가의 코로나 대응,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프랑스 라로셸. <제공= 김유진씨>

A. 김유진/프랑스 : 나라마다 코로나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므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초기에 바로 잡지 않아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씩 나오고 나서야 봉쇄령을 내린 것은 늦은 대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여전히 하루 2~5천 명씩 나오고 있으나, 봉쇄가 있었기에 그 정도로 감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봉쇄를 결정했더라면 지금 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유아들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닌데, 그 또한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장하은/스페인 :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인 만큼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결코 스페인이 코로나에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강력하게 규제를 하고 있지 않으며, 역학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고 주변에 확진자가 얼마나 있는지, 동선이 겹치는지 등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점차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의료 붕괴’까지 온 이곳에서 생활하며 오히려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동했습니다.


독일 브레멘. <제공= 김세린씨>

김세린/독일 : 제가 있을 때만큼은 어느 정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타 국가에 비해 대처도 빠르고 침착했다고 느꼈습니다. 독일에서 마스크 의무화 전, 예나(Jena)라는 도시에서 먼저 시범으로 의무화를 진행했는데요, 총 11일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이를 보고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마스크 의무화가 일찍 된 편이지요. 또 식당 방문 시에는 방문 기록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독일만 시행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개인 정보에 대해 민감해서 주변의 양성 확진 사실이라든지 동선 공개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불안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기숙사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는데 소문으로 먼저 알게 됐고 기숙사에 연락했을 때는 이미 접촉자에게 연락이 갔고 개인정보 때문에 동선이나 몇 층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살고 있는 층이 맞는지 아닌지만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그제야 해당 사항 없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장현태/영국 : 영국은 전국적 봉쇄 조치 및 한국식 확진자 동선 추적 시스템을 도입해 대응해왔습니다. 하지만 총리가 자인했듯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우선, 초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과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또, 주변국들에 비해 봉쇄 조치도 매우 늦게 이뤄졌고, 전국적 코로나 방역 대책 홍보 및 마스크 착용 권고 또한 많이 늦었습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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