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9곳 중 19곳' 사라질 위기 놓인 주거 형태
다가오는 전세소멸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집은 물론 전세도 구하기 어렵게 되고, 좀처럼 오르지 않던 빌라 가격이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 구조 자체에 변화까지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알아봤다.
◇급감하는 전세 거래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3만5286건으로, 직전 4개월인 4~7월의 4만5388건과 비교해 22.6% 급감했다. 계절적 요인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1년 전 같은 기간의 4만4113건과 비교해도 20% 감소했다.
전세 거래량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매물 품귀’다. 시장에 나오는 전셋집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는 전체 1497가구 중 전세 매물이 19가구뿐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할 때 전세 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다.
그렇다고 해서 분양받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서 거주하는 게 아니다. 전세 대신 반전세, 또는 월세가 크게 늘면서 전세가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20% 급감하는 동안,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만7045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만6160건 보다 5.5% 늘었다. 또 작년 1월엔 전세 거래량(1만1508건)이 월세(4631건)의 3배나 됐지만, 11월엔 월세(4561건) 거래량이 전세(6992건)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일각에선 ‘전세 소멸’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면 내집 없는 서민의 어려움만 커질 수 밖에 없다. 월세나 외곽 전세로 밀려나는 것이다.
전세 소멸은 정부 대책도 원인이 되고 있다. 세입자가 한 집에서 4년까지 살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전세 놓기를 꺼리는 것이다. 여기에 양도세 감면 요건이 되는 1주택자 실거주 의무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사정에 있어서 전세를 주고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내 집에 들어가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빌라 가격 치솟아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전세는 구하기 어려우면서 기존 외면받던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고 잇다. 서울 빌라 거래량과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것.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 매매 건수는 4622건으로 전달(4267건)보다 8.3%(355건) 늘었다.
가격도 KB국민은행 통계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 기준, 작년 7월 2억9881만원에서 12월 3억1946만원으로 2065만원(6.9%) 올랐다. 직전 2년치 상승분(2078만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작년 연간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8.18%로, 2019년 상승률(1.71%)의 5배에 달한다. 실수요자 뿐 아니라 재개발 수요를 노린 투기 수요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다주택자 사냥감 된 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
그 사이 투기세력은 진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 사각지대를 노리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강화하면서,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은 예외로 뒀다.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에 따라 다주택자가 또 집을 사도, 공시가 1억 이하는 1.1%의 취득세율만 적용받는다. 틈새시장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입주 34년 차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전용면적 49㎡ 실거래가는 작년 상반기 1억7000만원에서 작년 11월 2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공시가격이 8500만원이라 다주택자들의 사냥감이 된 결과다.
비슷한 사례가 많다. 경남 김해시 내동 ‘홍익그린빌’ 전용 60㎡는 작년 초 7000만원 수준이던 실거래가가 연말 1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수도권에도 같은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마을 부영 7단지’ 전용면적 50㎡가 지난달 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5개월 새 5000만원가량 올랐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