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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신청 후 지하실에서 만든 20억 매출 아이템

조회수 2021. 02. 01.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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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용 진료 장치 시장을 집어삼키며 다시 일어선, 로덱 은병선 대표

안과용 장비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한 기업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로덱이라는 회사입니다.


놀라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며 연 매출 20억 원을 달성한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로덱이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은병선 대표는 IMF로 인한 사업 실패와 16억 원이라는 보증채무를 해결해야 했는데요.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은병선 대표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출액 500억 원 이상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은병선 대표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로덱 은병선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주식회사 로덱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은병선입니다. 로덱의 주력 아이템은 안과용 진료 장치와 의자입니다. 2004년에 1인 창업으로 시작했는데, 안과용 진료 장치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95%를, 안경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6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매출 21억 원을 달성했고요.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9억 원이 증가한 30억 원의 매출 달성을 해냈습니다. 현재 1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수출 규모는 5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처음에 어떻게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나요?


제가 사회생활을 좀 일찍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갈 목표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취업 전선에 일찍 뛰어들게 됐거든요.


당시에는 상고나 공고를 졸업해야 일자리도 많았고 취직도 잘 되는 시절이라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저는 취직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해 롯데햄우유의 창업 멤버로 롯데그룹에 입사했습니다.

로덱 은병선 대표 인터뷰

Q. 창업은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됐나요?


롯데그룹에서 일하며 설계를 다 배웠습니다. 그런데 롯데가 대기업이잖아요. 전부 대졸자들인데 저 혼자만 고졸자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아무리 성장해봐야 한양대 기계과 나온 과장님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어요.


고민 끝에 회사를 나가서 나만의 사업으로 성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12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죠. 사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자금이 없었어요. 살던 아파트를 팔고, 그때 받았던 2600만 원 가량의 퇴직금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처음 창업한 회사는 어떤 회사였나요?


공조냉동 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여 마무리하는 일까지 맡는 회사였습니다. 얼마간 열심히 노력한 끝에 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고, 상호도 주식회사 대현플랜트로 변경했어요.


직원 수가 한 15명 정도 됐는데 지금 회사보다 더 큰 규모예요. 매출도 30억 원 정도 됐고요. 당시에 경쟁사가 그리 많지 않아서 5억 원 이상 흑자를 내는 사업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롯데그룹도 고객사 중 하나였고, 주로 대기업과 거래했어요. CJ그룹 백설햄이나 한화그룹 등 대기업 담당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영업한 결과였습니다.

로덱 은병선 대표

Q. 사세가 계속 좋은 쪽으로 나아가다가 어떤 위기를 맞았나요?


그렇게 11년 가까이 사업을 지속했는데, IMF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맞보증 회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회사를 찾아가 보니까 가족이 다 야반도주를 한 겁니다. 우리 회사에 넘겨주고 간 보증채무가 16억 200만 원이었어요.


일단 8억 원까지는 회사 잉여금으로 보증채무를 변제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IMF 상황 속에서 돈을 빌릴 데도 없고 하다 보니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해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증 채무를 떠안게 된 데는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회사와 맞보증을 할 때 상대 회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실수였어요.


그렇게 보증채무를 갚아가면서 5년을 더 버텼지만 IMF 이후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스스로 사업을 접게 됐습니다. 대현플랜트를 접으면서 아내와 함께 파산했어요.


파산 상태라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길이 전혀 없었고 3년 반 동안 한 번도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했죠. 한 2년간은 인력 시장에 나가면서 하던 일을 계속했고 아내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갔습니다. 가족이 전부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로덱에서 개발한 안과용 의자

Q.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안과용 의자'라는 새로운 아이템은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사업을 접고 나서 대학에 들어갔어요. 학업에 대한 미련이 있었거든요. 청주 소재의 주성대학이라는 전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충주대학교 기계과로 편입해 2등으로 졸업했습니다.


대현플랜트 사업 마지막 2년간은 제가 냉동공조 설비 분야에서 나름 이름이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 주성대학 기계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시작했어요.


대학 강의를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던 차에, 당시 일본 타카기(TAKAGI) 사의 안과 의료기기를 국내에 총판하던 성우메디칼이라는 회사가 기계과 학과장으로 계시던 교수님을 찾아온 거예요.


교수님을 통해 일본 회사 제품을 변형 설계해달라는 회사의 요청을 전달받았지만, 당시에는 제가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력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거절하고 나니까 과거에 사업하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성우메디칼로 찾아갔습니다. "지금도 해당 제품을 변형해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 내가 한번 해보겠다"라고 말씀드렸죠. 그때 안과용 진료 장치라는 사업 아이템을 처음 만났습니다.

로덱 은병선 대표

Q. 기본 설계 경험은 있으셨지만, 실제 안과 의자를 설비하기까지 어려움이 크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장비를 처음 개발할 때만 해도 안과의 '안' 도 몰랐으니까요.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이런 시스템은 왜 필요한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안과 의사인 지인을 찾아가서 "왜 안과에 유니트 체어가 필요하냐? 특히 불편한 점이나 개선점은 뭐가 있느냐?"라고 질문하며 공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또 당시에는 사업 자금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보증금 없는 5평짜리 지하실을 하나 얻어서 시작했어요.


지하실에서 혼자 성우메디칼에서 제공한 타카기사의 중고 장비를 분해하면서 연구했습니다. 변형해 설계한 제품은 40대 정도 판매하고 버렸어요. 원가도 맞지 않고 생산성도 떨어져서 포기했었죠.


지금 판매하는 제품은 실패 후에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에요. 그래도 지하실에서 중고 장비를 분해하고 연구한 과정이 지금 로덱을 여기까지 오게 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로덱이 지금까지 출원한 특허
로덱에서 개발한 안과용 의자

Q. 시장점유율이 엄청난데, 로덱 제품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로덱이 특허를 비롯해서 재산권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경쟁력을 이어온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본다면 뛰어난 제품 가성비와 빠른 개발 속도입니다.


로덱은 빠른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제품에 도전합니다. 그게 회사의 핵심적인 성장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또 다른 요인은 정보예요. 사업에 열심히 임하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주고받는 정보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정보력을 키우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로덱에서 새롭게 개발해 2020년 7월 시장에 런칭한 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을 개발한 동기도 업계를 면밀히 살피며 입수한 정보 덕이었는데요.


2019년 10월 안경원과 관련된 물환경보전법이 개정돼 2021년부터 시행된다는 개정사항을 확인했습니다. 로덱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관련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현재 국내 시장의 선두주자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회사를 설립하고 10년 가까이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어요. 개발한 제품을 생산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파산 면책 과정을 겪는 동안 자금을 융통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이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해준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11~12년 차 지나면서부터는 신용대출 신청도 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 자금을 통해 수출을 준비하는 데도 5년 가까이 걸렸어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전시회를 나가면서 우리 제품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16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습니다.

로덱 은병선 대표 인터뷰

Q. 두 번째 회사인 로덱이 성공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는데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힘은 무엇이었나요?


제 꿈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로덱이라는 회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안과 유니트 체어 개발 회사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매출 500억 원 이상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로덱을 유지해 온 원동력은 아마 그런 꿈과 설렘이 아닐까 싶어요. 개발자의 습성이기도 한데, 해결되지 않는 설계의 한 부분이 있으면 누워서도 계속 그 생각이 납니다. 가끔은 A4용지 몇 장 들고 혼자 호프집에 가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기도 해요.


그러고 나면 제대로 다시 그려보고 실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음 날 아침이 무척 기다려져요. 이런 설렘은 아마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그 날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9월 공개된 <파산신청 후 지하실에서 만든 20억 매출 아이템>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파산신청 후 지하실에서 안과용 의자를 만들고, 끝내 관련 시장을 집어삼킨 로덱의 대표 은병선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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