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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의 중기스럽지 않은 주장들

조회수 2021. 02. 13. 09: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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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누구를 대변하나

지난 1월 17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냈다. 그러자 국민들은 “전경련 2중대냐”며 의아해했다. 중기중앙회가 낯선 주장을 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대했고, 최저임금은 동결하자고 주장했으며, 초과 유보소득 과세도 반대했다. 중기중앙회는 과연 중소기업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걸까.

출처: 연합뉴스

“중소기업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업현장에서 코로나 위기극복과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사법부의 선처를 기대한다.” 지난 1월 17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낸 입장문의 일부다.

김 회장은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 때부터 중소기업 인력양성을 위한 연수원 건립과 정보화 지원 등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모범적으로 노력해왔다”면서 “삼성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감안해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재용 부회장이 충분히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호소문을 접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이 부회장의 선처를 주장하는 건 납득할 만하지만, 중기중앙회 회장까지 나서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중기중앙회가 전경련 2중대가 됐다” “범법자를 옹호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쏟아져 나왔다. 중기중앙회의 이런 행보, 과연 괜찮을까.

우선 중기중앙회의 입장부터 보자.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선처에 관한 호소문은 (김기문) 회장의 개인적 소신”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 경영인들의 경우 오너가 없으면 의사결정이 힘들다. 물론 삼성은 대기업이고 전문경영인이 있다.하지만 역시 큰 결정을 할 때는 오너십이 필요하다. 더구나 삼성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삼성 등 대기업의 협력업체다. 삼성은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지원 등 대ㆍ중소기업 상생 차원의 지원도 많이 한다. 그러니 삼성의 오너가 없으면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입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중기중앙회 회장의 ‘선처 호소’와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실태조사(2019년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13만개의 중소기업을 토대로 한 조사임)의 42.1%가 대기업과 위ㆍ수탁관계를 맺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위탁기업(대기업) 의존도는 83.3%에 달한다.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덕분에 먹고사는 구조다. 중기중앙회 관계자의 주장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참고 : 물론 이런 견해는 과거에 비해 낙수효과가 줄었다는 걸 감안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논리다. 그럼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중기중앙회가 정말 ‘전체 중소기업을 대변하는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 개수는 354만7101개다. 이 가운데 중기중앙회 회원사는 65만8949개(18.6%)에 불과하다. 특히 중기중앙회 임원진은 각 부문별로 나뉜 조합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업계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중소기업(상당수는 대기업 협력사)들이다.

당연히 중소기업들에 정말 필요한 적정 단가 반영이나 대금 결제기한 준수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힘들다. 일부 중소기업 경영인들의 입에서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나 불공정 거래, 경제력 집중 등으로 인해 무수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소기업을 대변한다는 중기중앙회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중기중앙회 회장’의 이름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하나 생각해볼 것은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는가’다. 중기중앙회는 앞서 말한 것처럼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당연히 공공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도 없이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재해를 입거나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처럼 어이없이 아이들이 죽는 일들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했을 때, 중기중앙회는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을 때도 “중소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장이 받아들여져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처벌을 면했다.

중소기업 이익 vs 공공의 이익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1년간 중기중앙회가 공식적으로 낸 주장들을 살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중기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 반대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 제외 ▲초과 유보소득 과세 반대 ▲주 52시간 근무 반대 ▲집단소송법 반대 ▲최저임금 동결 등 공공의 이익과는 동떨어진 주장을 했다.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착취를 합리화할 수 있도록 수습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1년 내 직장 변경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반인권적인 주장도 펼쳤다.

중기중앙회에 숨은 모순

문제는 중기중앙회의 이런 정책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역대 정부 가운데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 않은 곳은 없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매년 투입되는 혈세만 수십조원에 달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 배당된 예산만 17조3000억원이다. 지원 종류와 소관 부처도 너무나 다양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예산이 중소기업 지원에 쓰이는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정리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를 문제 삼는 국민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국가 경제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중기중앙회가 정작 공공의 이익과 배치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국민들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출처: 연합뉴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때문에 국민의 인식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 정치권은 아직까지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산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소원을 수리하듯’ 정책을 짜고, 그게 공익인 것처럼 포장한다. ‘중소기업이 잘돼야 국가 경제가 산다’는 프레임도 그래서 나온다. 물론 중소기업이 잘되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 의미가 ‘중소기업이 쉽게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중소기업이 불편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생태계에서 탄생과 소멸이 건강하게 일어나고, 그사이에 혁신이 일어나야 잘되는 거다. ‘소원 수리하듯’ 짜낸 정책이 그런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중기중앙회는 계속 이거 개선해달라, 저거 개선해달라는 소리만 한다. 노동법에 어긋나는 노동착취까지 요구한다. 쉽게 돈 벌고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달라는 거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계속 그 요구들을 들어준다. 국민들의 괴리감도 거기서 온다.”

이쯤 되면 아무리 이익단체라지만, 중기중앙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김성희 고려대(노동대학원)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에 종속돼 있고, 그렇다 보니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선의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면서 “그래서 중기중앙회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 출자ㆍ출연ㆍ보조를 받는 공직유관단체다. 중소기업에 관한 업무들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해외시장개척 지원 사업, 각종 통계조사 사업, 지자체와의 각종 협력사업 등을 진행한다. 위탁사업 예산은 879억원(2020년 기준)에 이르고, 100억원(2019년 기준 126억원)이 훌쩍 넘는 국고보조금도 받는다. 정기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감사도 받는다.

단순 이익단체라고 보기엔 공익적 성격이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모순矛盾,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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