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자리 잃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몰리자..

조회수 2021. 2. 23. 08: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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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서 자리 잃은 개그맨들 대부분 여기에 모여있네

2020년 6월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105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 시작해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1년 동안 신인 코미디언들의 등용문이자 양성소 역할을 해왔다. 이런 개그콘서트의 종영 소식이 들려오자 많은 코미디언은 물론 시청자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개그콘서트 측은 2020년 5월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의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마지막까지 '개그콘서트'다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것을 약속드리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개그콘서트 전에도 웃찾사, 코미디 하우스, 개그야 역시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각종 규제에 막혀 틀에 박힌 코미디를 선보일 수밖에 없는 방송 환경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제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공개 코미디는 tvN의 코미디빅리그뿐이다. 많은 코미디언이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진 것이다. 그럼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로 갔을까.

출처: 흔한남매·배꼽빌라 유튜브 캡처, jobsN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와 배꼽빌라.

코미디언 대부분 이곳으로 몰렸다


관객 앞에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끼를 펼치려 찾은 곳은 바로 유튜브다. 많은 인기 유튜브 채널을 공채 개그맨 출신이 운영하고 있었다. 구독자 213만명 인기 유튜버 '흔한남매'는 SBS 13기 공채 개그맨 장다운, 한으뜸이 운영한다. 이 둘은 '웃찾사'에서 '흔한남매' 코너를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2017년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무대를 유튜브로 옮겼다.


흔한남매는 ASMR, 쿡방, 홈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영상은 기본 3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으뜸이 태어나 처음 워터파크 가다'라는 영상은 조회 수 1454만회를 기록했다. 또 어린이 채널인 투니버스에서 화요일 저녁마다 흔한남매의 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로 90만명 구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배꼽빌라'도 마찬가지다. SBS 공채 개그맨 김승진, 유룡, 이재훈이 웃찾사 폐지 후 의기투합해 만든 채널이다. 이들은 jobsN과의 인터뷰에서 "폐지 당시 막막하고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더이상 TV에 나오지 못하는 건 섭섭했지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ASMR 먹방, 콩트 등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나 조회 수는 30회. '웃찾사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것)들이 또 뭐하네'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다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채업자한테 목숨 걸고 드립 쳐보기', ' 마마보이 몰카' 등으로 인기를 얻어 구독자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개그맨 김대희는 개그콘서트 폐지 후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진한 성적이었지만 2개월 전 '밥묵자' 코너를 시작하고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밥묵자는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김대희 씨가 출연했던 코너 '대화가 필요해'를 재구현한 것이다. 다양한 코미디언이 게스트로 출연해 애드립으로만 콘텐츠를 채운다. 대화가 필요해를 함께 이끌었던 신봉선씨가 출연한 밥묵자는 조회 수 554만회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피식대학', '1등 미디어' 등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유튜브에서 다시 뭉친 사례다.

출처: 각 유튜브 캡처.
꼰대희, 엔조이커플.

흐름 읽고 먼저 유튜브로 가고, 취미 살리기도…


대중의 관심과 흐름이 유튜브로 이동하는 것을 읽고 먼저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코미디언도 있다. 구독자 200만명 인기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운영하는 임라라와 손민수 커플도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손민수는 2014년 tvN 코미디빅리그로 데뷔했고 임라라는 SBS 공채 개그맨으로 웃찾사에서 데뷔했다. 이들은 개그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커플인 이들은 '1000일 기념일 먹방'을 시작으로 많은 영상을 올렸다. 그러다 조회 수 1000만회 이상을 기록한 '엘리베이터 안 방귀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MBN 공채 개그맨 1기 박병규, SBS 공채 개그맨 12기 박강균, 1세대 페이스북 스타 정광진 역시 일찍 유튜브를 시작했다. 대중의 관심이 TV에서 모바일로, 모바일 안에서도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옮겨가는 걸 보고 팀을 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익도 나지 않아 힘들었지만 채널 개설 6개월 뒤부터 구독자 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139만명에 달한다.


자신의 취미를 살려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이동한 코미디언도 있다. KBS 공채 개그맨 이상훈씨다. 그는 피규어 모으는 취미를 살려 유튜브 채널 이상훈 TV를 운영 중이다. 이상훈씨는 과거 jobsN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 때문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6년 결혼하고부터 장난감을 살 때 아내 눈치가 보였다. 눈치 안 보면서 장난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찾은 것이 유튜브였다”고 말했다.


이상훈 씨는 각종 피규어를 리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그가 18년 정도 레고와 피규어를 수집하는데 쓴 비용은 1억원 정도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장난감 덕분에 이제는 전문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상훈TV 구독자는 33만명 이상. 최고 조회 수는 139만회를 기록했다.

출처: 각 유튜브 캡처
이상훈TV.

설 곳이 사라진 코미디언에게 유튜브는 최상의 무대다.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방송처럼 큰 규제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다. 대중들도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코미디언들을 반기고 있다. 직장인 박(28)씨는 "과거 방송에서는 그렇게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던 개그맨인데, 유튜브에서는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 방송보다 자유로운 유튜브에서 개그맨들의 진가를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코미디언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코미디언이 유튜브로 오다 보니 장르가 겹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특히 몰래카메라가 그렇다. 몰래카메라는 벌써 대중이 피로감을 느끼는 콘텐츠 중 하나다. 그리고 방송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자가 검열이 필수다. 그렇지 않은 경우 대중이 등을 돌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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