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것 1도 없는 위스키 입문 가이드

조회수 2021. 2. 27. 1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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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한 번쯤은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꼼꼼하고 현실적인 가이드.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한 잔의 위스키를 손에 넣을 때까지 우리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와인보다 평균 가격이 비싼 이 술 중에서 도대체 어떤 것을 사야 할까? 정보가 백지인 상태로 위스키 바를 찾아도 되는 걸까? 좋은 위스키 맛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걸까?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하면 괜히 허세처럼 보이진 않을까? 이 모든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위스키 입문 방법을 추천하려고 한다. 일단 집에서 위스키와 친해지고, 그다음으로 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1. 위스키를 사본다

1. 위스키를 사본다 


먼저 집에서 홀짝일 수 있는 위스키를 산다. 코로나 이전 시대라면 면세점에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겠지만 지금은 주류 전문 매장, 마트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종류도 많아졌고, 가격도 낮아졌다. 위스키를 정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면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발렌타인처럼 편의점에서도 본 적 있는 익숙한 블렌디드 위스키보다는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적혀 있는 것을 구입해본다. 보통은 그 반대의 순서로 위스키를 체험해보지만, 위스키의 맛과 향의 기본을 파악하려면 싱글 몰트 위스키(한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먼저 마시는 일이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 블렌디드 위스키(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세심하게 배합한 위스키)는 그다음 단계에 마셔봐도 좋다. 10만 원대의, 숙성 년도가 12년 정도 되는 위스키라면 어느 것이든 좋다.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면 다음 중 하나를 고른다. 맥캘란 12년, 발베니 12년, 글렌피딕 12년, 글렌리벳 12년,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글렌드로낙 12년, 아벨라워 12년. 단, 향이 너무 독특한 아일라 지역 위스키(Islay Whisky)는 피한다. 

출처: 게티이미지
2. 위스키의 기본을 파악한다

2. 위스키의 기본을 파악한다


이 짧은 기사 안에 위스키의 전부를 설명할 순 없지만, 가장 큰 틀의 기본 개념을 파악해두면 어디에서 위스키 정보를 접해도 큰 오류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1) 위스키는 처음엔 무색투명 

맥아(보리)를 끓인 후 알코올을 모아 만든(증류) 위스키는 처음엔 투명한 무색 액체다. 보리소주와 같은 느낌에 가깝다. 이때는 지금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의 맛이나 향과는 매우 다르다. 이 증류된 액체를 오크통에 넣어 수년간 숙성시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갈색의 향긋한 술이 된다. 오크통에 배어있던(원래 다른 술을 담갔던 통을 가져와 세척, 수리한 뒤 사용) 향이 투명 무색 액체에 옮겨갔기 때문이다.   


2) 위스키는 향이 거의 전부인 술 

위스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나는 그 독한 느낌이 싫어”라고 말하는데, 그때 그 사람이 맡은 향은 알코올 향일 확률이 높다. 알코올 도수 40도에 달하는 술을 처음 마시면 당연히 알코올이 코를 먼저 자극한다. 위스키는 그 알코올 향을 넘어서서 두 번째, 세 번째 모금이 진짜다. 건과일 향, 가죽 향, 시트러스 향, 계피 향 등등 오크통에서 빠져나온 향이 위스키의 거의 전부를 결정짓는다. 독한 맛이 아니라 그윽한 향으로 마시는 술이라는 이야기다. 위스키 전문가들은 굳이 마시지 않아도 향만으로 위스키를 파악할 수 있다.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들이 70세가 넘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향만으로도 위스키의 품질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위스키를 결정짓는 건 오크통 종류와 오크통 숙성 기간

전문가들은 위스키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오크통이 70%라고 말한다. 어떤 술을 담갔던 오크통을 쓰는지, 그 오크통에 얼마나 숙성시키는지에 따라 제각각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원액을 또 각각의 비율로 섞어 완성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맛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
3. 잔을 준비한다

3. 잔을 준비한다


위스키에 적합한 잔을 준비한다. 와인잔은 볼이 너무 커서 부적합하고,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유리컵은 위스키를 관찰하기에 부적합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민무늬의 투명한 물컵이 가장 좋다. 만약 위스키 잔을 구입해볼 생각이라면, 글렌캐런 전용잔을 추천한다. 1만 원 안쪽으로 구입 가능하다.


4. 한 번에 한 잔만 천천히 마신다


위스키는 와인처럼 오픈 후 맛이 변하거나 상하지 않는다. 오픈 후 뚜껑만 잘 막아 책장과 같은 그늘진 곳에 두면 몇 달이고 마실 수 있다. 그러니 하루에 소주잔 한잔 정도의 분량으로 1시간 동안 천천히 즐기는 것을 권한다. 그 정도만 마셔도 충분하고 그래야 위스키와 더 친해질 수 있다. 심지어 다 마시지 않아도 좋다. 잔에 조금 남겨 머리맡에 두고 자면 디퓨저만큼 좋은 향이 방안에 퍼진다.


5. 위스키에 어울리는 안주를 곁들여본다


위스키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면 안주를 더하거나 식사에 곁들여보길 권한다. 육포, 곶감 말이, 초콜릿, 크림 브륄레, LA갈비, 떡갈비, 브라우니,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자신만의 비율로 하이볼 위스키를 만들어도 좋다.

출처: 게티이미지
6. 바(Bar)를 방문해본다

6. 바(Bar)를 방문해본다


집에서 위스키를 1/3병 정도 비웠다면 이제 위스키 바를 찾아가 본다. 이곳에서 자신이 집에서 마신 위스키 이름을 이야기하고 그 맛이 본인의 입맛에 어땠는지를 바텐더한테 상세하게 이야기한 뒤 다른 위스키를 추천받는다. 이를테면 “저는 발베니 12년을 마셔봤는데요, 향이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혹시 이런 비슷한 느낌의 다른 위스키 추천받을 수 있나요?”, “저는 맥캘란 12년을 마셔봤는데, 이런 스타일 말고 완전히 다른 위스키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라는 식이다. 이 말을 듣고 최선의 노력을 쏟아 위스키를 추천해주지 않을 바텐더는 없다. 최근 캐주얼한 분위기의 위스키 바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그저 퇴근길에 들러 한 잔, 혹은 두 잔 정도 마셔보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바에서는 위스키를 30ml 한 잔씩 구입해 마셔볼 수 있어 개별 위스키의 특징을 파악하기 더없이 좋다.

출처: 게티이미지
7. 두 번째 위스키를 사본다
8. 오크통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익혀본다

7. 두 번째 위스키를 사본다


바에서 마셨던 위스키 중에 특히 입에 착착 붙었던 것이 있다면 두 번째 병으로 구입해 집에 들인다. 이제 집에서 마실 때는 첫 번째 병과 두 번째 병을 함께 마시며 향의 차이를 더 정확하게 구분해본다. 집에 위스키 두 병쯤 두는 멋진 술꾼이 되는 뿌듯함을 즐겨본다. 


8. 오크통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익혀본다 


집에 두 병 정도 위스키를 구비하고 있고, 눈에 익은 위스키가 너덧가지 정도 된다면, 이제 오크통(캐스크, Cask)의 종류를 익혀볼 때다. 말린 과일 향, 가죽 향, 계피 향, 견과류 향이 매력적인 셰리 오크통과 바닐라 향, 초콜릿 향, 열대과일 향이 매력적인 버번 오크통을 큰 두 축으로 기억해두면 좋다. 이제 위스키를 마실 때 이 술은 어떤 오크통에 숙성했는지, 이 둘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섞었는지, 또 다른 오크통은 뭐가 있는지, 신나게 탐험해본다. 



Writer 손기은(프리랜서 에디터,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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