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제치고 작품상 받았던 화제작! 놀라운 '미국 실화' 담았지만..

조회수 2021. 4. 1.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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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낯선 삶, 낯선 사람, 낯선 영화 '노매드랜드'

공감하기 쉽지 않은 미국만의 감성
떠돌아다님 만으로 치유된다면 얼마나 손쉬운지

영화 '노매드랜드'는 지난 2월 개최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영화 '미나리'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던 만큼 '미나리' 작품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 언젠가 한번쯤은 이겨내기 쉽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얻게 되는 때가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바로 그렇게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이 사회를 떠나 유랑하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그려지는 유랑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스크린에 펼쳐지는 광활한 대자연에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홀로 남겨진 펀(프란시스 맥도맨드). 그는 가족도, 친구도 뒤로한 채,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작은 밴과 함께 길 위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낯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펀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유랑민들을 만난다. 광활한 자연과 길 위에서, 그는 오늘도 유랑민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되풀이한다.

영화 ‘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된 후 그곳에서 살던 여성 펀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출간된 동명의 논픽션 ‘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네바다 주의 경제 붕괴 이후 밴을 타고 미국을 유목민처럼 떠도는 60대 여성의 실제 삶을 그렸다.

기대가 너무 컷 던 이유일까,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및 감독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낸 작품이지만, ‘노매드랜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을 떠도는 유랑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남다른 감상을 남기긴 했으나, 큰 공감대를 이끌어내진 못한 것이다.

어쩌면 영화에 담긴 이야기가 다분히 ‘미국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일정한 거주지 없이 전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그때그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영위하는 삶. 광활한 대자연과 함께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펀의 이야기는 ‘집’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있는 국내 관객에겐 지나치게 낯선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 대한 비판과 검열이 강한 우리의 사고가 유랑민들의 삶에 기꺼이 공감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부러워하고, 대리만족을 느끼지만, 자기 자신이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가긴 꺼려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한적한 삶을 살아가기에는 경쟁을 위해 한없이 몰아붙여온 우리의 지난 삶이 스스로를 옥죈다.

‘노매드랜드’가 공유하고자 했던 감정선과 별개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방식은 담백해 반가우면서도, 심심한 감상을 남기기도 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는 펀의 과거는 물론 다른 유랑민들의 과거 역시 풀어내며, 이들이 왜 떠돌고, 그러한 삶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말하지만, 쉽게 설명하거나, 관객을 설득하려 들진 않는다.

이는 분명 관객을 압박하거나, 감독의 생각을 보는 이에게 주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담백한 부분이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불친절하다. 유랑민 펀의 소소한 일상에는 별다른 긴장감도, 행복감도 없다. 때문에 얼핏 펀을 비롯한 유랑민들은 그저 사회로부터, 과거로부터 회피하고자 한다는 인상마저 남긴다.

물론 우리가 다른 나라, 혹은 문화권의 영화를 감상하며 감동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동일한 문화권 내의 역사와 사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며 느낄 수밖에 없는 특정한 감정을 포착하거나,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공명토록 해야 한다.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내 그 모든 것을 녹여내는 일이란 분명 범상한 일이 아니다.

허나 이런 저런 모든 요소를 차치하고서라도. 펀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낯설다. 그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아마존 물류센터부터 패스트푸드점까지 다양한 일을 하는데,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 방식이다. 거주지도 일정치 않고, 언제 떠날지도 알 수 없는 낯선 이를 대체 어느 곳에서 채용해준단 말인가.

펀 역시 일자리 알선을 받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장면이 나오지만, 직장은 물론 아르바이트마저 구하기 쉽지 않은 우리네 입장에선 참으로 ‘먹고 살만 한 이들의 투정’ 정도로 비춰질 뿐이다.

여러 아쉬운 점을 쏟아냈지만 영화에 그려진 북미대륙의 아름다운 풍광만은 일품이다.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난 듯 영화는 대륙의 광활한 들판과 사막, 초목, 숲 등을 비춘다. 큰 스크린에 펼쳐져 눈 앞을 가득 채운 자연이 한 순간이나마 현실에 지쳐 답답한 보는 이의 마음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다.


개봉: 4월 15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클로이 자오/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108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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