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싸이월드 낡은 추억팔이, 추억없는 MZ에게 통할까

조회수 2021. 04. 02. 10:4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싸이월드 재기 가능할까

‘SNS의 원조’라 불렸던 싸이월드가 최근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니미·방명록 등 친숙한 기능들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게 싸이월드의 계획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추억’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아서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싸이월드의 부활 가능성을 냉정하게 짚어봤습니다.

출처: 싸이월드

사진 170억장, MP3파일 5억3000만개, 동영상 1억5000만개. 지금은 서비스가 중단된 싸이월드가 보유 중인 데이터베이스(DB)입니다.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스북조차 생소했던 그 시절, 이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DB가 쌓일 만큼 싸이월드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었죠.


싸이월드가 걸어온 흔적을 되짚어볼까요? 1999년 론칭한 싸이월드는 처음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프리챌·아이러브스쿨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죠. 


그러다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년 뒤 론칭한 ‘미니홈피 서비스(2001년)’를 도입하면서입니다. 내 맘대로 꾸밀 수 있는 다이어리 형태의 공간에서 글·사진을 자유롭게 올리고 지인과 공유하는 게 서비스의 골자였는데, 이게 빅히트를 쳤습니다. 지금이야 모든 SNS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흔한 기능이지만 당시엔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혁신적이었습니다.

그 뒤로 싸이월드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째인 2009년 싸이월드 가입자는 3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 인구가 4931만명이었으니, 한국인 10명 중 6명이 싸이월드를 이용한 셈입니다. 


이용자들은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싸이월드의 가상화폐인 ‘도토리’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한해에 도토리로만 1122억원(2009년 기준)을 벌어들일 정도였으니 싸이월드가 얼마나 흥행했는지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싸이월드의 인기는 2010년 페북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서부터 조금씩 식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인맥을 기반으로 하는 폐쇄적인 싸이월드는 개방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페북에 시장을 조금씩 빼앗겼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친구의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페북의 장점은 싸이월드의 폐쇄성을 ‘늙은 콘셉트’로 전락시켰습니다.

출처: 뉴시스

페북만이 아니었습니다.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참신한 SNS가 줄줄이 등장하면서 싸이월드는 빠르게 뒷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SNS 서비스 이용률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카카오스토리(31.5%)였습니다. 2위는 페북(28.0%), 3위는 트위터(19.4%)였습니다. 싸이월드는 17.0%로 4위에 그쳤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 2013년 카카오스토리는 55.4%를 차지한 반면 싸이월드의 이용률은 1년 만에 11.5%포인트나 떨어진 5.5%에 그쳤습니다.


추락하는 싸이월드엔 날개 따윈 없었습니다. 든든한 뒷배도 사라졌습니다. 운영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14년 SK그룹으로부터 분사했기 때문입니다. 2016년엔 영상 커뮤니케이션 앱을 운영하는 에어라이브에 매각되면서 주인마저 바뀌었습니다.


전제완 에어라이브 대표는 홈페이지에 가까웠던 싸이월드의 SNS 기능을 강화하며 재기를 선언했습니다만, 싸이월드는 이미 예전의 싸이월드가 아니었습니다. 점유율은 형편없었고(2.4%·2015년), 수천만명이 드나들던 미니홈피는 ‘낡은 창’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습니다.

다급해진 싸이월드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2018년 뉴스를 선별해 추천해주는 콘텐츠 ‘큐(QUE)’ 서비스를 론칭하고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을 유치하는 등 노력을 했습니다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19년엔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클링’을 만들고 마케팅을 펼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죠. 싸이월드를 둘러싸고 “이미 이용자가 대다수 떠난 플랫폼에서 무엇을 한들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냉소가 흐른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차가운 반응은 냉정한 현실이 됐습니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10월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거나 다름없는 상황까지 몰린 셈이었죠. ‘1세대 SNS’란 타이틀만을 남긴 채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싸이월드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건 올 2월입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스카이이앤엠(SKY E&M) 등 5개 기업이 공동설립한 ‘싸이월드Z’가 싸이월드를 인수·합병(M&A)하면서입니다. 싸이월드Z 측은 “늦어도 5월까지는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오픈하겠다”고 밝히면서 나름의 플랜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계획은 PC·모바일 버전의 싸이월드를 동시에 재개하겠다는 겁니다. 모바일에선 미니홈피의 감초 역할을 했던 ‘미니미(아바타)’를 2가지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옛 감성을 그대로 살린 미니미고, 다른 하나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2021년판 미니미’입니다. 둘째 계획은 싸이월드가 보유한 방대한 DB를 복구하겠다는 겁니다. 요약하면 싸이월드 이용자들의 이목을 다시 사로잡을 무기로 ‘추억’을 꺼내든 셈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떤가요? 싸이월드로 갈아탈 생각이 드시나요? 업계 사람들은 물론 이용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가 ‘추억팔이’를 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고배만 들이마신 채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시 싸이월드가 사용한 전략을 복기해볼까요?


싸이월드 측은 모바일 버전의 미니홈피를 선보이며 이용자들이 예전 싸이월드를 추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미니미·미니룸(미니미가 지내는 공간)·방명록 등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의 기능을 탑재하고 과거 싸이월드에서 구매한 배경음악(BGM)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 싸이월드Z가 내세운 전략과 뭐가 다른가요? AR을 접목하긴 했지만 증강현실이 이용자에게 ‘새로움’을 선물할지는 의문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또 있습니다. 싸이월드에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이제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가 아닙니다. 싸이월드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이용자는 지금 30~40대가 됐습니다. 지금 SNS 문화를 주도하는 20대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인데 싸이월드를 구경조차 못 했을 공산이 큽니다. 이들에게 ‘화석’이나 다름없는 싸이월드의 낡은 전략이 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SNS 같은 플랫폼 산업에선 ‘규모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미 시장을 독점한 경쟁자의 이용자를 뺏어오기가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이용자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쓰는 플랫폼을 포기할 정도로 넘어오게 할 만한 혁신적인 기술이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싸이월드 측은 그 무기를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게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한번 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싸이월드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한번의 추억팔이로 그치게 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