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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캠핑장의 정체

조회수 2021. 04. 09.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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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행이 고픈 에디터B다. 갈 수 없는 것과 가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걸 코로나 때문에 알게 되었다.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도시에 격리된 채 살아가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 줄 몰랐다.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강남역 한복판에 있는 ‘비일상적인 장소’를 알게 됐다. 제주도를 두고 ‘여권 없이 떠날 수 있는 가장 이국적인 도시’라는 어떤 작가의 표현을 읽은 적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옥상과 달빛 사이의 틈’은 도보로 갈 수 있는 가장 비일상적인 루프탑일 거다.

그 전에 ‘일상비일상의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야겠다.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 카페, 독립출판, 사진, 모임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공간을 큐레이션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옥상과 달빛 사이의 틈’은 이 건물 제일 꼭대기 층에 있다.


현재 루프탑은 일반 고객에게 개방하지 않은 상태이고 나는 취재를 이유로 미리 방문했다. 오늘 글을 읽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을 텐데, 당분간은 초대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은 금방 입소문을 타기 마련인데, 원한다고 방문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 가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이제 옥상으로 올라가 보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순간, 환상적인 뷰가 펼쳐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장롱을 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사진으로만 봤지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라 더 기대가 됐다.

공간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아늑해서 좋다’였다. 낮과 밤, 두 시간대에 다 가보았는데 나는 야경이 특히 좋았다. 더 많은 야경 사진은 후반부에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자.


좌석 간 거리가 있는 편이라 좁은 느낌이 없었고, 쾌적해 보였다. 요즘같이 예민한 시기에 테이블 간 안전 거리는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입장 인원은 네 팀, 최대 인원은 16명만 가능하다.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다 보니 건물 밖이 한눈에 보이는데, 갈대숲과 빌딩 숲이 대비되는 게 재밌었다. 하늘공원에 가지 않으면 만질 일이 없는 갈대를 괜히 손끝으로 스쳐봤다. 바삭한 촉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도 좋았다. 잊고 지냈던 대학교 동기를 길거리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히 좋지만, 옥상과 달빛 사이의 틈은 이제 시작이다.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커플끼리 가면 꽁냥꽁냥 놀기에 좋을 것들이다.

입장한 후, 데스크에 가면 이렇게 생긴 아이템을 하나 볼 수 있다. 생소할 거다. 프링커라는 제품이다. 내가 작년부터 사고 싶었던 거라 이 공간에 오기 전부터 프링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꼭 한 번 써보려고 했다.

프링커는 쉽게 말해 타투 머신이다. 영구적인 타투와 달리 프링커는 잉크를 사용해 몸에 프린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쓰고 지우기 편하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선명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여름을 대비해 하나 사볼까 싶기도 하다.

프링커 타투를 한 후에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피크닉 패키지 박스를 받았다. 과일, 견과류 등 다이어터인 나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트렌디한 콤부차가 기본 구성품에 있다는 게 꽤 흥미로운 포인트.

나는 피크닉 박스를 들고 사방이 탁 트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취재를 이유로 아무도 없는 시간에 방문해서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이런 데는 데이트 하러 와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있었던 몇 차례의 소개팅이 떠오르며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길은 멀고 험하다.

빌딩 숲에서 갇혀 사는 사람들은 이런 뷰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뷰가 예쁜 곳에 가면 꼭 사진 인증을 하려는 것 아닐까. 출근과 퇴근, 등교와 하교 사이에는 뷰라고 부를 만한 게 많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멋진 풍경도 일상이 되면 마음이 시들해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그렇다. 여행이 길어지다 결국 삶이 되면 감동은 반감된다. 일상이 있어야 비일상이 존재하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어야 여행지도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거니까. 그래서 틈 사이를 유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온전히 속하지 않고 이곳과 그곳 사이 어딘가에 있을 때 우리는 더 쉽게 감동하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루프탑에 있는 ‘틈’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 지은 이름이다.

또 마음에 들었던 건 아이패드와 에어팟 맥스를 대여해 준다는 거였다. 아이패드 하나 던져주면 몇 시간이나 떠들고 노는 사람들이 바로 2021년의 어른들이다. 사람들은 모이면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요즘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좋아하는 영화와 가수 등. 내가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는지 들려주고 감정을 나누려 한다. 취향을 공유하기에 아이패드만큼 좋은 건 없다.

하지만 ‘이런 데까지 와서 굳이 아이패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짧은 시간만이라도 0과 1로부터 거리를 두고 아날로그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달빛 공방을 이용하면 된다.

알파벳 비즈, 컬러 참 등 다양한 재료들이 있다. 이걸 이용해서 팔찌, 반지, 마스크 스트랩을 제작하면 된다. 평생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지만, 팔찌 만들기를 시도했다.

내가 아는 단어로 무의식적으로 조합을 했는데 ‘People like my dad not you’라는 알 수 없는 문장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좋아해, 네가 아니라’. 이건 무슨 말일까. 사실 저걸 만들 땐 히어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는데, 지금 보니 이상한 문장이다.

루프탑의 하이라이트는 불멍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경수진이 테라스에서 불멍을 하는 걸 보고 똑같이 해보려고 에탄올과 내열유리, 자갈이 있는 불멍 세트를 산 사람이 바로 나다. 오후 6시, 이른 저녁이라 불이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에 불멍을 한다면 분위기가 너무 좋을 것 같다. 이런 거 스토리에 올리면 “헐 너 캠핑 감?” 같은 DM을 여러 개 받을 수 있다.

불멍도 불멍이지만 두둥실 뜬 보름달도 굉장히 포토제닉하다. 요즘 카페나 식당, 전시를 기획할 땐 포토스팟을 만드는 게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한다. 루프탑의 포토스팟은 바로 이 보름달이다. 보름달 앞에 측면으로 선 채로 사진 찍으면 굉장히 잘 나올 것 같다.

해가 저물면 보름달뿐만 아니라 루프탑 여기저기서 불이 들어온다. 노란 불빛으로 가득찬 루프탑은 낮에 보던 아기자기한 그곳과는 또 다르다.

갈대 사이에 숨어있던 꼬마 전구에도 불이 들어오고, 테이블 아래쪽에 숨어있던 달덩이도 은은한 빛을 낸다. 콤부차를 홀짝이며 멍 때리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실 내가 요즘 브이로그를 남몰래 준비하고 있는데, 이 루프탑이야말고 브이로그하기에 적절한 곳인 것 같다. 일상비일상의틈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유튜브 클래스를 자주 열고 있다.

일상비일상의틈 1층에 고퀄의 방송장비를 무료로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마련해놓았다. 예약 신청은 ‘일상비일상의틈’ 앱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고 하니, 나처럼 올해 목표가 브이로그 시작하기였다면 앱을 다운 받고 신청해보자. 신청도 무료다.

좋은 공간은 뭘까. 나는 ‘또 오고 싶다’, ‘같이 오고 싶다’ 두 개 중 한 가지만이라도 충족한다면 충분히 좋은 공간이라 생각한다. 루트탑, 캠핑 의자, 갈대숲, 불멍, 포토스팟 등 요즘 시기,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다. 그것도 강남역 한복판에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원해도 아무나 갈 수 없다는 것. 그게 옥상과 달빛의 틈을 더 가고 싶은 공간으로 만든다.


*이 글에는 일상비일상의틈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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