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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가공과 미학적인 구조의 걸작 톤암

조회수 2021. 04. 15.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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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d 1H

디지털 기기 중에도 세팅이나 디폴트 값 설정이 어려워서 리뷰가 쉽지 않은 기기가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기기에 비하면 쉬운 편이라고 하겠다. 포노 앰프만 해도 MC냐, MM용이냐에 따라 거기에 맞는 카트리지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카트리지 리뷰로 가면 일단 궁합이 맞는 톤암을 찾아서 장착하고, 이후에 오버행과 침압, VTA, 안티스케이팅, 애지무스를 맞춰야 한다. 당연히 카트리지의 출력과 임피던스에 맞는 포노 앰프가 있어야 한다. 다른 카트리지와 비교라도 할라치면 카트리지를 빼고 다시 장착하는 복잡한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만 한다. 그런데 카트리지 리뷰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톤암 리뷰는 우선 톤암 길이에 맞는 적당한 턴테이블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이 더 문제다. 톤암 축을 턴테이블에 고정을 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톤암을 턴테이블에 장착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앞서 카트리지 장착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톤암만 리뷰하는 것이 톤암과 턴테이블이 결합된 것을 리뷰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번거롭고 힘들다. 이렇게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리뷰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순전히 예전에 리드(Reed) 톤암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리드 톤암은 메커니즘과 음질이 기대를 품게 한다.

가라드 301과 토렌스 524 턴테이블이 12인치 롱암 세팅이 가능해서 어떤 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토렌스 524로 했다. 좀더 현대적인 소리의 턴테이블이 리드 톤암에 어울릴 것 같아서다. 원래 오토폰 RMG309 톤암이 박혀 있어서 뽑아내고 그 자리에 그대로 꽂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톤암 축 직경이 SME 톤암과 다르고, 오토폰 톤암과 다르고, 리드는 또 다르다. 톤암 마운트를 턴테이블 베이스에 고정하는 나사 구멍 위치도 다 다르다. 잘못하면 새로 구멍을 내야만 톤암 베이스를 고정할 수 있다. 사용할 것도 아니고 잠시 리뷰하는 톤암을 위해서 멀쩡한 턴테이블 베이스에 나사 구멍을 내야 하는 것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직경이 조금 큰 톤암 마운트에 맞춰서 끼워서 간신히 고정을 시켰다. 다행히 새로 나사 구멍을 내지 않고 장착이 되었다.

톤암은 암 파이프가 상하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 대략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짐벌 베어링과 유니 피벗(Uni Pivot)이 그것이다. 짐벌 베어링 방식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톤암이다. 짐벌 베어링 타입 톤암은 상하 움직임을 위해서 톤암 축 좌우에 2개의 짐벌 베어링을 사용하고, 좌우 움직임을 위해서는 톤암 축 안쪽에 역시 2개의 짐벌 베어링을 사용한다. 상하 움직임을 담당하는 베어링은 베어링 하나당 보통 4개나 그 이상의 작은 볼이 들어 있고, 좌우 움직임을 담당하는 베어링은 하나당 10개 정도의 작은 볼이 들어 있다. 결국 톤암 파이프가 움직이게 되면 최소 28개의 작은 볼이 움직이게 된다. 볼 하나당 최소 2개의 접촉점이 생기니 56개의 접촉점이 생기는 것이다.



짐벌 베어링 방식은 안정적이고 내구성이 좋지만 이렇게 무수히 많은 접촉 지점에서 생기는 소음 때문에 깨끗하고 투명한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것이 유니 피벗 방식이다. 단 하나의 접촉점을 사용해서 톤암 파이프의 상하 좌우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접촉점이 1개다 보니 소음 발생이 거의 없고, 그래서 투명하고 깨끗한 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일이 그렇듯이 하나가 좋으면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이다. 1개의 점에 톤암 파이프가 매달려 있다 보니 상하뿐만이 아니라 좌우로도 건들거리면서 수시로 움직이기 때문에 톤암 파이프의 좌우 수평인 애지무스가 수시로 미세하게 출렁거리게 된다. 

아날로그 애호가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음질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은 오버행이나 안티 스케이팅이 아니고 애지무스와 VTA 각도다. 그중에서도 애지무스는 좌우 측 채널의 밸런스 틀어짐은 물론 소리 자체의 찌그러짐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유니 피벗이라도 톤암 파이프가 가만히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카트리지 레코드 판 위를 긁으면서 엄청난 진동을 발생하기 때문에 톤암 파이프의 애지무스는 지속적으로 출렁거리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애지무스의 흔들림은 소릿골 소리와는 상관없는 소리를 만들어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리가 불안정해지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래험의 팬텀은 측면에 자석을 배치해서 자력의 당기는 힘으로 상하로 움직이는 걸 잡아서 애지무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자력으로 잡아준다고 해도 접촉하거나 지지해서 잡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지무스가 흔들리는 것은 줄어들기는 하지만 완전하게 없앨 수는 없다. 애지무스를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2개의 접촉점을 갖게 하면 된다. 한 발로 서 있으면 끊임없이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간신히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두 발로 서 있으면 앞뒤로는 모르지만, 좌우로는 흔들리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렇게 좌우 두 점으로 접촉하게 되면 좌우로는 전혀 흔들림이 없지만, 좌우로 회전이 불가능해진다. 좌우 회전을 위해서는 위와 아래에 중심축 두 지점에서 접촉하게 해주면 된다. 놀이터 가면 공처럼 생겨서 돌아가는 지구본 놀이기구가 있다. 지구본 놀이기구의 중심이 비어 있고 바닥의 중심에 두발로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구본 놀이기구 중심축 위와 아래에 접촉점이 있는 셈이다. 자! 이제 접촉점 수를 계산해보자! 좌우 두발로 섰으니 2개, 그리고 구형체의 상하 중심축에 2개의 접촉점이 있으니 총 4개가 된다. 이렇게 하면 접촉 4개로 애지무스의 흔들림이 전혀 없이 안정적인 상하좌우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이게 바로 4Point 톤암의 원리다.

리드 1H는 전형적인 4Point 톤암의 구조를 하고 있다. 좌우로 배치된 두 개의 지지점은 자력으로 당겨지게 설계해서 쉽게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래도 톤암 헤드셸의 손잡이를 잡고 사용을 하다보면 포인트에서 톤암 파이프가 벗어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톤암 손잡이보다는 톤암 리프트를 이용해서 톤암 파이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좋다. 상하 중심축에 있는 접촉점도 베어링이 아닌 보석을 가공해서 2개의 접촉점으로 좌우 회전이 가능하게 했다. 실제 리드의 1H 톤암을 보면 지구본과 같이 구형으로 디자인된 구체에 4Point의 접점이 배치되어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고 음향 에너지도 효과적으로 분산 처리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안티 스케이팅은 구체 바깥에 자석이 들어있는 나사를 끼우는 방식으로 조절하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걸로 안티가 걸리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수평을 잡고 톤암을 자유롭게 움직여보니 실제로 같은 자석의 극끼리 밀어내는 힘으로 안티 스케이팅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사를 조여서 구체에 가깝게 하면 안티가 세지고, 나사를 풀어서 구체에서 멀어지게 하면 안티가 줄어든다.

카트리지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까탈스럽지만 정확한 소리를 내주는 라일라(Lyra)의 라디안(Lydian) β로 정했다. 포노 앰프는 최근에 들인 야마하 HX-10000을 사용했다. 톤암 케이블은 일체형이라 따로 쓸 일이 없었다.

첫 곡으로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음반을 걸었다. 첫 음이 나오면서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음이 나왔다. 정확하고 단정하면서도 차갑지 않은 피아노 음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정교하게 가공된 4Point 톤암만이 가지는 정숙하고 깔끔한 음색에 배경을 지저분하게 하게 하는 노이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빈 공간을 재현했다. 건반의 터치와 터치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면서도 따로 놀지 않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톤암 자체가 가지는 노이즈가 지극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이올린은 어떨까 싶어서 정경화가 연주하는 비외탕(Vieuxtemps)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걸었다.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되면서 정경화 특유의 선열하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바이올린 선율이 느껴진다. 정경화의 연주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하이엔드 톤암으로 들으면 고음의 뻗침이나 특유의 선열함은 느껴지는데, 온기가 없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그래험의 팬텀이 그렇다, 세라믹 암 튜브를 채용하고 공진을 최소화시키는 설계를 한 탓이리라.



리드 톤암을 보고 있으면 정교한 가공과 미학적인 구조가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기계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외부의 디자인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리드의 톤암은 톤암 파이프를 금속이 아닌 소재를 쓰기로 유명하다. 코코볼로 같은 고급 하드우드나 카본 같은 재질로 암 튜브를 만든다. 금속으로 정교하게 톤암 파이프를 가공할 수 없어서, 이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1H 톤암의 경우는 카본을 톤암 튜브로 채용했다. 

만약 톤암 튜브를 티타늄이나 알루미늄 혹은 세라믹 같은 재질을 사용했다고 하면 그 소리가 상상이 된다. 서늘하고 차가운 음색으로 정경화의 바이올린 소리가 얼음칼이 폐부를 찌르는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리드 톤암은 공진을 제어하는 정교한 디자인, 정확한 트래킹,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위해서 구조적으로 이상적인 설계를 했다. 그런 바탕 위에 마지막 화룡점정 하듯이 카본 튜브를 채용해서 차갑지 않고 따뜻한 온기를 가진 아날로그다운 음을 내도록 했다.



대단히 정확하고 치밀한 사운드를 내는 톤암이다. 그러면서도 온기를 품은 음색을 내준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역시 리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요즘 초고가 아날로그 장비들이 뛰어난 해상력은 보여주지만, ‘과연 아날로그가 이런 것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리드 톤암은 그런 면에서 반갑고 귀한 존재임이 분명하다(최윤욱). 

수입원 에이엠사운드 (02)704-1478

가격 4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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