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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인님' 가볍게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조회수 2021. 04. 19.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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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역시 로맨스의 계절이다. 겨우내 추웠던 날씨가 점차 풀리는 걸 몸으로 느끼고, 꽃이 피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 괜히 없던 설렘도 생기는 기분이다. 지난 3월 말, 시기적절하게 방영을 시작한 MBC [오! 주인님]은 과연 시청자들의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데 성공했을까?

출처: MBC

유명 드라마 작가 한비수는 연애를 ‘안’하는 남자다. 남부럽지 않은 외모와 사회적 입지, 재력까지 갖춘 데다가 자칫 재수 없어 보일 정도로 자기애가 강하다. 그에게 연애는 귀찮은 감정 소모 행위에 불과하다. 그가 쓴 작품 또한 로맨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살벌한 스릴러뿐이다. 톱스타 오주인은 반대로 연애를 ‘못’하는 여자다. 대중에게 ‘로코퀸’이라 불리며, 작품 속 수많은 남자 주인공들과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의 주인은 아픈 어머니 때문에 연애를 할 여력이 없다. 주인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어릴 적 살았던 한옥집을 되찾아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뿐이다.


그런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한 집에 살게 된다. 비수가 살고 있는 집이 알고 보니 주인이 그토록 원했던 한옥집이었고, 비수의 어머니가 아들 몰래 이를 주인에게 판 것이다. 당장 쫓겨날 처지에 놓인 비수는 “이 집에서만 원고가 써진다”라며 동거를 제안한다. 결과적으로 해당 작품의 주연을 맡게 된 주인은 비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대략적인 인물 소개와 줄거리만 봐도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동거를 하며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는 이야기는 익히 봐온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과도 같은 서사 중 하나다. 느슨해질 수도 있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서브 캐릭터의 등장이나 주변인들의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출처: MBC

물론 ‘흥행 공식’이라는 말처럼, 정형화된 패턴을 따라간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다만 성공하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오! 주인님]은 주인공들의 케미스트리 외에 다른 요소들이 빈약해 ‘뻔한 로코물’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청률 1%대에 머물고 있다.


우선 일부 캐릭터들의 관계나 설정이 작위적이다. 두 주인공의 어머니인 강해진과 윤정화, 그리고 레코드 가게 사장 김창규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해진과 정화가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였던 건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비수가 20년 가까이 다녔던 단골 레코드 가게 사장인 창규가 알고 보니 해진의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틀에 박힌 듯한 조연급 캐릭터들의 로맨스도 아쉽다. 두 주인공만큼이나 주변 캐릭터들의 로맨스 서사도 장르의 재미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선 흥미롭게 다가오기는커녕 ‘있으면 좋으니까’ 의무적으로 넣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 주인의 오랜 ‘남사친’이자 비수의 연적이기도 한 정유진도 아직까지는 배우의 열연이 무색해질 만큼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딱히 돋보이지 않는다.

출처: MBC

반면 작품을 이끄는 한비수와 오주인의 매력만큼은 확실하다. 둘에게 온 힘을 쏟은 나머지 다른 이들의 서사가 빈약해진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인 서사가 알차고, 두 사람의 티키타카도 인상적이다. 여러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빛낸 이민기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남세희, [뷰티 인사이드]의 서도재에 이어 이번에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로맨틱하게 소화한다. 나나 역시 화려함 뒤에 쓸쓸함과 아픔을 감추고 있는 오주인이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안정된 연기력으로 그려낸다.


로맨스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와 갈등 요소가 준비된 점도 돋보인다. 일부 캐릭터의 설정 등은 아쉽지만, 비수의 교통사고 후유증과 같은 떡밥뿐 아니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소재들을 꺼내며 부족한 부분을 달랜다. 단순히 두 주인공의 로맨스만으론 16부작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작품에 다채로움을 더하려는 시도는 눈 여겨 볼만하다.

출처: MBC

지난 목요일(15일) 방영된 8회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 떡밥’이 공개됐다. 어린 시절 비수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한민준이 실은 친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 막장 드라마에서 볼 법한 ‘출생의 비밀’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소재이긴 하다. 이를 계기로 한비수와 오주인의 관계에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제작진이 준비한 회심의 한 방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이민기와 나나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기억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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