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로 결심한 이에게 사람들이 남긴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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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자살하는 날’
2019년 12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섬뜩한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본문에는 ‘꼭’이라는 한 글자만 적혀 있었죠.
남자일까, 여자일까. 학업에 지친 학생일까,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청춘일까. 아픈 사랑을 끝낸 연인인지, 삶의 무게에 짓눌린 가장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것뿐이었습니다.
‘누군가 죽음을 원하고 있다.’
이 글엔 순식간에 댓글이 200개 넘게 달렸습니다.
첫 댓글은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자살을 결심했다는 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무능한 내가 싫어. 뭘 해도 실패해 버리는 내가 혐오스러워.
남들도 나를 한심하게 보겠지. 잘하는 게 없는데 왜 살아야 해?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 것도 싫어.
나는 힘들어할 자격도 없어.
나한테 들어가는 모든 것이 아까워.”
옷깃 한번 스치지 않은 이에게 연민을 느낀 사람들은 이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12월 18일에 딸기 축제 갈래? 내가 사줄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하려는 걸 그냥 좀 미루라는 듯이 누군가 댓글을 남겼습니다.
“18일에 딸기 축제 가고 19일에는 나랑 바다 가자.”
하루 더 미룰 이유가 생겼습니다.
“나 21일에 생일인데 축하해 줘!” 이틀을 더 미뤄야 했고,
“나 25일에 월급날인데 맛있는 거 사줄게.” 나흘을 더 늦춰야 했습니다.
그 뒤에도 타인들은 이름 없는 그 사람의 계획을 자꾸 어그러뜨렸습니다.
“나 27일에 생일인데 아이스크림 케이크 나눠줄게.”
“헐, 나도 27일에 생일인데 나도 낄래!”
“우리 봄에 맛있는 거 잔뜩 먹자. 조금만 더 살자.”
위로의 글도 있었습니다.
“실패하면서도 분명 얻는 게 있어.
그게 네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야. 누구나 성공하는 속도는 천지 차이래.
단지 조금 느린 사람이 있을 뿐이야.”
이런 댓글 행렬이 마무리된 이후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게시판에 글쓴이로 보이는 사람의 글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고, 뒷이야기를 전하는 다른 이의 글도 찾을 수 없었죠.
댓글 중간중간에 답변을 적은 것으로 미뤄보아 글쓴이가 자신의 죽음을 만류하는 댓글들을 다 읽었겠거니 짐작할 뿐입니다.
12월 17일의 그 사람이 평안했기를.
18일에는 딸기 축제에 가고,
19일에는 바다를 보고, 21일에는 함께 생일을 축하하고,
25일 성탄절에는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기를.
그렇게 겨울을 지나고 봄을 넘겨 여름에도, 다시 겨울에도 느리지만 제 속도로 걸어가기를.
미래의 어느 해 12월 17일에는 <살게 된 날>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건 영화 속 어벤저스가 아니라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들을 쓰려 애쓰는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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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영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