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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김장하는 외국인 본 적 있니? 한국 러버 대한외국인 특집

조회수 2021. 4. 22.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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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대한외국인'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시국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선택한 그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서 사는 걸까. 그들이 태어난 나라는 한국과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그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 합정동 어느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인도에서 온 난디타와 스웨덴에서 온 오틸리야다. 둘은 부산에서 함께 어학당을 다니며 친해져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에 성공한 후에도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절친, 베프다. 여행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던 두 사람은, 지금 서울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대한외국인'이다.

난디타

난디타(Nandita Kothari, 26)는 한국어 신동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한국에 오기 전, 드라마로 알게 된 한국이 궁금해 홀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너무 잘한다고 느껴 한국어 끝장을 보기 위해 대한민국에 들어왔다. 인도에 있을 때부터 한식에 관심이 많아 미니 김장 5kg도 담아봤다던 그녀는 현재 서강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3학년생이다.


오틸리야

오틸리야(Sverige, 23)는 고등학교 졸업 후 BTS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한국에 왔다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친구는 스웨덴에 두고 직접 장학금 제도를 찾아 홀로 한국에 다시 왔다. 순대를 최애 한식으로 꼽는 그녀는 이제 부산을 제 2의 고향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난디타와 오틸리야

Q. 한국에 온 계기가 독특해요, 나니 씨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식을 만들었다구요?






나니) 네, 된장찌개, 짜장면도 만들고 김장도 했어요! 그래서 인도 집에 커다란 김치 통도 있습니다. 하하 고추장을 쓰면서 인도 음식과 결합한 퓨전 음식 같은 것도 만들어 봤어요. 맛이 완전히 똑같진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도 김장을 해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어요.

오틸리야) 맞아요. 저도 받았어요. 김치 너무 맛있어요. 웬만한 한국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어요.


작년, 나니가 한 20kg 김장

Q. 오틸리야 씨도 한식 좋아하세요?






오틸리야) 네. 너무 좋아해요. 특히 순대 너무 좋아해서 부산에서 꼭 순대국밥 먹어요. 부산에 사상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부전 돼지국밥> 추천해요. 부산에서 살면서 여러 군데 가봤는데 거기가 제일 맛있어요. 그리고 분식 순대도 좋아하고 순대 볶음도 좋아해요.






Q. 부산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 부산을 제 2의 고향이라고 한 건가요?






오틸리야) 그것도 있지만 제일 처음 여행한 곳이 부산이에요. 그리고 스웨덴과 비슷하게 소확행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비슷한 듯 다른 문화적 공통점이 있거든요.

나니) 맞아요. 아마 부산엔 바다가 있어서 더 여유롭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나니와 오틸리야가 함께 다녀온 부산 여행과 그들이 추천해준 돼지국밥
나니와 오틸리야가 함께 다녀온 부산 여행과 그들이 추천해준 돼지국밥
나니와 오틸리야가 함께 다녀온 부산 여행과 그들이 추천해준 돼지국밥

Q. 처음 기억이 좋았나봐요. 두 분 모두 여행 후 한국에 유학을 오셨는데, 한국의 어떤 점이 큰 결정에 영향을 줬을까요?






나니) 저는 처음 왔을 때, 모든 동네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도는 도시마다, 혹은 동네마다 백화점 같은 건 하나씩 밖에 없는데, 여기는 프랜차이즈 문화가 커서 어느 동네를 가든 다 있더라구요. 그래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안전하잖아요. 밤 늦게 돌아다녀도 괜찮고.

오틸리야) 저는 스웨덴 문화랑 한국 문화가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살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신기했던 게 식당에 가면 메뉴가 되게 적어서 놀랐거든요. 스웨덴은 옵션 선택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한국은 딱 하나만 시키면 음식이 바로 나오잖아요. 처음엔 스웨덴처럼 이것저것 다 주문해서 당황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Q. 한식이 아무리 잘 맞아도 고향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결하나요?






나니) 저는 토요일마다 인도 요리 클래스를 하니까, 거기서 만들면서 먹어요. 아니면 이태원에서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편이에요. 한국에 있는 인도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인도에서도 특별한 날 외식할 때 먹어요. 그래서 저는 집밥 먹고 싶어서 직접 해 먹습니다.

오틸리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스웨덴 식당은 너무 비싸서 이마트에서 재료 조금 비싸도 사서 집에서 해 먹어요.






Q. 그럼 인도에서 주식은 카레가 아닌 건가요?






나니) 카레보다 저희는 주로 야채를 많이 먹어요. 채식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는 감자 볶음이면, 다른 날은 시금치 감자 볶음. 거기에 렌틸콩도 단백질 보충을 위해 자주 먹어요. 인도에 렌틸콩으로 만든 팬케이크가 있는데, 한국의 빈대떡하고 맛이 똑같아요! 그래서 처음 먹었을 때, ‘어? 이거 인도 맛인데?’라고 생각했어요.






Q. 오틸리야 씨도 한국 음식과 비슷한 스웨덴 음식이 있나요?






오틸리야) 스웨덴 음식은 한국보다 담백한 편이에요. 그렇지만 굴라쉬(Goulash)는 찌개 같아서 비슷할 수 있어요. 스웨덴 음식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흔히 먹는 굴라쉬는 소고기 육수에 토마토 베이스로 만들어요. <부추공장>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 찌개가 맛이 진짜 비슷해요.


나니 씨의 고향 음식 Ragada Pattis, Pittod와 빈대떡과 비슷한 인도 음식 cheela, 굴라쉬<출처 = 나니, 트위터>

여자 셋이 음식 이야기를 하니 끝이 없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아르바이트로 외국인 집밥 쿠킹 클래스에서 강사를 하고 있어서인지 유독 먹는 이야기에 눈이 반짝였다. 한식으로 통하는 외국인이라니.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번엔 익숙한 듯 낯선 그들의 나라에 대해 물었다.


Q. 두 분의 나라를 소개해주세요.





나니) 제가 온 도시는 바도다라(Vadodara)라는 곳이에요. 인도가 워낙 넓어서 잘 모를 수 있는데, 뉴델리에서 기차로 8시간, 비행기로 1시간 걸리죠. 이곳은 특징이 있는데, 이민자들로 구성된 도시여서 다양한 인도 문화가 섞여 있다는 거에요. 음식도, 건물도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도시에요.


Vadodara - Lakshmi Vilas Palace

오틸리야) 저는 스웨덴 Växjö(벡셰)에서 왔어요. 스웨덴은 대도시 외에는 숲이 많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도시 외곽에 카페가 엄청 많아요. Fika(Fikabröd라는 빵 이름에서 유래)라는 문화가 있는데, 친구랑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시간 보내는 문화에요. 그래서 카페가 많은데 도시 밖의 시골 카페(Lantcafé) 가는 걸 추천해요. 어디든 있으니까 스웨덴 가면 도시만 관광하는 게 아니라, 시골 카페도 꼭 가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오틸리야가 직접 보내준 Fika를 즐기던 사진

Q. 어떤 나라든 굳어진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에요. 한국인들이 오해하는 각국의 사실과 다른 소문이 있나요?






나니) 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인도 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줄 아세요. 전부. 근데 잘하는 사람만 잘해요. 하하. 인구가 너무 많다보니 외국 사람들은 미디어에 노출된 것만 보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인도가 여성이 살기 위험한 나라라고 하는데 사실 저는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인도 너무 위험하니까 가면 안 돼’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에요. 저도 인도에서 살다 왔잖아요. 그렇게 무섭지 않아요.






오틸리야) 사람들이 스웨덴 같이 북유럽 사람들은 다 키 클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크긴 한데, 제 친구들은 작은 친구들이 많아요. 그리고 이케아! 한국 이케아도 스웨덴 이케아하고 똑같아요. 전 세계계 공통이에요. 다만 식당에서 파는 메뉴가 조금씩 달라요. 가끔 스웨덴에서 집집마다 이케아 가구가 있는지 묻는데, 네 많아요. 사실 이케아 가구 없으면 약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니까요.






Q. 인도하면 또 생각나는 게 계급사회에요. 실제로 겪어본 입장은 어떤가요?





나니) 안 그래도 어제 만두를 사는데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가 '인도 계급!'이라고 했어요. 하하 근데 사실 그것도 엄청 오래된 이야기에요. 지금은 오히려 돈, 수입에 따라 계급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한국과 비슷하죠. 저희도 돈이 많으면 High class, 적으면 lower class 이렇게 나뉘죠. 제가 볼 땐 middle class가 가장 많은 거 같아요. 카스트는 힌두교 사람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인도의 50~60%만 카스트가 있구요.



Q. 스웨덴 같이 북쪽 나라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신다는 소문이 있어요. 진실인가요?





오틸리야) 사실 한국 소주 맛있지만 그렇게 쎄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하하하. 주로 스웨덴 사람들은 보드카를 먹거든요. 그 유명한 앱솔루트(absolute)가 스웨덴 거에요. 모르셨죠?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은 무조건 금요일이나 토요일엔 파티 열어서 술 마시는 문화가 있어요.



Q. 한국에 오기 전 가졌던 선입견 같은 것도 있나요?





오틸리야) 사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한국 고등학생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엄청 힘들게 매일 공부만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한국 고등학생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고등학생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사실 확인은 못했어요.
나니) 근데 한국 고등학생이 엄청 바쁜 건 사실 같아요. 저는 드라마로 한국을 접했지만,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나요?





나니, 오틸리야) 오늘 이렇게 저희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편견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어요.


한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말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 유창한 한국어로 소통했고, 한국이라는 커다란 공감대 아래서 통하는 것이 많았다. 이래서 대한외국인이라고 하는 구나 싶었다. 가끔 해외에 나가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주로 'How do you think about North Korea?' 라던지, 'Do you know Kimchi?'의 굴레에 빠졌었는데, 이들과는 외국인이라는 타이틀만 빼면 여느 20대 또래 한국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두 사람이 각국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자신을 보는 사람마다 '인도 사람이면 수학 잘하겠네~' '인도에 계급있잖아요?' 같은 말을 듣는 게 익숙해보였던 나니. 사실 이런 류의 말은 누가 들어도 무례한 말이다. 가령,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하면 '대구? 대프리카 아냐?' '대구에서 왔으면 보수적이겠네' 등등 같은 말을 듣는 것과 같달까.





예전에 이주민이 주최한 토크쇼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한국인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먼저 찾아서 소통이 힘들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겉모습이 우리와 다르면 외국인으로 단정하고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했으니까. 다만, 이건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어딜가든 저런 사람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글을 본 독자들만큼은 길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면 '하이'라고 할지 '헬로우'라고 할지 고민하기 전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내 보는 건 어떨까. 알고보면 나보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대한외국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 신해린 여행+ 인턴기자
사진 = 유신영 여행+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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