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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35층 제한 풀면 공급 정말 늘어날까

조회수 2021. 04. 23.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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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층수 제한 완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발표했던 한강변 개발정책인 ‘한강르네상스’는 한강 이용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50층을 넘는 고층 아파트를 만드는 근거가 됐다. 그로부터 14년이 훌쩍 흐른 지금 35층으로 묶였던 한강변 아파트의 층수 제한 완화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데, 효과가 있을까.

출처: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선으로 ‘오세훈’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정책도 부활했다. 한강변 ‘35층 제한’ 완화다. 이 정책은 ‘2007년 오세훈 시정市政’이 발표했던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과 맞닿아 있다.


14년 전 오 시장은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 1㎞의 땅을 다시 만들고자 했다. 방법은 ‘용도 다양화’를 통해서였다. 쉽게 말해, 아파트가 늘어서 있어 ‘주거’ 용도가 강한 한강 지역을 ‘다양한 용도(공공·복합용도 등)’로 바꾸겠다는 플랜이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한 전략이 바로 ‘층수 제한 완화’다.


지금 핫이슈로 떠오른 한강변 ‘35층 제한’ 완화의 목적이 사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강변 경관을 가꾸기 위함이었다는 거다. 어쨌거나 이 아이디어는 2년 후인 2009년 오 시장이 발표한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으로 이어졌다. 

출처: 연합뉴스

용도를 다양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이때 발표됐다.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토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하면 층수를 무제한으로 풀어준다는 규제완화책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도입 취지가 달랐던 한강변 ‘35층 제한’ 완화 플랜은 서울 내 아파트 공급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곧바로 공급될까 = 애초 취지야 어찌 됐든 오 시장이 ‘층수 제한 완화’를 다시 외친 건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동시다발적인 공급’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층수 제한을 완화한다면 ‘공급가뭄’에 시달리는 서울 주택시장에 ‘단비’가 내릴까 전례前例를 보면, 빠른 주택 공급이 어려울지 모른다. 2009년 당시 층수 제한을 적용받을 수 있는 주거 지역은 총 5곳이었다. 한강에 접한 성수·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전략정비구역이다.


당시 이 구역에서 토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하고 층수 제한을 완화받은 아파트 단지는 ▲2015년 완공된 래미안첼리투스(25% 기부채납·56층) ▲서울숲트리마제(32% 기부채납·47층) 두곳뿐이었다.


예상보다 사업이 부진했던 건 층수 제한을 풀기 위해선 전체 사업지의 25% 이상을 공공용지로 서울시에 제공해야 한다는 기부채납 조건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조건을 두고 재정비 조합 내에서 갈등을 빚어 사업이 난항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당장 층수 제한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빠른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급효과 담보할 수 있나 = 앞서 언급했듯 오 시장이 다시 꺼내든 ‘층수 제한 완화’의 목적은 규제를 혁파해 시장에 공급 효과를 주겠다는 거다. 기부채납 조건 등으로 빠른 공급이 어렵더라도 층수 제한을 풀어 일정한 공급량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전달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먼저 통계부터 보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 준공된 아파트는 4만5630세대였지만 같은 기간 1만2481세대가 감소해 실제로 늘어난 세대 수는 3만3149세대였다. 


세대수가 증가한 만큼 멸실한 수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는 재개발·재건축의 층수 제한을 완화해주더라도 방식에 따라 공급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단 단독주택 구역을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으로 재건축하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서울 성수동 서울숲트리마제는 2017년 약 300가구 규모의 단독주택 지역을 688세대의 아파트로 만들었다. 공급량이 기존보다 129% 늘어났다.


하지만 다세대주택이 더 많은 곳을 재건축하면 단독주택구역보다 공급효과가 떨어진다. 2016년 완공한 마포구 현석동의 래마인마포웰스트림은 토지 25%를 기부채납하고 용적률을 완화받았다. 500여 가구가 있던 주거지역은 773세대의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했다. 기존 대비 공급량이 불과 55% 늘어난 셈이다.


경우에 따라선 ‘층수 제한 완화’가 공급물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2015년 완공된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는 기부채납을 통해 층수 제한을 완화받았지만 재건축 이전과 이후 세대수가 460세대로 똑같다. 


조합 측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대신 개별 세대의 규모를 키우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 사례는 ‘층수 제한 완화’가 반드시 공급량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기부채납 전제 지켜질까 = 이런 맥락에서 ‘층수 제한’을 완화하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그중 하나가 주변 시세를 흔들 것이란 우려다. 


예를 들어보자. 앞서 언급했던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는 2015년 완공 당시 3.3㎡(약 1평)당 5251만원에 실거래됐다. 당시 인근 아파트 단지의 3.3㎡당 실거래가(3370만원)보다 2000만여원 비싼 값이었는데, 한강변 56층이라는 상징성과 고급화로 가치가 뛰어오른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杞憂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층수 제한 완화’가 주변 시세를 부채질하기 어렵다. 


오 시장이 ‘층수 제한 완화’를 밀어붙일 때 정작 따져봐야 할 건 ‘기부채납’이란 전제를 유지하느냐다. 재건축 등의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부채납의 기준점을 낮추거나 은근슬쩍 빼버리면 ‘층수 제한 완화’는 개발가치만 끌어올리는 역효과만 낼 공산이 크다. 기부채납 기준을 유지하더라도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층수 제한이 완화된 아파트의 공원을 본 적 있는가. 공공성 회복 차원에서 조성한 공원인데, 한강변과 이어지는 길이 없어 가로막혀 있는 경우도 있다. 민간으로부터 기부채납받아 서울시에 넘어온 땅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층수 제한 완화는 숱한 문제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미디어에서 말하지 않는 ‘기부채납’이란 까다로운 전제도 있다. ‘층수 제한 완화’를 둘러싼 여야 논쟁이 좀 더 냉철하고 신중하게 전개돼야 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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