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왜 아무리 쫓아도 내 주변만 뱅글뱅글 돌까?

조회수 2021. 4. 23.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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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을 보라.

끊임없이 내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이 녀석은 쫓고 쫓아도 내 주변을 맴돈다. 

겁도 없이… 

유튜브 댓글로 “엘리베이터 앞에 보면 정 가운데를 기준으로 원을 돌며 그 궤도를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 꾸준히 파리들이 돌잖아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합니다. 센터인 곳만 있으면 어디든 빙빙 돌고 그 장소에서 멀어지질 않더라구요. 너무 걸리적거리구 짜증나더라구요.”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이 녀석들,,,짝짓기를 위한 거였어!

우리 주변을 끊임없이 뱅글뱅글 도는 파리. 

우선 이 녀석의 이름을 ‘집파리’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나방파리, 초파리, 똥파리 등 지구에는 15만종의 파리가 있기 때문.

아쉽게도 국내에선 집파리에 관한 기초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IH) 홈페이지에 ‘house fly(집파리)’를 검색했더니 4150개의 관련 논문이 나왔다. 

학자들은 파리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는 것을 ‘The territorial flight’라 부른다. 한국어로 바꾸면 ‘영역비행’. 

이 녀석들은 내 주변을 돌며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근 고구려대 곤충산업복지과 교수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럼요 모든 생물은 다 자기 영역이 있죠 특히 동물 세계에서는 상당히 강합니다.”

-김재근 고구려대 곤충산업복지과 교수

독일 튀빙겐 대학요헨 자일(Jochen Zeil) 교수는 1986년 수컷 집파리의 비행경로를 촬영·분석해 ‘수컷 집파리의 영역비행(The territorial flight of male houseflies)’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때 연구진은 파리들이 전등 같은 ‘랜드마크’를 정해 가로 50㎝, 세로 50㎝, 높이 25㎝ 정도 영역을 돌며 순찰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2~20초마다 한 번씩 비행 방향을 바꿨고, 방향을 틀 때는 한 번에 최대 95°를 틀어 버리니 우리가 볼 땐 한 영역을 뱅글뱅글 도는 모습이었던 거다.

영역 내에 다른 수컷 파리가 나타나자 격투전이 벌어졌다. 처음 순찰을 돌던 파리는 새로 온 파리를 격렬히 공격해 자신의 순찰 진로를 빼앗지 못하도록 했다. 

논문은 이 같은 영역비행이 짝짓기를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수컷 파리의 진입을 막고, 암컷파리와 함께 순찰의 기점이 된 ‘랜드마크로 착륙하는 것이 파리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주위를 빙빙 도는 파리들은 결국 짝짓기를 위한 영역 확보 순찰을 하는 것이었다.

도쿄공대 아키히로 다카하시 교수가 2007년 쓴 ‘자기회귀에 의한 집파리의 탐색행태 분석(Analyzing the House Fly′s Exploratory Behavior with Autoregression Methods)’ 논문은 파리의 뱅글뱅글 도는 행위가 음식을 탐색할 기회를 높여준다고 했다. 

먹고 번식하는 것. 파리는 그 단순한 활동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늘도 뱅글뱅글 우리 주변을 돌고 있다.

“집파리가 우리 인가에 모이는 이유는 먹이를 섭취하기 위해서 음식 냄새 분변 냄새를 좋아합니다. 파리는 소화능력이 좋아서 5분마다 분변을 놓거든요. 파리가 있는 곳은 파리똥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에요.”

-김재근 고구려대 곤충산업복지과 교수

집파리는 마음만 먹으면 최대 11㎞까지 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영역을 지켜 짝짓기에 성공하고 먹이를 찾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위해 우리 주변을 뱅글뱅글 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과연 무언가를 뜨겁게 갈구한 적이 있는가.(여러분의 구독과 알람설정은 뜨겁게 갈구

사랑과 번식을 위해 11㎞를 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한 파리. ‘파리 목숨’이라며 하찮게 여겼던 그들의 목숨 건 비행이 이렇게 숭고한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숙연해짐을 마다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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