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선 설거지할 때 정말 세제를 물로 헹구지 않을까?

세제 거품이 풀어진 물에 그릇을 담갔다 빼더니 

그냥 마른 수건으로 닦는다.

어어어어 뭐야 안 헹궈? 이게 설거지 끝이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에 나온 장면인데 유튜브 댓글로 “유럽에선 설거지할 때 세제를 물로 헹구지 않고 그냥 수건으로 닦는다는데 그래도 위생상 괜찮은 건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주방세제 뒷면을 보면 표준사용량이 표시돼 있다. 대체로 물 1ℓ당 세제 1~2㎖ 정도인데 이 농도에 맞게 사용하려면 물을 받아놓고 여기에 세제를 풀어 거품을 낸 뒤 수세미에 묻혀서 그릇을 닦는 게 좋다.

그런데 우린 대부분 설거지를 이렇게 하지 않는다. 수세미에 직접 세제를 두세 번 짜서 거품을 낸 뒤 식기의 이물질을 닦은 뒤 물로 헹궈서 마무리.

주방세제 업체들이 권장하는 설거지 방식과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는 설거지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해서 안 될 건 없다.

“물에 희석을 하거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세요. 성분이 강한 성분이 아니고 친환경 상품이기 때문에”

-A 주방세제 고객지원 담당자

그러나 서양에선 이런 식으로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드라마 ‘퀸스 갬빗’처럼 마지막에 물로 헹구지 않고 거품 세제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는 식으로 설거지를 하는데 한국과 서양의 설거지법이 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용하는 물의 차이. 한 주방세제 전문업체 고객지원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의 물은 석회질 물이라서 석회질 물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다시 한 번 씻어내리는 게 더 안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들은 이제 그냥 세제 묻은 거 닦고 그냥 보관을 해놓는 거구요. 우리나라는 그런 걱정 없는 물이니까 (거품을) 다 씻어서 놔주시는 게 좋구요.”

-B 주방세제 관계자

서양은 수돗물에 석회질이 많이 녹아있어 물방울이 증발하면 칼크(kalk)나 스케일(scale)이라고 부르는 흰색 찌꺼기가 남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수돗물로 헹구는 게 오히려 위생에 안 좋고, 마른 행주로 식기에 남은 세제거품을 닦아내는 게 더 위생적이라는 거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지 않아 거품을 물로 헹구는 게 낫다.

“이제 마지막에 헹구거나 할 때는 깨끗한 물로 다시 한 번 더 해주셔야 돼요.”

-B 주방세제 관계자

서양의 설거지법이 우리나라와 다른 두 번째 이유는 수도세.

주요 해외국가의 평균 수도요금은 톤(㎥)당 평균 1639원(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744원)보다 배 이상 비싸다. 

덴마크는 3790원, 독일은 3183원이나 하고 프랑스(2359원) 영국(2313원) 캐나다(2233원)도 2000원을 넘는다.

물이 부족하거나 수도세가 비싼 외국에선물을 받아놓고 설거지를 하는 게 물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터키에서는 서양식 설거지법과 우리나라 설거지법을 섞은 방식으로 설거지를 하는데, 물을 받아 세제를 풀어 그릇을 씻은 뒤 물로 헹구고 그릇에 남아있는 석회를 제거하기 위해 행주로 문질러 마무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설거지하면 일년에 주방세제를 한컵씩 먹게 되는 꼴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세제세척 후 용기재질과 헹굼시간에 따른 계면활성제 잔류량 변화’ 논문을 보면,

8㎖ 정도의 세제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7초 정도 헹궜을 때 계면활성제 일부가 검출됐다

그냥 흐르는 물에 한 번 휘리릭 헹궈버리면 안 되고 15초 이상 충분히 헹구는 게 좋다는 것이다.

만약 물을 받아놓은 뒤 여기에 세제를 풀어 설거지를 할 거면 참고해야 할 게 있다.

세제 푼 물을 장시간 방치할 경우 물에서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 점은 주의해야 하겠다.

“희석을 하시면 혹시라도 미생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그렇게 하실 경우에는 신속하게 사용을 권장 드리고 있습니다.”

-C 주방세제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