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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테슬라‧아마존'이 될 수 없는 이유

조회수 2021. 04. 2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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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쿠팡.)
쿠팡 로켓배송 차량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쿠팡의 성패는 결국 수익화 모델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연 수익은 언제부터 나기 시작할지, 또 그 규모는 얼마나 될지가 현재 쌓은 수조원의 적자를 합리화해 줄 최종 변명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이익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너무 멀면 버틸 체력이 부족할 수 있고, 반대로 흑자전환이 예상보다 빠르더라도 이익규모가 얼마 안 되면 소용이 없다.


쿠팡의 출혈경쟁 전략 성공여부는 ‘테슬라’, ‘아마존’의 사업전략 및 특징과 비교해 가늠해볼 만하다. 테슬라는 오랜 기간 적자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고, 아마존은 ‘이커머스(e-Commerce)’ 사업 적자를 메워줄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했다. 그러나 쿠팡이 과연 엄청난 장벽을 세울 만한 기술력을 보유했는지, 아니면 ‘존버(무작정 버티기)’할 만 한 충분한 현금이 있는지는 과연 의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쿠팡의 대규모 투자는 배수의 진을 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 적자를 감수한다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않고서는 수익화 모델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미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못 먹어도 고(GO)’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수익화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장기 투자자와 함께해 행복하다”고 동문서답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쿠팡은 테슬라가 아니야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존 유통 대기업들을 뿌리치고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풀필먼트(Fullfillment) 센터’다. 풀필먼트 센터는 쉽게 말하면 물류창고지만 상품의 입고부터 분류, 배송, 재고관리를 일괄적으로 손쉽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일반 물류창고와 완전히 차별화된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이 ‘빠른배송’으로 요약되고 있는 현재, 풀필먼트 센터는 이 빠른배송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자체 배송시스템 ‘로켓배송’은 풀필먼트 센터와 함께 시작됐다. 미리 판매가 예상되는 상품을 구입해 풀필먼트 센터에 저장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해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상품 주문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쿠팡은 '로켓배송’ 생활권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현재 전국에 100곳의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을 '로켓배송’ 생활권역으로 만드는 게 바로 쿠팡의 목표다.

출처: (사진=쿠팡.)
쿠팡 풀필먼트 센터.

쿠팡은 직매입 상품뿐 아니라 입점업체 상품에도 ‘풀필먼트 서비스’를 적용하는 사업에 나섰다. 올 초 택배 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하며 3자 물류사업(3PL)에 진출했다. 요약하자면 쿠팡이 보유한 풀필먼트 센터들을 활용해 물류 사업만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과연 쿠팡의 풀필먼트 센터 및 풀필먼트 서비스가 다른 사업자들과 얼마나 차별화되는 사업 아이템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쿠팡이 풀필먼트 센터를 앞세워 빠른 배송을 실현한 것은 물론 높은 평가를 받을 일이지만, 과연 다른 업체들이 쉽사리 도전하지 못 할 정도의 기술장벽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뒤늦게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기존 유통 사업자들도 비교적 손쉽게 풀필먼트 센터를 곳곳에 건설하며 추격에 나섰다.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마켓컬리, CJ대한통운 등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풀필먼트 내재화를 시작했다.


풀필먼트 센터 운영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수라지만, 범접하지 못 할 정도의 AI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 받지는 않는다. CJ, 신세계와 혈맹을 통해 쿠팡에 간접적으로 전쟁을 선포한 네이버는 물류 수요를 예측하는 자체 AI를 개발했다. 쿠팡과 비교해 어떤 AI가 뛰어난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쿠팡이 아마존을 따라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업체들도 쉽게 쿠팡을 따라하거나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 하란 법은 없다.


쿠팡처럼 오랜 기간 적자를 내면서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기차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무려 14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적자 60억8500만달러(한화 6조8000억원)에 달한다.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이 바로 지난해인데, 이마저도 전기차 판매가 아니라 탄소배출권 매각을 통해 거둔 성과다.

출처: 삼성증권.
글로벌 완성차 OVA 적용계획.

그렇지만 쿠팡의 연속적자 행진이 아직 테슬라보다 짧다고 안심할 수가 있을까. 테슬라와 쿠팡의 차이점은 바로 ‘기술력’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테슬라 외에 포드, GM,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테슬라는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시장이 전기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기모터로 구동해서가 아니라, 현재 핸드폰처럼 ‘모바일 디바이스(Mobile Device)’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풀필먼트 센터 기술력이 독보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2020년 4월 삼성증권이 작성한 리포트 ‘테슬라 클라쓰’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술은 도요타와 폭스바겐보다 6년이 앞서 있다. 모델3는 중앙 집중형 고성능 컴퓨터 ‘HW3.0’이 적용됐으며, 통합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Over The Air) 기능에서 타사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자율주행기술과 떼놓고 보기 어려운 만큼,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통합OS와 계속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삼성증권.
테슬라 하드웨어 3.0

쿠팡은 아마존도 아니다


그렇다면 쿠팡은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과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대부분 먹어치워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발간한 ‘아마존과 쿠팡을 통해 본 한국 온라인 소매유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쿠팡은 아마존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치열한 국내 시장 경쟁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50%에 근접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어려우며, 또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Amazon Web Services‧AWS)와 같은 캐시카우가 없다는 게 이유다.

아마존 2020년 사업보고서 갈무리.

아마존은 지난해 총 68억7000만달러(한화 7조6000억원)를 벌어들였는데, 이중 50%가 넘는 35억6000만달러(한화 4조원)가 AWS 사업부문에서 창출됐다. AWS, 북미, 해외 등 아마존의 3개 사업부문 중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처럼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다 보니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에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나신평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영업비용 1300억달러(한화 144조원) 중 대략 80%는 풀필먼트 비용 및 IT 인프라 설비 투자 등 고정비로 묶여 있다. AWS에서 나는 수익으로 투자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출처: 아마존 2020년 사업보고서.

그러나 쿠팡의 경우 현재까지 유일한 희망은 이커머스 사업이다. 이커머스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 하는 이상 회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풀필먼트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들에 진출하고는 있지만 아직 큰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등 변곡점이 될 만한 이벤트가 발생한 후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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