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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1등만 살아 남는다", 신세계가 '혈맹'을 맺은 까닭

조회수 2021. 4. 27.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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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네이버와 '세상에 없던' 커머스를 열다

연초부터 한국 E-Commerce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쿠팡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100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굴지의 한국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야 30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쿠팡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전략을 내세워야 할까?’라는 현실적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SSG닷컴 역시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남부럽지 않다. 매출액은 2019년 대비 53% 증가한 1조 2,941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손실 규모 역시 절반가량으로 축소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는 이마트가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문제는 충분히 좋은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주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91%yoy)은 물론 마켓컬리(+122%yoy) 같은 후발주자들 성장률 역시 SSG닷컴을 넘어서며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E-Commerce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이나 경쟁 상황 역시 치열하다. SSG닷컴과 이마트가 유통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지난 3월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사이에서 진행된 2,500억 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해당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1) 네이버와 이마트가 자사주(각각 0.24%/2.96%)를 활용하여 1,500억 원의 지분 교환을 진행했고, 2) 네이버(자사주 0.16%)와 신세계그룹 (보유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6.85%) 사이에서도 총 1,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기업 간의 주식 교환은 단순히 협력을 도모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에 그 의미는 크다. 그렇다면 양사는 어떠한 전략을 통해 Win-Win 시너지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일까?

해답을 알기 위해서는 네이버쇼핑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쇼핑은 2020년 거래액 28조원으로 국내 1위 E-Commerce 사업자다. 네이버 이용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이를 자연스럽게 쇼핑 서비스로 연동시킬 수 있었으며, 이는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은 두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관계로 1) 빠른 배송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2) 신선식품 취급 역시 불가능하다. 최근 국내 E-Commerce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배송과 신선식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네이버쇼핑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물류 투자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아무래도 인터넷 기반 회사다 보니 직접 오프라인 자산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NFA전략을 쉽게 요약하자면 각 분야에 역량있는 업체들과 연합군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빠른 배송은 국내 1위 물류업체인 CJ대한통운, 신선 배송이 필요한 영역은 신세계그룹과 협력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그리고 이에 앞서 CJ대한통운과 지분 교환을 단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전략은 SSG닷컴과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결합이다. 현재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는 8개가량의 업체가 입점했다. 브랜드 인지도 및 상품 구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아무래도 소비자들 인식이 아직까지는 네이버에서 장을 본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국내 대표 장보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SSG닷컴과 결합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다. 이에 따라 SSG닷컴의 거래액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워낙 쇼핑 플랫폼 간 고객 유치 경쟁강도가 심하다 보니 그동안 마케팅 비용 지출도 상당했다. 네이버를 이용하는 수많은 이용자가 유입되는 효과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손익 관점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다.

멤버십 통합혜택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최근 플랫폼 업체들 사이에서 멤버십 회원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대표적인 것이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과 네이버의 ‘플러스 멤버십’이다. 자사 플랫폼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고객 확보를 위해 집중하는 부분은 약간 다르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포인트를 중심으로 할인 및 배송 측면에서 혜택이 강한 반면, 네이버는 유료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콘텐츠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양 사의 멤버십 통합혜택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참고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이용 고객 수는 각각 2,000만 명, 5,4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우리나라 인구 대다수가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네이버의 기술력과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신세계그룹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사업의 주도권을 쉽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들의 경쟁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플랫폼에 종속되어버리는 현상이 유통업뿐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SSG닷컴을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들보다 네이버를 통해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SSG닷컴의 독자적인 경쟁력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강점, 특히 신선식품 부문 경쟁력을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 수많은 온라인 장보기 업체 중 한 곳이 아니라 쿠팡과 경쟁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로서 지위를 가져가야만 한다. 적어도 신선식품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갖고 있어야만 향후에도 네이버와도 동등한 사업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Commerce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격, 상품, 배송이다. 1) 가격은 더 이상 차별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온라인 비즈니스 특성상 할인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손익적인 부담만 줄 뿐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2) 상품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이미 큰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최초 할인점 업체인 이마트, 한국 최고 백화점 업체인 신세계백화점이라는 브랜드는 결코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수많은 PB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3)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아직은 부족한 배송부문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신세계그룹의 배송부문 투자가 없지는 않았다. 온라인전용물류센터 및 PP센터를 활용한 쓱배송은 분명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하루 배송 가능 물량은 13만 건에 달한다. 다만, 우리가 경쟁상대로 삼아야 하는 쿠팡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도 격차가 큰 편이며,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5조 원을 확보하며 추가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밝힌 만큼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자금은 무한정하지 않다. 그렇기에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한국 E-Commerc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만큼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신세계그룹은 자체 역량에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온라인 사업자와 손을 잡으며 분명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며 양 사가 협력을 통해 새롭게 펼쳐갈 그림을 기대한다.

유진투자증권 주영훈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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