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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점 종료 앞둔 신세계면세점 가보니 "그곳엔 현재도 미래도 없었다"

조회수 2021. 05. 03. 12: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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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면세점 르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면세점 일대가 새로운 관광 클러스터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2018년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오픈하며 신세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하지만 이 거창한 포부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남점을 오는 7월 17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해서다. 직원들의 숨소리만 맴돌고 있는 고요 속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가봤다.

‘고요.’ 조용하고 잠잠한 상태 또는 바람이 없는 상태. 4월 22일 낮 12시께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딱 그랬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직원들의 숨소리만 공허하게 맴돌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럭셔리부티크·잡화·화장품&향수)에서 2층(화장품&향수), 2층에서 3층(시계·주얼리·잡화)으로 올라갈수록 고요는 깊어졌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의 폐점일이 결정됐다. 2개월여 후인 7월 17일까지다. 강남점은 2018년 7월 18일 센트럴시티에 문을 연 시내면세점이다. 명동점에 이은 두번째 서울 시내면세점이었다. 단체관광객이나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이 강북권 시내면세점에 몰리는 걸 감안해 이곳에선 ‘객단가가 높은 개별 관광객’을 잡겠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작은 좋았다. 오픈 이틀 동안 평균 매출이 17억원에 달했다. 강남점보다 2년 전(2016년) 문을 연 명동점 첫날 매출(5억원)의 3.4배 수준이었다. 잘될 땐 하루 매출이 20억~30억원을 찍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매출은 2019년 3조3057억원에서 지난해 1조9030억원으로 57.6% 감소했다. 2019년 117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아예 적자(-427억원)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이 강남점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1년 동안 손님이 거의 없었다. 다시 하늘길이 열리면 수익성이 회복될 거란 생각에 기다려봤지만 그러기엔 고정비 부담이 컸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간 150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도 우리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이다.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엔 부작용이 특히 크다. 일단 면세점에 입점했던 브랜드가 나가면 향후 해당 브랜드를 다시 유치해야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브랜드 입장에선 수익성이 좋지 않아 철수했던 곳에 다시 입점하는 걸 꺼릴 수밖에 없어서다.

신세계면세점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는 게 신세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부터 운영 종료를 놓고 고민했지만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강남점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은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부작용은 또 있다. 직원들의 거취 문제다. 강남점을 닫으면 그곳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한순간 일자리를 잃는다. 현재 강남점엔 신세계디에프 소속 직원과 입점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측은 되도록이면 직원들을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강남점에 근무하고 있는 본사 직원들은 명동점을 비롯한 다른 근무지로 재배치할 예정이고, 협력업체 직원들도 가능하다면 함께 가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수익 악화로 문을 닫은 기업이나 매장에서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건 통과의례와 같아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면세점 일대를 관광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던 신세계의 빅픽처도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해 국내 백화점으론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찍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해도 면세점이 문을 닫으면 당초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눈앞에 펼쳐진 이런 부작용을 극복하고 다시 강남 관광 클러스터를 꿈꿀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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