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오전에도 40도 웃돌아'..기록적인 더위를 견디는 일본

조회수 2022. 7.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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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간 살면서 이렇게 무더운 6월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시원한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특수 점퍼를 입고 일하는 코이치 마루야마 씨

일본에 사는 마사야 마루야마와 그의 아내 준코, 동생 코이치는 모두 배관공으로 일한다. 이들은 작업용 밴의 뒷문 아래 앉아 오렌지 소다수를 들이키며 약간의 그늘이라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이세자키에서 만난 마루야마 가족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부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배관 작업을 하고 있었다. 11시쯤 되자 이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 온도는 섭씨 42도를 기록했다.

마루야마는 "전날 오후엔 47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 어떻게 일하느냐고 묻자 마루야마는 "무섭다. 이런 날씨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몸에 시원한 공기를 불어주는 전기 선풍기가 내장된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보였다.

지난 며칠 동안 지속된 폭염은 많은 일본인에게 낯설고, 때론 무서운 존재다.

원래대로라면 장마가 한창인 시기이지만, 현재 일본 전역의 하늘은 맑기만 하며 기온은 섭씨 30도대를 맴돈다.

심지어 이번 주 2번이나 40도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또한 공식적으로 측정될 온도일 뿐, 그늘에서 벗어난 곳은 체감 온도가 훨씬 높다.

일본의 기상학자 사야카 모리에 따르면 여름으로 접어든 지 얼마 안 됐지만, 일본 전역의 263곳에선 지난 6일간 그동안의 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한다.

일례로 수도 도쿄는 지난 30일(현지시간) 36.4도를 기록했는데, 기상 관측 기록이 남아 있는 1875년 이후 기록된 6월 기온 중 최고치다.

캡션: 현재 일본에선 기록적으로 무더운 6월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선 기록적으로 무더운 6월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본만이 고온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마도 놀라운 점은 현재 일본의 전력 수급 상황이다. 일본은 전등이나 에어컨 등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28일엔 전기 수요가 초저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력 사용률은 공급가능한 전력량의 97%까지 치솟았다. 이는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수치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등과 전기장치를 최대한 많이 "꺼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은 끄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난 2018년 폭염의 악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폭염이 일본을 덮쳤던 지난 2018년 노인 수십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2만2000여 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같은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일본 지자체는 노인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냉방" 센터를 개설했다.

도쿄 북부의 스미다구에 사는 86세 키요지 사이토는 냉방 센터에서 다른 80대 노인들과 쇼기(일본의 체스)를 즐기고 있었다.

일본의 많은 노인들이 그렇듯, 사이토는 에어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이토는 "올해는 한 달에 전기요금이 3~4000엔(약 2만8000~3만8000원) 정도 든다"면서 "노인들이 낮에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유키마사 나카노(81) 씨는 자신은 아침엔 1시간, 저녁엔 3시간 정도로 에어컨 사용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80년간 살면서 이렇게 무더운 6월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함께 쇼기를 두고 있던 키요지 사이토는 "나는 혼자 살기에 에어컨 가동이 낭비처럼 느껴진다"라면서 "그러나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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