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

조회수 2022. 1. 10. 1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변하지 않은 것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불타는 승리욕과 타격감으로 스타덤에 오른 젊은 선수가 전 국민의 마음을 훔친 지도 어느새 13년이 흘렀다. 스물넷 피 끓는 청년이 30대 후반 관록의 베테랑이 됐으니 그간 수많은 일을 겪은 게 당연지사. 익숙했던 붉은 유니폼 대신 주황색, 버건디색 상의를 입는 굵직한 변화도 있었고, 때론 부상과 크고 작은 악재를 겪으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라운드에서 악착같은 모습은 어릴 적 그대로였다. 변함없이 매 타석과 누상에서 모든 걸 쏟아 부어온 결과 2,000안타와 400도루라는 금자탑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갖은 변화와 시련에도 묵묵히 레전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전히 ‘국가대표 외야수’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이용규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Chanwoo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김세연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근성으로 박수를 받아 온 베테랑이 있습니다. 어떤 공이든 커트해내는 정교한 타격과 ‘날쌘돌이’라고 불릴 만큼 빠른 발에 수많은 야구팬이 열광해왔는데요. 그런 그가 지난 시즌에는 영웅 군단에 깜짝 입단해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번 ‘더그아웃 스토리’의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 선수입니다.

#가정의 히어로

63호(2016년 7월호) 표지 모델로 출연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됐네요. 팬들께 인사 부탁합니다. (11월 26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용규입니다.

시즌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네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육아하면서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12월이 되면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고 계획을 잡고 있어서 그때까지 남은 기간 잘 쉬려 하고 있습니다.

서울팀으로 이적했지만, 가족들과 사는 집은 아직 대전에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지금은 대전에 내려와 있고, 시즌 중에는 서울 부모님 댁에서 지냈습니다.

최근 유소년 야구 교실에 일일 코치로 재능기부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어떻게 좋은 일에 동참하게 됐나요?

서산 리틀 야구단에서 일일 코치를 했는데, 감독이 저랑 절친인 최진행 전 선수라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다녀왔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느껴요. 어린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또 귀엽기도 했고요. 장차 프로가 될 미래들이니까 잘 컸으면 좋겠어요.

첫째 아들 도헌이가 벌써 아홉 살이더라고요. 혹시 야구를 하고 싶어 하진 않나요?

도헌이는 성향이 예체능 쪽으로 가야 할 거 같긴 한데, 운동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조금만 뛰면 힘들어하고, 별로 안 좋아하고요. 그런데 비주얼이 너무 괜찮아서 장난삼아 아내한테도 “연예계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했어요. (아내 분이 연예인 유하나 씨기도 하고, 워낙 부모님의 유전자가 좋잖아요. 혹시 방송인의 끼가 보이기도 하나요?) 자식이 특출나 보이는 건 부모들이 다 똑같지 않을까요? 노래도 좋아하고, 드라마나 영화 볼 때 되게 집중력이 높더라고요. 커서 연기자 하라고 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니 얼른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도헌이가 작년 방송에 출연해서 아빠에게 “야구 오래 해서 휴대폰 좋은 거 사달라”며 애교를 남겼는데 부탁을 들어줬는지도 궁금해요.

해줬죠. (웃음) 최신형 아이폰으로 사줬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땐 없나요?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사실 제가 야구 외적으론 체력이 좋지 않아요. 그래도 첫째 등교시켜주고, 학교 끝나면 데리러 가고, 또 둘째와도 같이 놀아주는 등 아빠로서 해야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가족과 거의 떨어져 있다시피 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더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느껴요.

야구 외적으론 체력이 안 좋단 말이 재밌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떨 때 피곤하던가요?

요즘 너무 잘 자요. 원래 저녁 6시면 항상 경기가 있곤 했는데 패턴이 바뀌어서 그런지 그 시간에 방에서 그냥 자게 되고요. 와이프가 신기해할 정도로 낮잠도 잘 자요. 안 움직이고 쉴 때가 많은데, 그러고 있다가 아이들이 오면 살짝 처진 상태로 놀아줄 때도 있고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는데, 다시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가족들과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그것보단 제가 벌써 와이프와 결혼 10주년이 됐거든요. 10주년인 만큼 둘이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한화 이글스와 작별하고 새로운 팀에서 맞이한 시즌이었어요. 계약하기 전에 그 팀이 키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못했죠. 당시 계약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 앞이 캄캄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어요. 다행히 키움에서 빠르게 연락이 왔고, 다른 팀의 연락을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고마운 마음이 커서 금방 결정을 내리고 한 이틀 뒤에 연락해서 바로 계약했어요.

새로운 팀과의 궁합이 꽤 잘 맞아 보였어요. 일 년간 함께하며 느낀 히어로즈의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잘 버티는 거예요. 힘든 상황이 와서 어려울 듯하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더라고요. 그게 가을야구를 꾸준히 하는 키움이란 팀의 장점이 아닌가 해요. 올해 힘든 일들을 잘 이겨낸 만큼 내년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녹슬지 않은 모습으로 본인의 건재함을 증명하기도 했어요. 어떤 부분에서 잘 됐던 거 같나요?

마음을 비웠던 게 좋게 작용했어요. 사실 초반에 부진했을 땐 더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 컸거든요. 슬럼프가 두 달씩이나 갔는데 성적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런데도 감독님과 코치진이 믿고 기용해주다 보니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졌어요. 그 과정에서 마음을 편히 먹으니 긍정적인 변화가 따라온 게 아닌가 싶어요.

시즌 내내 방망이가 단 한 번도 부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어요. 정말 진기한 일인데 여러모로 운도 따른 해였을까요?

저도 프로에서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배트가 좋아진 건지 아니면 제가 잘 맞춘 건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경기 중엔 단 한 번도 안 부러지더라고요. 아마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타자들은 매년 방망이를 여러 개 준비해둔다고 하던데 부러지면 아깝다는 생각도 드나요?) 잘 맞고 있는 배트는 좀 더러워져도 잘 닦아서 계속 사용하곤 하는데, 그 방망이가 부러지면 굉장히 아쉽죠. 매년 타자들은 같은 모델을 열 자루씩은 준비하는데 보통 일고여덟 자루 정도는 부러지는 게 정상이거든요. 참 진기한 일이죠.

개인 성적도 좋았지만, 팬들은 항상 1루까지 전력 질주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도 크게 감명받은 듯해요.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붓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사실 항상 전력으로 뛰는 건 아니에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안일한 플레이가 나오고 무의식중 설렁설렁 뛰기도 하죠. 그래도 한 번이라도 더 최선을 다하고,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최대한 많이 보여줘야겠단 마음이 있어요. 팬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겠죠. 그래서 되도록 열심히 뛰고, 타석에서 상대 투수와 끈질기게 싸우려 합니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본인에겐 3년 만의 가을야구였는데 아쉽게 더 높이 올라가진 못했어요. 1차전을 이긴 만큼 더 아쉬움이 컸겠어요.

오랜만이었던 만큼 포스트 시즌을 오래 즐기고 싶었는데 아쉬웠죠. 또 후반기 막바지에 제 타격감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기세가 꾸준히 이어져서 좀 더 많은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내년에는 좀 더 오래 해서 올해의 아쉬움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리드오프로서 2경기 9타석 5출루를 해내며 좋은 컨디션을 뽐냈어요. 어떤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는지요.) 굉장히 여유가 있었어요. 상대 팀 두산 베어스의 선발 투수가 두 경기 다 어린 친구들이기도 했고, 타석에서 급해지면 안 된다고 계속 의식하고 있었어요. 컨디션이 좋다는 걸 스스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분하게 타석에 임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본인과 이정후 선수가 외야 두 자리를 굳건히 맡았지만, 남은 한 자리는 내년의 숙제로 남았어요. 후배들의 분발이 필요할 텐데 어떤 조언을 남길 수 있을까요?

조언보다는 마음가짐에 관한 얘기랄까요. 기회는 당연히 찾아오는 게 아니거든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좋은 선수고, 욕심을 낼 줄 알아야 나중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어요.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겠지만, 당연한 건 당연한 거고. 다들 욕심을 더 갖고 악착같이 노력해 자리를 잡았으면 하죠.

이용규 하면 빠른 발도 빼놓을 수 없는데, 올해도 16도루를 기록했으나 예년에 비해선 시도 횟수가 줄긴 했어요. 다쳤던 때를 제외하면 20회 이하로 시도한 건 처음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젠 나이도 있고, 또 제 뒤에 김혜성과 이정후라는 뛰어난 좌타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두 사람이 1, 2루 간으로 타구를 잘 보내거든요. 제가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지 않고 1루에 있다 보면 상대 1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타구가 빠져나갈 공간이 넓어져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죠. 또 이제는 과감함과 무모함을 어느 정도 구별할 줄 아니까 도루를 자제한 것도 있는데, 안 그래도 시즌을 마치고 조재현 주루코치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내년엔 올해보다는 좀 더 자주 뛰지 않을까 예상해요.

#뒤따르는 이들을 보며

10여 년 전 KIA 타이거즈 시절엔 이종범 현 코치와 외야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올해는 그의 아들과 뛰었어요.

이종범 선배님과는 종종 통화하거든요. 안부 차 연락할 때마다 고맙게도 항상 좋은 말을 해주시죠. 사실 키움에 와서 정후를 특별히 챙긴다거나 크게 도움을 준 건 없었지만 제가 옆에 있는 거 자체를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해주시니까 저도 굉장히 감사했죠. 이미 매우 훌륭하니까 어떤 조언이 필요한 후배는 아니고, 인성도 실력도 너무나도 잘 성장해줬으니 대견하고 멋있죠.

아마 이정후 선수도 이용규 선배를 보며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타자 이정후에 대해선 너무 뛰어나다고 이미 여러 번 말했는데, 그러면 원조 국가대표 외야수가 보는 ‘야수 이정후’는 어땠나요?

타격이든 수비든 최고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고, 이미 충분히 정상에 있다고 볼 수 있죠.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앞으로도 더 성장해나갈 거로 생각해요. 만일 정후가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 계속 우리나라에서 뛴다면 타율, 안타 등 기록 대부분을 다 깰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근데 실력이 워낙 좋아서 아마 해외 진출을 할 거 같아요. (웃음)

워낙 경험 많은 고참이니 팀에서도 선배 역할을 잘해주길 많이 기대했을 거예요. 팀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요?

올해 목표가 ‘내 감정을 표출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원래 경기 중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어느 정도 표현을 하는 편이었는데, 고참이 되니 내 감정 표현에 어린 친구들이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더라고요. 어릴 때 저 역시 경험하기도 했고요. 올해는 경기장에서, 또 더그아웃 안에서 화를 낸 적이 정말로 단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박수도 많이 쳐주며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려 노력했고, 상황마다 어떤 플레이가 좋은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에선 조언도 해줬죠. (정말 사려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적인 도움은 분야마다 있는 훌륭한 코치님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이고, 기를 살려주는 게 고참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죠. 연패에 빠졌을 때 다시 할 수 있다고 한마디씩 더 해주고, 다독여 주는 거요.

한화 시절엔 스프링 트레이닝 룸메이트 노시환 선수가 그랬듯 ‘이용규 바라기’ 후배들이 있었어요. 키움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했나요?

아무리 편하게 하려고 해도 아직은 어려워하죠.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뽑자면 개막 전부터 혜성이와 진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함께 훈련하며 장차 대성할 수 있겠다는 걸 느꼈거든요. 올해 혜성이가 타율 2할 9푼대에 굉장히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3할 문턱을 넘지 못하니 스트레스도 받고 예민하기도 했는데, 충분히 3할 이상을 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타율 관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격려해줬죠. 결국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하고 도루왕도 차지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더 뿌듯하더라고요. 덧붙여 아까도 말했듯이 혜성이도 욕심을 더 크게 가졌으면 해요. 우리나라에서 TOP3 안에 드는 내야수가 될 자질이 충분하거든요. 분명 크게 될 수 있을 거예요.

김혜성 선수는 후반기에 역대 최연소 캡틴으로 뽑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본인도 주장 역할을 해본 만큼 어려움을 알 텐데, 어떻게 힘을 실어주려 했는지요.

큰 조언을 한 건 아니지만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냈어요. 어린 주장이지만 무시하지 말고 다 같이 존중해주자고요. 어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일 때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존중해주고 주장의 목소리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준 덕에 무사히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혜성이에게도 결국 주장이란 역할을 맡았으니 나이와 상관없이 팀을 위해 하고 싶은 얘기들은 하자고 다독여줬어요. 저 말고도 박병호 선수도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요.

#레전드의 길로

올해 키움의 스프링 트레이닝은 고척 스카이돔이 아닌 전남 고흥에서 하는 게 유력하다고 해요. 예년보다 비교적 덜 따뜻한 곳에서 준비하게 됐는데 어려움은 없을까요?

걱정보다는 매년 기대로 임하죠. 날씨가 비교적 춥더라도 몸을 만드는 데 크게 무리가 될 정돈 아닐 거예요. 주어진 환경에 맞게끔 스케줄을 잘 짜고 충실히 소화하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기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체중 변화에 예민한 편이에요. 시즌 중에는 최대 73kg을 절대 안 넘기려 하고, 70kg보다는 높게 유지하려 해요. 또 경기를 앞두고는 잘 안 먹어요. 다 끝나고 난 후에는 잘 먹는데, 경기 전에 배가 찰 정도로 먹으면 몸이 무거운 기분이고 소화가 잘될지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딱 필요한 음식만 섭취하고, 꼭 먹고 싶은 건 퇴근하고 나서 찾습니다.

현재까지 통산 1,986안타로 2,000안타가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1,000안타를 기록했을 때 ‘아, 2,000안타 꼭 달성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부상이나 이런저런 사정도 겪으며 1,000개에서 2,000개까지 가는 시간이 예상보단 좀 지체됐네요. 여러 대단한 타자가 먼저 이뤄낸 기록이지만 제겐 나름대로 특별할 거 같아요. 프로에 들어왔을 때도 신체 조건이 왜소하니 성공하지 못할 거란 얘기도 여러 번 들었고, 쉽지 않을 거란 시선도 많았고요. 그런데도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연구하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마침내 2,000안타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자랑스럽지 않을까 해요.

통산 400도루도 가시권에 있어요. 지금까지 379개를 기록했거든요. 2,000안타에 대한 욕심은 예전에도 몇 차례 밝혔는데, 도루 기록은 어떨지 궁금해요.

400개까지는 채우고 싶죠. 2,000안타에 400도루, 눈앞에 보이는 기록이잖아요. 외야수 중 이 두 기록을 동시에 달성한 선배님들이 얼마나 있는진 잘 모르지만, 꼭 해내고 싶은 마음이죠.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우승이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나왔어요. 엄청 간절해 보여요.) 사실 제가 그려온 미래가 유한준 선배의 모습이거든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꼭 마지막으로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은퇴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제가 앞으로 1년을 더 할지, 2년을 더 할지는 제가 하기 나름인 거고, 은퇴하기 전에 우승 한 번 꼭 해보는 게 마지막 꿈이자 소원이죠.

키움에 합류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내년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클 거예요. 어떤 각오로 다음 시즌을 맞이할 건지 전해주세요.

일단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3할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던 적이 없었는데, 내년엔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 또 내년엔 더 자주 뛰어보자고 주루코치님과 얘기한 것도 있으니 지금의 성공률을 유지하면서 20개 이상 해내고 싶어요. 내년이면 벌써 38살인데, 나이에 대한 팬분들의 고정관념을 제가 깨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꼭 해보고 싶고요.

보통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남기지만, 이번엔 특별히 항상 본인의 편이 돼주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해볼게요.

벌써 10년 동안 언제나 이용규라는 사람을 꿋꿋이 지지해주고 내 편이 돼주는 와이프, 하나 너에게 100번 말해도 부족할 만큼 고마워. 자꾸만 빚을 지게 되는 기분이 들곤 해. 남편을 위해서 자기가 해오던 걸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항상 나를 위해줘서 참 고맙고 미안해. 그리고 또 우리 첫째 도헌, 둘째 시헌이는 자주 보기 힘들고 잘해주지 못하는 아빠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맞이해줘서 참 행복하고, 보면 언제나 웃음이 나. 세상에 태어나 준 거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 멋있는 아빠가 될 테니 지금처럼 예쁘게, 예의 바르게 커 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너희 편이 돼줄게. 우리 아들들 그리고 와이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29호(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www.tv.naver.com/dugoutmz
카카오톡채널  www.pf.kakao.com/_xgVxgxfC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