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조언을 듣는 이유

조회수 2022. 3. 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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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프로파일링이 범죄 수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집중하는, 사실 기반의 드라마다. 한국에서 이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범죄행동분석관들의 고민을 담아낸다. 추격전이나 범인 시점의 사건 현장 조명 등 기존 수사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악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범죄행동분석팀의 하영(김남길), 영수(진선규), 우주(려운)가 살인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현장에 빠르게 뛰어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기동수사대와 차이가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이들의 목표는 이미 발생한 사건의 범인을 잡아 해결하는 것 그 이상이어서 어렵다. 범인이 잡혔더라도 뒤에 발생할 유사 범죄를 걱정하고, 연쇄살인범이 발생할 것임을 예견한다. 다른 경찰들은 이런 추측을 곱게 보지 않는다. 게다가 경찰이 직접 교도소로 범인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그에게 영치금을 주는 등의 호의를 베풀면서까지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일로 여겨진다. 

‘살인범의 이야기를 조언 삼아 범죄 해결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범죄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시간을 내는 이유는, 더 중대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것은 실체 없이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수많은 범죄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방송화면

그럼 범죄행동분석팀은 강력범죄자를 무엇으로 규정할까. 이들은 범죄자를 단순한 괴물로 조명하지 않는다. 그들을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다른 범죄의 예방이나 추가 범죄에서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이 방송을 거듭할수록 드러난다. 현실에서 강력 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회의 반응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드라마는 경찰과 범인의 심리전, 추격전뿐 아니라 많은 양의 대사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악이 어떻게 출발하고 나아가는지, 범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말한다. 빠른 사건 해결이 우선시되는 경찰 조직에서 범죄행동분석팀이 원하는 절차는 일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기꺼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범죄의 실체, 그 배경까지 그려내고자 한다. 단지 악마의 마음이 아닌, 악 자체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SBS 금, 토 밤 10시 방송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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