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BJ 테디윤

조회수 2022. 5. 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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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야구 보실래요?

무관중 경기, 응원 제한 등 지난 2년간 직관에 많은 제약을 받았던 야구팬들. 응원석에서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고 꾸짖으며 동지애를 키운 순간들이 너무나 그리웠다. 이런 팬심을 달래준 보물 같은 채널이 있으니, 바로 ‘아프리카TV 편파 중계’다. 각 팀 담당 BJ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적절한 타이밍의 응원가 BGM, 팬들의 실시간 채팅으로 이뤄진 편파 중계는 마치 응원석에서 다 같이 직관하는 기분이 들게끔 한다. 이번 ‘더그아웃 인사이드 더 파크’에선 선수 경험과 세이버메트릭스 분석을 녹여낸 수준 높은 중계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BJ 테디윤(본명 윤동현)을 만나봤다. 테디윤이랑 더 재밌게 야구 볼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야구 입덕 상

벚꽃이 온 거리를 가득 채운 화사한 봄날. 스튜디오를 찾은 테디윤을 보는 순간 왜 그가 아프리카TV 편파 중계 BJ 중 최고 훈남으로 꼽히는지 알아챘다. 190cm에 달하는 훤칠한 키에 생글생글 웃는 얼굴까지. 많은 이를 야구에 입덕시킬 상이로다.

만나서 반가워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4월 11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아프리카TV에서 KT 위즈 담당 편파 중계를 하는 BJ 테디윤입니다. 2015년에 KT가 KBO리그에 진입했을 때부터 함께하고 있고, 한때 인천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사이드암 투수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131호(3월 호) ‘더그아웃 먼슬리’에서 ‘22시즌 KBO리그 5강 예측’을 했죠. 얼마 전이 개막이었는데 예측대로 진행되는 것 같나요?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 진행되는 거 같고 SSG 랜더스가 정말 잘하고 있어요. 투타 모두 리그 정상급 성적이에요. 반면 NC 다이노스는 시즌 초반 주전들의 이탈로 성적이 저조해요. 아직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에요. (디펜딩 챔피언이자 본인의 담당 팀인 KT도 초반에 고전하고 있네요.) NC와 마찬가지로 급작스러운 전력 이탈이 커요. KT의 타선이 강타선이 아닌 데다가 중심 타자인 강백호가 부상으로 리그 중반까지 이탈하잖아요. 그래서 기대치를 좀 더 하향해야 할 거 같아요.

본지 네이버 포스트에 “롯데 자이언츠는 왜 없나요?”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롯데는 왜 5강 예측에 없었나요?

아직 물음표가 많은 팀이에요. 주전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보이고 딕슨 마차도의 공백이 클 거로 예상해요. 그래도 올해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번에 외야 펜스를 높였기 때문에 투수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죠. KT에서 이적한 이강준, 최건을 비롯해 빠른 공을 가진 유망주를 많이 영입했는데, 그들과 높은 펜스는 궁합이 좋아요. 구속이 빠른 투수들은 피홈런의 부담이 적어지면 높은 존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롯데 담당 BJ 서정민코치와 친분이 있는데 섭섭해하지 않을까요?) 정민이는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라서 괜찮아요. 아마 그 친구도 롯데가 상위권에 들어가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단 걸 잘 알 거예요. 그래서 방송 중에 롯데를 많이 혼내고요.

#단짠단짠 BJ

편파 중계에선 담당 팀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는다. 잘했을 땐 칭찬하고 어이없는 플레이엔 따끔한 질책도 한다. 특히 테디윤은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다. 그의 설명에는 증거가 있으며, 매번 논리적으로 뼈를 때린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도 그의 설명이 더해지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프리카TV 편파 중계 BJ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근무하던 광고 대행사 과장님이 KT 담당 편파 중계 BJ를 모집하는 걸 보고 제게 추천해줬어요. 그래서 한 게임 행사에서 제가 MC를 봤던 영상으로 지원했고, 선발됐어요. 제가 선수 출신이라 지식이나 관심도가 높을 거란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나 봐요. 지원자들이 시범경기 때 테스트 중계를 했는데 그때 제 방송의 시청자가 높게 나오기도 했어요.

일반 중계와 달리 편파 중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소개해볼까요?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거죠. 직관 가서 친구들과 함께 보는 느낌이에요. 다들 공감대가 형성돼서 동지애를 느끼는 게 가장 큰 매력이고, 또 팀마다 세세한 부분들도 다룰 수 있죠. 이길 때는 다 같이 행복회로도 돌렸다가 질 때는 채팅창에서 “뭐 하는 거냐? 야구 그만 해라!”라고 과격하게 혼내기도 해요. 그런 게 하나의 관람법이자 팬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잖아요.

1인 미디어 활동을 위해 갖춰야 할 장비와 재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성능 좋은 컴퓨터 한 대랑 기본 조명 정도면 가능해요. 한 3, 400만 원 정도면 충분하죠. 또 요즘 스트리머 시장이 엄청나게 커져 버려서 확실한 변별력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게 상황을 설명하고 말을 재밌게 하는 건 필수죠. 또 댓글을 보고 그에 맞는 소통도 해야 해요. 저는 세이버메트릭스 기반 중계로 차별화를 뒀는데 가끔 “수업 같다. 설명충이다”란 말을 듣곤 해요. 유독 좋아하는 분도 가끔 있지만 아직은 마니아적인 측면이 강해 보여요.

본인이 생각하는 세이버메트릭스란 뭔가요?

선수가 실력 대비 평가절하당하거나 너무 고평가되지 않도록 하는 도구예요. 예를 들어 똑같이 시즌 15승을 달성한 두 투수가 있을 때, 소속 팀에 따라 그 기록을 다르게 평가해야 해요. 전력에 따라 승리를 달성하기 쉽거나 어려울 수 있는데, 단순히 수치만 놓고 평가하는 건 오류가 있기 마련이에요. 최대한 중립적으로 정확히 평가하는 게 세이버메트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우리나라는 클래식스탯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승수만으론 투수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문화가 아직 남아있어서 아직 세이버메트릭스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껴요.

세이버메트릭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입문 방법을 추천해주세요.

먼저 많은 관심을 가지세요. 관련 책을 읽는 거도 좋지만, 직접 경기를 보며 ‘스탯티즈’ 등 기록 사이트를 찾아보는 거도 좋은 방법이에요. 전 방송 중에 선수들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찾아보고 분석합니다. 가끔은 ‘시청자분들이 안 궁금해하는데 과하게 알려주는 건가?’ 싶어 문득 미안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런 정보를 참고하면 보는 재미가 더 커져요.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올리는 고수들의 의견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방송 시청도 추천하고요.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서 재평가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지난 시즌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SSG의 윌머 폰트예요. 작년엔 8승만 거둬서 크게 주목받진 못했죠. 폰트는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압박하는 좋은 투수인데, 팀 성적이 못 받쳐줘서 저평가받은 편이에요. 승리 투수가 되기 위해선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득점 지원도 따라줘야 하거든요. KT 투수 배제성도 볼넷이 많다는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되곤 하는데, 전반적인 스탯을 살펴보면 굉장히 좋아요. 선수를 평가할 땐 기록과 출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한편, 팬들은 그동안의 상대 전적이나 기록을 뒤집는 예상 밖의 상황에 극도로 열광하기도 해요. 데이터만으론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는 걸까요?

기록을 활용할 땐 유의할 점이 있어요. 표본이 너무 적다면 그 기록은 의미가 있다고 보기 힘드니 차라리 배제하고 분석하는 게 맞아요. 스플릿 데이터같이 요일별, 홈·원정 별, 좌·우 타자별 등으로 쪼개다 보면 표본이 너무 적어지는 경향이 있죠. 불펜 투수를 분석할 때를 예로 들어 볼게요. 불펜은 투구 수가 적은 편인데 그마저도 9개 팀으로 나눠보면 정말 작은 표본이 나와요. 그런 건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으니 배제해야 해요. 선발의 경우에도 어떤 팀을 상대로 한 5년 정도 던지면 확실한 표본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삼성 라이온즈에 강했던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가 대표적이죠. 세이버메트릭스에 회의적인 분들이 ‘이거 봐, 역시 기록은 안 맞는 거잖아’라고 할 수도 있는데, 기록이라고 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걸러야 할 부분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합니다.

8년 동안 편파 중계를 진행하며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을 법한데요?

중계 중에 한 시청자분이 ‘유한준 선수 역전 홈런 시 별풍선 00개’라고 미션을 올렸어요. 그때 제가 “한준이 형은 에이징 커브도 왔고 홈런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어서 힘들 거 같아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홈런이 나왔어요. 그래서 “테디윤 야알못이다”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웃음) (중계하다 보면 말실수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조심할 때도 있겠네요?) 다른 팀 얘기를 할 때 특별히 주의하는 편이에요. 제 방송엔 KT 팬뿐만 아니라 스탯 분석을 좋아하는 타 팀 팬분들도 자주 오시거든요. 그래서 다른 팀 얘기할 땐 최대한 순화하려고 합니다. KT 선수들에겐 가차 없죠.

경기 내용에 따른 리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체구가 큰 편이라 감정이 더 잘 전해져요.

중계할 때 제 감정을 120%로 표현해요. 제가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라 방송에선 평소보다 텐션을 더 올려야 해요. 제 리액션이 커야 시청자들도 즐거워하니까요. 근데 때론 너무 과장하는 거보단 자연스러운 게 최고 같아요. 요즘엔 그냥 나답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MBTI는 뭔가요?) ENFJ에요.

편파 중계를 하다 보면 경기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를 남들보다 더 크게 받을 텐데요. 혹시 ‘나만의 야구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이 있나요?

결과에서 가능한 빨리 빠져나와야 해요. 북적북적하던 방송이 끝나면 BJ들은 혼자 남겨지기 때문에 감정이 오래 남아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거나 납득되지 않는 패배엔 엄청나게 우울해져서 최대한 빨리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운동이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빠르게 다른 자극을 찾아요. 요즘엔 꽃이 펴서 산책도 다니고요. 144게임을 챙겨본다는 게 쉽지 않아요. 모든 BJ가 정상이 아닐 거예요. (웃음) 저도 몸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는 걸 느껴요.

타 팀 담당 BJ에게서 빼앗고 싶은 요소가 있나요?

시청자 수가 가장 부러워요. KT가 막내팀이라 원년 구단과 비교하면 시청자 수가 적어요. 가능한 많은 팬분과 함께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고 싶은데 아직은 성장단계에요. 또 편파 중계 BJ들은 저마다 장점이 하나 이상씩 있어요. 캐스터안(LG 트윈스) 형님은 진행경력이 많아서 방송을 흠잡을 데 없이 잘하고 재밌어요. 서정민코치(롯데)나 불방맹이(삼성)는 워낙 사람 자체가 재밌어서 팬분들도 즐거워하더라고요. 소대수캐스터(KIA 타이거즈)는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서 방송 운영을 잘해요. 전 다른 BJ들을 보면서 방송 기술이나 발음 같은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KT 역사의 산증인

KBO리그 막내 KT가 1군에 진출한 2015년. 테디윤도 아프리카TV에서 편파 중계를 시작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초창기 KT는 져도 너무 많이 졌다. 투수 고영표가 “서러울 정도로 졌다”라고 말할 만큼 암흑기가 길었다. 그런데도 그는 KT의 매 경기를 함께했고 마침내 21시즌 막내팀의 대반란, 통합우승의 순간을 마주했다. 테디윤은 말한다. “나만큼 KT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고.

KT의 매력과 자랑거리는 뭔가요?

막내 팀이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결국 통합우승을 해냈다는 게 자랑거리예요. 원년 구단들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타이틀이잖아요. 젊은 자원이 많아서 그들이 프로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거도 재밌어요. 대표적으로 강백호나 소형준 등이요. 또 열정적인 김주일 응원단장님이 이끄는 응원단이 있고 구장 시설도 좋은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BJ 테디윤도 보유했고 잘생긴 선수들이 많아요.

입사 직후로 한동안 암흑기를 거쳐 결국 통합우승을 맞이했는데,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그때 방송하다가 많이 울었어요. 안 울려고 했는데 막상 우승하는 걸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타이브레이커 날도 손이 덜덜 떨렸어요.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는데 정말 꿈만 같아서 지금도 안 믿겨요. 정말 좋은데 체감이 잘 안 돼요.

고군분투하던 KT가 반등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백호가 입단했을 때 딱 구름이 걷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KT는 강백호 입단 전과 후로 나뉜다잖아요. 입단 이후 꼴찌 탈출에 성공했고 매년 차례대로 순위가 상승하다 결국 1등을 했어요. 옛날부터 가끔 KT에 대한 상상을 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백호가 프로 입단 첫 타석에 홈런을 치는 거였어요. 근데 그게 현실로 이뤄져서 정말 놀라고 기뻤어요. 그것도 직전년도 챔피언 KIA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쳤거든요. 그때 ‘우리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건가?’란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이번엔 좀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KT의 역대 명경기를 꼽아본다면요?

작년에 삼성과 치른 타이브레이커요. 시작 전까지 KT가 이길 거란 예상을 아무도 못 했어요. 이틀만 쉰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발투수였고, 대구 원정이었기 때문에 이기기 힘들다고 봤어요. 그런데도 이겼으니 최고의 경기라 할 만하죠. 하나 더 꼽자면 20시즌 10월 27일 KIA전에서 대타 김민혁이 박준표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친 경기요. 그날은 2위 싸움에 중요한 날이었어요. 그때 김민혁이 당시 리그 최고의 마무리 박준표를 상대로 담장을 넘겨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유망주는 누구예요?

올해 신인 투수인 박영현이요. 비록 출발이 좋진 않지만, 실력이나 자세가 갖춰진 선수라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리를 잡을 거예요. 야수 중에선 홍현빈이 있어요. 입단 당시에 ‘제2의 이용규’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아직은 타격에서 어려움을 겪나 봐요. 퓨처스리그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에 올해 기대해 볼 만한 자원이죠. 야수진에서 새로운 에이스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좀 부족해요. 그래도 권동진이나 김태훈 등 기대해볼 인물은 많습니다.

강백호, 김민, 소형준 등 어린 선수들과 합방을 한 적 있어요. 큰형으로서 본 각 선수는 어떤가요?

민이랑 백호는 경기할 때 카리스마도 있고 오히려 저보다 형 같을 때가 있어요. 근데 사석에서 얘기할 땐 관심사나 행동들이 다 애들 같아서 귀여워요. 반면 형준이는 저랑 아직 덜 친해서 그런지 진중하고 어른스러워요. 어떤 선수는 형준이가 철두철미한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중계나 구단 유튜브에서 보면 장난도 많고 아이 같았는데 의외였어요. 백호는 비시즌에 제 방송에도 출연하며 팬분들과 소통하곤 하니 기특해요. 개인 유튜브까지 운영하는 형준이도 마찬가지고요.

고영표도 인터뷰에서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한 관심을 보이곤 해요. 둘이 합방해서 깊이 토론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은데, 계획이 있나요?

예전에 구단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둘이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한 얘기를 짧게 나눈 적 있어요. 그땐 인터뷰 시간도 짧고 세이버메트릭스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라 충분한 얘기를 못 나눴죠. 올 시즌이 끝나고 가능하다면 제 방송에 초대해서 깊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근데 아마 좋아하는 분들만 흥미 있게 보고 대부분 “너무 지루하다. 난 잔다”하는 반응을 보일 거 같아요.

팬들과 직접 소통하다 보면 팬들이 구단에 바라는 점도 알게 될 텐데요. 그들을 대변해서 “KT에 바란다”라고 말해본다면요?

팀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달란 요청이 커요. 요즘 NC의 김택진 구단주와 SSG의 정용진 구단주의 투자가 이슈잖아요. 현재 SSG만 봐도 투자는 곧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에 비해 KT의 투자는 팬들에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나 봐요. 작년에 통합우승을 해서 구단 측에서 ‘이만하면 됐다’라며 지원을 아낄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저도 공감해요. KBO리그 총재님이 바뀌면서 여러 변수가 생기겠지만 구단이 주도적으로 많은 지원과 관심을 보내야 해요. 수원시가 지역 연고 구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좋은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야구인에서 야구인으로

대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그라운드를 떠난 당시의 상황이 궁금해요.

저는 야구를 엄청나게 잘하기보단 사이드암 치곤 구속이 빠르단 장점이 있는 투수였어요. 당시에 구속 140km/h를 넘기는 투수가 적었는데 전 그 정도는 나왔거든요. 그런데 1학년 때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는데 그 이후로 팔꿈치 안쪽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 던지면 며칠 쉬어야 하고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아쉬움 없이 그만둘 수 있었어요.

한때 대학야구까지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제대로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로 그저 맹목적으로만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당시에 열심히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빠져있었단 아쉬움이 있어요. 야구의 패러다임이 넓어졌어요. 그래서 선수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해보고 익히는 게 필요해요.

운동선수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 인터뷰를 볼 이들에게 제2의 인생을 향한 도전에 조언해준다면요?

저도 운동을 그만둔 직후엔 엄청 막막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의 경험이 사회에 나와서 큰 도움이 됐거든요. 단체 생활을 한 덕에 사회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눈치도 빨라졌어요. 선수 시절 쌓인 좋은 습관들이 본인의 행동에 녹아있으니까 뭐든 자신 있게 하세요. 두렵다고 주저하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분명 길이 생겨요. 전 광고 공모전에 무작정 도전했다가 광고 기획자로 몇 년간 회사생활을 했는데 그때의 경험도 나중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됐어요.

최근 자주 언급되는 KBO리그 위기론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도 있을 텐데요.

야구 인기가 떨어지는 건 사회 전반적인 추세라 거스르긴 어려워요.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 쇼츠’처럼 짧고 간결한 콘텐츠를 선호하고 빠른 자극을 원하는 데 반해 야구 경기는 너무 길어요. 그래서 젊은 세대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KBO가 손을 놓고만 있어선 안 돼요. 보수적인 단체라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사인 훔치기 예방과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컴(PitchCom, 사인 전달용 전자 기기)을 도입하고 시프트 금지 제도도 시행한대요. 그만큼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에 적극적이에요. KBO리그도 변화의 자세를 보여줘야죠. 경기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선수들 스스로 팬들과 소통하는 걸 장려해야 해요. 야구 콘텐츠들을 다양한 채널에서 노출하는 거도 필요해요.

편파 중계 BJ의 일과가 궁금해요.

일과는 아침에 밥 먹고 운동하거나 산책을 한 뒤 저녁에 방송하는 거예요. 이 일의 최대 장점이 평일 낮이 자유시간이라 한가하게 즐길 수 있는 건데, 단점은 그 시간대에 지인을 만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전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혼자서도 맛있는 거 먹고 드라이브도 다닙니다.

BJ 활동 외에 주기적으로 하는 게 있나요?

시즌 중에 다른 일을 하는 건 힘들어요. 보통 7, 8개월 동안 일주일에 거의 하루 정도만 쉬고 방송하거든요. 경기가 없는 월요일엔 아프리카TV 본사에 BJ들이 모여 ‘야자타임’을 찍고, 다른 매체나 행사에서 일일 출연 제의를 받아 참석해요. 한 달에 2, 3일 정도만 온전히 쉴 수 있어요. 인천에 살 땐 무인세탁소를 직접 운영했는데 세종으로 이사를 온 뒤엔 부모님께 수고비를 드리고 운영을 맡겼어요. 시즌 중에는 바빠도 겨울엔 수입이 많지 않아서 보험 삼아 운영 중이에요.

팀의 연패나 리그의 부정적인 이슈 때문에 야구를 멀리하고 싶은 날. 즉, ‘야태기(야구 권태기)’가 온 적도 있을 거 같아요.

모든 BJ가 일 년에 몇 번씩은 그걸 겪을 거예요. 연패나 팀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쳐다보기도 싫어지죠. 거기에 타 팀 팬분들이 악성 댓글로 채팅창을 도배하거나 하면 두 배로 지쳐요. 그래도 방송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위해 참고 진행해야죠. 부디 올해는 별 탈 없이 리그가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동안이네요. 동안을 유지할 수 있는 꿀팁이 있나요?

사실 스스로 동안이라고 인정하기도 민망하고 딱히 저만의 비결이랄 게 없어요. 그래도 잠을 오래 자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게 도움 되는 거 같아요. 가끔 하루에 12시간 이상 자거나 물을 7L 이상 마시기도 해요.

<더그아웃 매거진>의 공식질문입니다. 본인에게 야구란 뭔가요?

한 30년 정도 같이 산 배우자 같아요. 부부는 서로 안 보이면 허전해서 찾다가도 막상 보면 다투고 화도 내잖아요. 그러다 다시 또 알콩달콩해지고요. 제가 미혼이라서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오랜 부부들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야구도 그래요. 지거나 내용이 너무 안 좋으면 화나다가도 경기 시간이 되면 다시 찾게 되죠. 저한테 큰 행복을 주기도 하고 안 보면 서운한 삶의 동반자예요.

BJ 테디윤과 KBO리그를 사랑해 주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마칠게요!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야구 관람은 즐거워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응원팀이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땐 잠깐 멀리하고, 잘할 땐 신나게 응원하면서 건강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저도 유익하면서도 재밌는 중계를 계속할 테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올 시즌 우승 공약도 걸어봅시다.) 올해 KT가 우승한다면 그동안 초대하기 힘들었던 인물과 합방하겠습니다! 또 팬분들과 함께 기부도 할 거예요.

***

테디윤처럼 야구팬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야구 매거진 에디터이자 한국야구의 팬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KBO리그 위기설이 나오면서 구단마다 ‘팬 퍼스트’를 외치지만 팬들이 느끼는 구단과의 거리감이 실제로 좁혀졌는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편파 중계와 같은 공급자와 수요자 간 쌍방향 소통 콘텐츠 아닐까? 응원 팀에 대한 옹호와 촌철살인의 비판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소통 채널 운영이 팬들의 충성도 유지와 신규 유입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렇기에 콘텐츠 제작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야잘알 BJ 테디윤이 읽어주는 야구 이야기를 더 보고 듣고 싶다면 그의 채널을 구독해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3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3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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