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서울고등학교 김서현

조회수 2022. 4.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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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건 야구

지난해 2학년 신분에도 선배들 못지않은 피칭을 뽐내며 온 야구팬의 주목을 받은 이가 있었다. 최고 150km/h 중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움직임이 동나이대 그 누구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었다. ‘고교 최대어’라는 수식어로도 모자라 메이저리그 1라운드급 재능이란 호평까지 끌어낸 서울고의 에이스가 그 주인공. 하지만 마운드 위 그의 모습이 빛났던 건 강렬한 구속과 팔색조 투구 때문만은 아니었더라. 요즘은 고교 무대에도 프로급의 임팩트를 남기는 투수가 꽤 흔치 않은가. 이러한 유망주 풍년 속에서도 김서현이 유독 빛나는 이유는 그의 입에서 “인생을 걸었다”란 말이 나올 만큼 야구에 진심이기 때문일 거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김서현

출생 2004년 5월 31일 신체조건 188cm 82kg 출신교 효제초-자양중-서울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1년 성적 8경기 21이닝 평균자책점 1.71 0승 1패 25탈삼진 11사사구 9피안타

만나서 반가워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올해 3학년인 서울고등학교 투수 김서현입니다.

작년 많은 서울고 선배가 본지에 출연했는데 본 적 있나요?

(이)병헌이 형이 나온 거 봤어요.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4월이 다가오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어요. 컨디션은 괜찮나요?

지금 페이스가 많이 올라온 상태예요. 좋은 모습을 작년보다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 같이 뛴 서울고 선배들이 KBO리그 시범경기에 나오고 있는데 신기하겠어요.

롯데 자이언츠 (조)세진이 형 경기를 봤어요.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이 형 게임도요. 재현이 형이 홈런 치는 걸 보면서 정말 프로에 갈만한 인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쉬웠던 2021년

지난해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진출. 그리고 황금사자기 8강과 대통령배 4강. 여느 고교 팀이라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고 말할 법하지만, 수도권을 넘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인 서울고에겐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 어쨌든 전국대회 토너먼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선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며 만천하에 잠재력을 드러낸 김서현에게도 분명 아쉬움이 남았을 터. 올해는 3학년으로서 팀을 이끌어 갈 에이스에게 지난 시즌의 소회를 물었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우승은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어요. 개인 성적은 괜찮았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겠어요.

저는 작년엔 봉황대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높이 올라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어요. 팀 성적으로 보면 대통령배가 가장 좋았어요. 비록 결승행엔 실패했지만, 선배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고 여겨요.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나요?

개인적으로는 경북고와의 대통령배 첫 게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6회에 등판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어요. 팀으로는 이후 8강에서 하나로 뭉쳐 승리했던 유신고전이 떠오르고요.

봉황대기 16강 강릉고전에선 4.2이닝 무실점 투구에도 불구하고 패하고 말았어요.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제가 등판하기 전까진 경기가 끝난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안타를 많이 맞지 않았음에도 점수를 내줘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제가 어떻게든 팀원들을 북돋아 주려고 했어요. 동료들이 실수하거나 출루를 못 했을 때도 더 응원해줬죠.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출전했어요. 어떤 보직이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끼나요?

구원이나 마무리로 나오는 게 더 편해요. 아직 선발로는 좋은 성적을 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마무리가 자신 있어요.

그럼 본인이 느끼는 구원과 마무리 보직의 매력은 뭔가요?

일단 주자가 있는 상황에 구원 등판해 점수를 주지 않으면 우리 팀 투수들의 방어율을 낮춰 줄 수 있어요. 마무리 같은 경우엔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고 팀원 모두가 모여 인사할 때 특별한 기분이 느껴지더라고요.

#2023 드래프트

고교 선수들에게 ‘3’이란 숫자는 의미가 참 남다르다. 단순히 졸업 학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드래프트에 참여해 그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시기까지 일컫기 때문이다. 매년 새로운 3학년들이 등장할 때면 수많은 야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한참이나 남은 신인 드래프트를 점치는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올해 역시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전부터 누가 상위 라운드에 지명될 것인지 연일 화제고, 그 중심엔 김서현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다.

벌써부터 올해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지명 후보로 크나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부담감은 없을까요?

주목받는다는 게 이렇게 부담이 따르는 일인 줄 몰랐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의식하기보단 눈앞에 놓인 경기들에 먼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드래프트는 아직 멀었으니 일단 올 시즌을 잘 치르는 데 집중해야죠.

부담감을 이겨내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투수 코치님께서 "주목받는다고 너무 위압감을 느끼지 말고, 스스로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보여준다면 알아서 잘 풀릴 거다"란 조언을 해주셨어요. 마음속에 품고 자주 떠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스카우트가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구속 상승을 위해 신경 써온 부분이 있을까요?

현재 서울고 투수 코치님과 중학교 때부터 인연이 있어요. 지금까지 큰 도움을 받았죠. 고등학교에 와선 감독님과 코치님이 훈련에 많이 신경 써주시고 집중 케어를 해주신 게 구속 상승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빠른 볼 다음으로 자신 있는 무기가 있을까요?

변화구 무브먼트에 자신 있어요. 제가 직구 다음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무기예요.

최근 너클볼도 준비한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너클볼은 예전에도 종종 구사하곤 했는데, 그동안 코치님께서 부상을 걱정해 던지는 걸 만류하셨죠. 그러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연습 삼아 던졌는데 컨트롤이 너무 잘 되더라고요. 일단 감독님께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받긴 했는데 너클볼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도 함께 들었어요. 경기 중 여유로운 상황에 테스트해볼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3학년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긴 이닝을 소화해본 적이 없어요. 아직 체력적인 면에서 불안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종종 길게 던지면서 힘이 떨어져도 괜찮아 보이려고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어떻게든 더 던지고 싶으니까요.

덕수고 심준석과의 라이벌 구도도 빠뜨릴 수 없겠죠. 올해도 라이벌 관계가 이어질까요?

올해도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만약 대회에서 만난다면 엄청 화제가 될 거예요.

혹시 둘 사이에 개인적인 접점이 있나요?

아뇨. 쉽사리 접점이 생기지 않아서 연락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중학교 동계 연습 경기 때 한 번 만난 적 있긴 한데, 그때도 키가 엄청나게 컸어요. 볼 스피드도 물론 빨랐고요. 고등학교에 와서는 더 빨라졌더라고요.

심준석이 지난 129호(1월 호) 인터뷰에서 김서현의 장점으로 변화구 코스를 꼽았어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심준석의 장점은 어떤 건가요?

일단 월등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이 좋아서 직구에 위압감이 느껴져요. 구속뿐 아니라 구위까지 뛰어나서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더라고요.

아직 멀었지만, 드래프트에서 지명받고 프로에 입단한다면 어떤 점이 가장 기대될까요?

저보다 한참 오랫동안 야구를 해온 선배님들께 이것저것 여쭤보고 배울 수 있는 게 가장 기대돼요.

그렇다면 지금이 프로 데뷔전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마운드에 처음 오른 김서현의 초구는?

제 초구는 언제나 패스트볼이거든요. 데뷔전도 빠른 볼로 시작하고 싶어요. (변화구 사인이 나온다면요?) 음… 그래도 저는 직구를 던지려고 할 것 같아요.

맞붙어보고 싶은 타자 혹은 투수가 있을까요?

강백호 선배님과 붙어보고 싶습니다. 또 고우석 선배님과 맞대결을 펼쳐보고 싶어요. (이 자리를 빌려 두 선배에게 패기 넘치는 한마디 부탁해요.) 강백호 선배님! 프로 가서 꼭 삼진 잡겠습니다. 고우석 선배님, 제 공이 더 좋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등학생 김서현

큰 키에 무시무시한 볼 스피드를 뽐내는 그 역시 훈련장 밖에선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 터. ‘초고교급 투수’란 무게감 있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그 나이대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드러내던 김서현이었다. 이런 모습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기 위해 가벼운 문답을 주고받으며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야구 외에도 좋아하는 게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뛰어다니며 노는 걸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게임도 많이 했고요. 지금도 종종 하는 편이에요.

어떤 게임을 즐겨 하나요?

저는 롤(리그 오브 레전드)이랑 발로란트라는 게임을 자주 하고 있어요. (롤 티어는 어떻게 돼요?) 되게 낮아요. 브론즈.

야구부 밖에서의 이미지도 궁금해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도 있나요?

중학교 때는 엄청나게 말라서 멸치라는 별명을 자주 들었어요.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타조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만족하나요?) 음, 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제가 마른 체격에 키는 크다 보니까 선배들이 보기에 그랬던 게 아닐까요?

학업에 신경 쓰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을 꼽자면요?

음악 자신 있습니다! 노래도 자주 듣고 악기에 관심이 많아요. 피아노랑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그나마 잘했던 건 단소입니다. (웃음)

고 최동원 선수가 롤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어요.

맞아요. 그래서 어디에 가든 꼭 11번을 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최동원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정말 크거든요. 옛날 경기 영상들을 찾아봤는데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고, 정말 닮고 싶단 마음이 생겼어요.

매 경기 4이닝 무실점 vs 매 경기 완투 5실점.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매 경기 완투 5실점 투수가 낫겠어요. 팀 관점에서 한 투수가 하루를 온전히 책임져 준다면 그만큼 나머지 경기를 완벽하게 막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제 실점이 늘어날지라도 후자가 팀에 더 도움 되지 않을까 해요.

고교 마지막 시즌을 맞이해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구속 157km/h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팀원 모두가 안 다치고 다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둬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올해 김서현의 성장을 지켜볼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올 시즌을 준비하며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큼 올해 기대감을 품고 지켜봐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마운드의 중요성이 타격, 주루, 수비 중 그 어느 것보다도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그라운드 중심에 홀로 선 투수는 막대한 중압감을 견디며 경기를 이끌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이 소년에게는 흔한 중압감도, 초조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 분위기에 신경 쓰며 헌신을 다짐하는 믿음직한 에이스가 보였을 뿐이다. 마치 명가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단단한 기둥을 보는 듯했다.

그는 본인에게 야구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또 다른 인생’이라고 대답했다. 인생을 건 훈련과 경기 스케줄을 하루하루 소화하는 것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터. 하지만 여기에 ‘고교 최대어’라는 무거운 칭호를 얹고도 끊임없이 본인과 팀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김서현이었다. 팀을 위해 반짝일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의 열정이 더 뜨겁게 타오르길 기대하며, 올 시즌의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2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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