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군의 성공 비결은?

조회수 2022. 3.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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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키이우 및 여러 주요 도시들을 신속하게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행정부를 갈아치우겠다는 러시아의 이번 목표는 명백히 실패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온갖 역경을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다. 탱크, 군대, 군용기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수적으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은 민병대의 지원에 힘입어 여러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잃은 역사가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를 점거하며 강제 합병했다.

그러나 수도 키이우 및 여러 주요 도시들을 신속하게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행정부를 갈아치우겠다는 러시아의 이번 목표는 명백히 실패했다.

물론 여전히 대세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서방 세계가 공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진격해오는 러시아군을 물리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무기다.

또한 우크라이나 병력 중 전투에 가장 단련된 집단인 정규군은 동부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로 포위되고 단절되며 전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국경을 넘어 탈출했으며,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거침없는 러시아의 포격에 자신들의 도시가 황폐한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보다 뛰어난 지점도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번 주 우크라이나군은 "매우 영리하고, 민첩하며 창의적으로" 조국을 방어해내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군의 성공 비결은 대체 무엇일지 살펴본다.

1. 강력한 동기부여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의지는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전선으로 나갈 원동력이 됐다

먼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사기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은 조국의 주권 국가로서의 생존을 위해 싸운다. 이들은 침공 전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국가라고 주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경악하며 분노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결집했다. 이에 따라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시민들도 자신의 마을과 도시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러시아의 화력이 압도적인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냉전 시기 독일에서 영국 육군 장교로 35년을 근무한 톰 폴크스 준장은 "자신의 존재를 위해 싸우는 국민들의 모습"이라며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다. 이들의 용기는 가히 충격적이면서도 훌륭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이러한 의지는 군인들이 전선에 나가 싸울 원동력이 됐으며, 자국의 도시들이 철저히 방어되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줬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 군인 상당수가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징집병이다. 단순한 훈련인 줄 알고 참가한 이들은 자신이 사실 실제 전쟁터에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혼란에 빠져있다.

또한 러시아군 대부분이 현재 자신이 마주한 전투의 흉포함에 맞설 수 있을 만한 전투 경력이 전혀 없거나 부족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의 탈영, 식량 부족, 약탈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2. 지휘 및 통제 능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당초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통신이 두절될 것이라는 예상됐으나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여러 전장에서 어떻게든 효과적인 소통하며 협력하는 모습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행정부는 수도 키이우에 여전히 남아있다. 부총리가 실용적인 카키색 티셔츠 차림으로 우크라이나 행정부 휘장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등 이들 정부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군에게서는 단합된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으며, 개별 전선 간에서도 소통과 협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리더십의 부재는 러시아군의 사기를 저하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장성 최소 5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는데, 군 지휘관들이 수렁에 빠진 러시아군을 구해내기 위해 전투에 근접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러시아군은 원칙상 부사관, 즉 상등병과 병장 계급에 권한을 거의 주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들 계급은 언제나 상부의 명령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군사학 교수는 러시아 부사관들은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라면서 병사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3. 효과적인 전술

우크라이나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인 FGM-148 재블린 등 같은 현대전에 필요한 무기를 확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비록 수적으로 열세이지만, 러시아군보다 지형과 무기를 훨씬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이 속도가 느린 기갑부대에 병력을 집중시켜 탱크들이 서로 가깝게 뭉쳐있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정밀하고 민첩한 기습전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다. 몰래 접근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한 뒤 러시아군이 반격하기 전에 사라져버리는 전술이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파견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 고문관들은 우크라이나에 장기간 머물며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전에서 신속히 움직일 수 있도록 단련시켰다. 또한 FGM-148 재블린(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스웨덴이 제작한 NLAW 대전차 미사일, 최신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등의 최첨단 미사일의 효과적인 활용법을 전수했다.

클라크 교수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보다 훨씬 영리하게 굴고 있다"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여러 무기가 혼합된 듯한 전법을 구사하는데 러시아군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러시아군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포병, 보병, 탱크, 전자 무기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무기와 장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고 있는 지역

이 모든 무기와 전술의 혼용은 개별적이고 부분적으로 쓰였을 때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더 막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영국 정보 자문 기관 시빌린의 CEO이자 군사전문가인 저스틴 크럼프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영의 취약점을 찾아내 강하게 타격하는 데 특히 능숙하다고 분석했다.

크럼프 CEO는 우크라이나군이 보급 호송대 등 러시아군의 약점을 공략하고 NATO가 제공한 무기로 정밀 타격을 하는 한편, 필요시 즉석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한다"라고 말했다.

사상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 국방부는 러시아 측 사망자가 최소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10년간의 전쟁에서 사망한 소련군 수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이제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한편 폴크스 준장은 러시아 장성 다수가 전선에서 사망한 것을 두고 "매우 정교하게 정밀 조준한 저격 작전이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4. 정보전

캡션: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 행사 및 여러 국가의 의회에서 영상으로 연설을 이어 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또 다른 측면이 바로 정보전이다. 정보전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 확실한 우세다. 물론 정부가 단단히 언론을 통제하는 러시아에서는 예외다.

크럼프 CEO는 "우크라이나는 국내외에서 정보를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도 미디어 활용에 능할 정도로 고위 관료부터 일반 국민까지 정보를 잘 활용한다"라고 분석했다.

소련 해체 이후의 국제 정세를 연구하는 루스 데이어몬드 부교수도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데이어몬드 교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 세계에서 전쟁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크게 성공했다"라면서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국제적 위상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 동쪽의 우크라이나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필사적인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이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적으로 우세하다. 이는 결코 우크라이나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만약 서방 세계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무기가 고갈된다면,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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