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 방탄소년단 지민

조회수 2022. 5. 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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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지민에게는 자꾸 눈이 간다. 그의 유순하지만 도전적인 눈빛은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해맑은 사랑스러움과 관능이 공존하는 얼굴은 자극을 주며,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며 빚어낸 잘 단련된 무용수의 몸은 경이를 느끼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지민이 살아 있는 프레임 속에서 초 단위로 다르게 조합되며 새로운 감동을 빚고, 새로움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래서 자꾸 지민이 보고 싶어진다.


외로운 시대의 히어로, 지민

“사람은 귀여운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망이 있으며….” 아시안 아메리칸의 삶을 조명한 캐시 박 홍의 저서 <마이너 필링스>에서 이 문장을 읽은 순간, 오랫동안 시달린 번뇌의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지민의 사랑스럽게 부푼 볼을 깨물고, 주머니에 넣고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드는 이유는, 지민이 재채기하는 영상이나 유난히 짧은 새끼손가락 사진 같은 걸 넋 놓고 보다 종종 현타를 맞는 이유는, 그가 나에게 너무 귀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민을 보며 ‘귀여움’의 파괴력을 체감한다. 지민이 귀여운 얼굴로 사르르 웃는 모습은 팝핑캔디처럼 마음을 톡톡 간지럽히다가 불꽃놀이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게 내면을 폭발시킨다.

지민에게는 다정함의 재능이 있다. 그는 다음 면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꾹꾹 눌러쓴 공책의 손글씨처럼 말한다. 게임 벌칙으로 생크림을 얼굴에 범벅하고도 “얼굴이 달아졌어.”라고 말하며 웃는다.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트로피를 안을 때마다 “우리 아미 상 받았네.”라며 영광을 팬들에게 돌린다. RM은 한 방송에서 지민에 대해 “천성이 이타적이다. 남이나 팀을 배려하는 재능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민은 타인의 장점과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자 노력하고, 대화를 경청하며,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만의 현명하고 성숙한 언어를 구사한다.

지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그 안의 진심을 발견하고 온몸을 젖히며 웃어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다. 팬데믹으로 활동이 제한되었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더 많은 국경을 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민의 다정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명명되는 시대에, 그의 다정함은 각자도생의 삶에 고립된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한다. 그래서 지민은 늘 보고 싶은 사람이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Black swan> 뮤직비디오 촬영 스케치(출처_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HYBE


박지민의 춤

무대 위에서 지민은 춤추지 않고, 존재한다. 한 편의 시처럼 그의 모든 동작에는 절정과 여운이 있다. 1980~1990년대 뉴욕 퀴어들의 ‘볼(Ball, 무도회장) 문화’를 담은 미국 드라마 <포즈(POSE)>에는 “개인적 진실이 없는 (춤의) 기술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무대 위 지민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에게 ‘개인적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지민의 인생은 ‘나’와 ‘내가 되어야 하는 나’ 사이 끝없는 시련과 혼란의 여정이었고, 그 고통이 지민의 춤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민은 중학교 2학년 때 팝핀으로 본격적인 춤을 시작했다. 다음 해엔 장르를 바꿔 현대무용을 시작했고, 입문한 지 고작 반년 만에 부산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전체 수석으로 합격했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지민은 몸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스트리트 댄스에서, 몸을 초월해야 하는 순수예술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절 체득한 기본기를 지민은 현재까지 꼿꼿하게 지킨다. 그가 현대무용을 배운 시간은 다 합해 2년 남짓이지만, 지민은 여전히 발레리노처럼 브이(V) 자로 발을 벌리고 서서 언제라도 몸을 초월할 태세를 갖춘다.

그리고 또 다음 해, 지민은 중소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케이팝 아이돌 안무의 기본인 스트리트 댄스와 힙합을 다시 익혀야 했고, 데뷔조에 들기 위해선 프로다운 노래 실력, 어른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강한 정신력도 필요했다. 열여덟 살. 연습생 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의 지민에겐 시간이 없었다. 그는 다시 ‘내가 되어야 하는 나’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감내했고,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하는 데 성공한다. 현대무용이라는 독특한 장기가 있는 지민은 ‘듣보’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남다른가’를 증명하기 위한 무대에 자주 서야 했다. 자연스레 지민에게 짧은 시간에 대중을 사로잡는 포지션이 맡겨졌다. 춤을 시작한 이후 지민에게 기회는 언제나 한 번뿐이었고, 승부사 지민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한 방을 날렸다.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seoul> 콘서트 현장)출처_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HYBE

그중 가장 인상적인 무대로 2015년 KBS 가요대축제 ‘Butterfly’(2015) 독무를 꼽고 싶다. 연말 가요 시상식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지민은 수수한 옷을 입고 홀로 무대에 올라 나비의 날갯짓처럼 신비롭고 매혹적인 무대를 펼친다. 거대한 LED 화면에 실루엣으로 피어나 마치 몸 안에 갇힌 빛을 꺼내려는 듯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의 춤은, 당시 아무런 기대 없이 관성으로 TV를 보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누가 뭐라던 지민의 40초짜리 무대는 세 시간이 넘는 이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고, 그것은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가 늘 주인공을 도맡는 연말 시상식의 판을 깨는 사건이었다.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하이브의 뮤지엄 ‘하이브 인사이트’에는 실물 비율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무빙바디’ 미디어 아트 전시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차용한 아티스틱한 안무의 <Black Swan>(2020) 퍼포먼스를 상연한다. 나는 두 번의 방문에서 두 번 다 관람 시간 대부분 춤추는 지민을 바라봤다. 그리고 왜 지민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지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춤은 나처럼 평범한 99%의 사람들에게 ‘1%의 영감’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의 시인 크리스티앙 보뱅은 저서 <환희의 인간>에서 이렇게 썼다. “이 시는 너무나도 감미로워서, 책을 덮었을 때는 내 육체마저 잃어버린 듯했다.”라고. 지민이 선사하는 영감은 너무나 감미로워서, 그의 무대를 보고 난 후 눈을 감으면 마치 육체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촬영 중인 지민(출처_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HYBE

지민의 춤과 섬세하고 중성적인 보컬이 만나면 존재감은 더 커진다. 그는 폭넓은 표현력으로 다양한 시점과 역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Filter’(2020)에서는 “어떤 나를 원해? (…) 취향도 기준도 뛰어넘어 넌 오직 나만을 원하게 돼.”라며 마음을 다채롭게 물들이는 유혹자가 되고, ‘Intro: Serendipity’(2018)에선 “난 네 삼색 고양이 널 만나러 온.”이라며 고양이가 되어 사랑의 신비를 노래한다. ‘Lie’(2016)에서는 “순결했던 날 찾아줘 (…) 벌 받는 나를 구해줘.”라고 절규하며 구원을 갈구한다.

지민은 “인간 박지민이 아니라, 연예인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방탄소년단 지민’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완벽히 수행해 행복과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민은 늘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실력을 발전시킨다. 지민은 타고났지만, 그만큼의 근성을 가지고 늘 노력한다. 데뷔 10년 차 가수지만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근황을 전하고, 수십만의 콘서트 좌석을 단 몇 분 만에 매진시키는 월드 와이드 슈퍼스타가 됐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지민이 늘 보고 싶다. 어제에도, 오늘도, 그리고 까마득하게 멀고 먼 내일의 내일까지 팬들은 지민을 바라보고, 기대하고, 응원하고, 사랑할 것이다.

글. 최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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