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자연과의 공존-너를 위한 희망의 길, 이성은 작가

조회수 2022. 5. 23. 0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이성은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관한 시적 언어를 ‘섬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한다. 인간존재에 관한 실존적 물음이 첫 개인전 《Eternal Web》 이었다면, 두 번째 개인전 《Connection》(부산 한세갤러리, 3.17-3.22)은 자연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생동하는 자연의 법칙’을 ‘공존의 질서’속에서 이야기한다.

작가는 평소 사유의 장소성과 신체성이라는 안과 밖의 이중 언어를 인간과 자연에 대입해 ‘조화로운 관계망’을 작품의 핵심주제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는 활기를 띤 부산에서의 삶이 젊은 작가에게 어떻게 자연에 대한 사유로까지 이어졌는지를 <Breathe into being>, <Hold>, <Green Horison>, <Vein(잎맥)>, <For you>, <Breathe> 시리즈 등을 통해 보여준다.

‘식물'의 유기적 연결망은 결국 ‘자연’이란 말로 귀결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스스로 그러하다(自然)’는 단어는 꽤 어려운 의미를 지닌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가”를 질문하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작가가 추구하는 ‘공생(共生)/공존(共存)’의 미학은 바로 서로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책임 있는 세상을 향한 시도이다. 자연을 향한 작가의 사유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반성적 경계에서 살펴봄으로써, ‘숨결(Breathe)=희망(For you)’의 메시지를 작품 안에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조형언어를 넘어서는 사유의 전환은 인간으로서의 결핍, 외로움, 불안정 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일깨움으로써 자연스럽게 “인간과 자연의 창조적 공존”으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한다.

자연과의 공존, 너를 위한 희망의 길

자연이 주는 깨달음에 대해 작가는 “자연은 위대한 예술을 완성하는 매개자”라며 “존재 자체로의 색과 형태에서 오는 진솔함이자 경이로움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자연이 주는 연대감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바람은 《Connection》 전시의 큰 테마이기도 하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담은 <Breathe into being>은 초록색과 보라색의 섬유재료를 통해 식물의 순수함을 탐색하고 캔버스 사이가 호환되는 소통을 장을 마련함으로써 ‘생명=숨’이 순환되는 시각을 보여준다.

이어진 <Hold>는 시간성을 담은 작품으로, 갈변(褐變)되는 과정 속에서도 자연의 균형을 잡아가는 실루엣을 섬유자체의 특성만으로 포착한다. 불안정함과 허무함 속에서도 죽음을 향해하는 갈변의 과정은 어쩌면 인간이 삶 속에서 느껴야하는 불안함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표현이 아닐까.  

<Green Horison>는 말 그대로 굳건하게 지탱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대감을 담는다. 섬유조각과 연동된 줄기표현 자체가 자연이 곧 인간이라는 상징인 것이다. 혈관이라는 뜻을 가진 <Vein(잎맥)> 시리즈는 인간의 삶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망들을 상징하며,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For you>와 연결되는 맥락적 작업이다.

<For you> 작업은 관람자가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느낌으로써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여러 텍스처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수직적 면의 레이어가 숲으로 변화된 인간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식물과 일체화된 인간의 사유는 바로 <Breathe>에서 종합된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인간, 섬유가 갖는 자연친화적 속성에서 만나는 색감과 여백, 식물자체의 호흡을 자연과의 공존으로 이끈 작가의 미학이 ‘상호 소통하는 희망의 길’을 이끄는 듯하다.

섬유의 가능성을 ‘자연친화적 소통’으로 연결하다.

자연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작품으로 옮겨낸 작가는 자연과 생명이 처한 현재 상황을 우려하면서, 공존하는 생명을 통해 존재에서 자연으로, 생명이 호흡하는 공기로, 문화적 공존으로 뻗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이성은의 자연사유적 방식의 기저에는 인간은 ‘자라나는 존재’라는 성장의 속성이 내재한다. 하이데거는 초기 그리스 철학에서 읽어낸, 죽어있는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스스로 자라고 변화하는 물질’을 의미하는 ‘퓌시스(phusis, 자연)’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퓌시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존재가 바론 ‘퓌톤(phuton, 식물)이며, ‘자라고 변화하고 생성하는 존재’로서의 자연적 원형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읽어내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감각하고 생동할 수 있는 통찰을 얻는다. 경직되어 있는 만물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통해 새롭게 깨어난다는 사유는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성장한 이성은 작가에게 예술의 역할과 자연적 표현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작가로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다른 지역의 청년작가들과의 소통이나 협업이 힘든 것”이라며 “소통과 공존이 예술을 발전시키듯, 자연과 함께할 때 부산이라는 도시 에너지에 숨을 불어넣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섬유라는 재료를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섬유가 갖는 촉각성과 유동성을 재해석하여 의류나 생활용품, 평면을 가로지른 다차원적 표현으로까지 이어온 것이다. 섬유조형은 일반적인 회화재료보다 특유의 텍스처가 두드러지고 관람자를 시각적 촉각성에 가깝도록 유도한다.

실의 엮임과 중첩으로 하나의 '면'이 생성되고 레이어드가 형성되면, 다양한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섬유가 갖는 ‘지속성’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레진이나 폴리코트와 같은 현대적 재료와 융합, 보완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성은의 작품들은 자연을 통한 주체성에 대한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생명’에 초점을 맞춘 사유 속에서 우리는 세상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창조적 삶을 살아야 한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예술적 형상을 통해 삶의 질서와 예술의 존재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이번 전시는 삶과 예술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자 희망이란 가능성을 깨닫는 계기라고 평해야 할 것이다.


Alive

Breathe

Breathe into being(숨쉬며 숨쉬다)

Embrace

Eternal line

Eternal Web

Eternalism

Green Horizon

Hold

Vein(잎맥)


전시전경


이성은 작가


2021~ 부산대학교 조형학과 조형학 박사 재학
2020   부산대학교 조형학과 섬유조형 석사
2018   부산대학교 조형학과 섬유금속 학사

<개인전>
2022 Connection, 한새갤러리 (부산,한국)
2020 Eternal Web,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부산,한국)

<그룹전>
2021 제8회 부산섬유조형전, 한새갤러리 (부산, 한국)
2021 The 21th FABI Online Exhibition ReFashioned: Zero Waste (서울, 한국)
2021 The 10th BFAA: 청년작가특별전, 벡스코 (부산, 한국)
2021 Close Encounter, 공간 와디즈 (서울,  한국)
2021 부.울.경 학생 교류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부산, 한국)
2020 제7회 부산섬유조형전, 이젤갤러리 (부산, 한국)
2019 ONDO Exhibition, Visual Arts Center (싱가포르)
2019 제6회 부산섬유조형전, 화정문화예술관 (부산, 한국)
2018 우수졸업작품전, 스페이스 나무 (양산, 한국)
2018 Another Beginning, 사상인스테이션, (부산, 한국)
2018 本, 금정문화회관 (부산, 한국)

<수상>
2021 제47회 부산미술대전 특선
2020 제46회 부산미술대전 입선
2019 제23회 부산텍스타일대전 브랜드상
2017 제37회 부산산업디자인전람회 특별상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