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자퇴하길 잘했어

조회수 2022. 8. 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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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대학교 졸업장.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규범을 거절한 사람들이 있다. 조윤 씨는 대학 진학 후 자퇴를 했다. 그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진 선택이었다. 지금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카페 ‘슬금슬금’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을 그만둔 이후에도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에게, 대학 자퇴와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대학교를 다니던 중 자퇴를 결정하셨는데요.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었나요?

물론 처음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걱정이 앞섰고요. ‘내가 하는 선택이 맞는 걸까? 후회가 남으면 어쩌지?’ 싶었죠. 그런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한 걱정이 구체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요. 대학은 당연히 나와야 하는 거고, “고졸이 뭘 하겠냐”고요. 대학 졸업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거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생각을 복기했던 것 같아요. 사실 별거 아닌데, 지레 겁먹었던 거죠. 핑계를 찾았던 걸 수도 있고요.

사전 인터뷰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퇴를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제가 2014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해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어요. 그 후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바뀌었어요. 전 사회에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거든요. 저한텐 굉장히 큰 사건이었어요.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무기력해지는 저 자신을 보게 되었거든요.

인생에서 대학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뭘까요? 대학이란 공간에 애정이 남아 있진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어쩌다 보니 ‘대학은 선택이다’를 실천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결정했어요. 어떤 삶을 살아도 선택의 순간은 계속 오고, 이것도 그중 하나잖아요. 공간에 대한 애정보다 그곳에서 알고 만나게 된 친구들과 자주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인간관계 등 다른 건 다 유지되는데 대학교 수업을 안 듣는 정도로의 변화가 있다고 체감했고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휴학 한 뒤 시민단체에서 일하다가 복학을 하고 자퇴하게 됐는데,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삶을 계속 보게 되었어요. 그걸 통해서 많은 걸 배웠고, 자퇴 자체가 큰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편안하게 결정했어요.

자퇴 이후에 결정한 또 다른 선택도 궁금합니다.

자퇴를 하고 나서 시민단체 일을 그만뒀어요.(웃음) 저는 제가 거기서 평생 일할 줄 알았거든요. 이후엔 시민단체와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했었어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다녔는데,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얻은 첫 직장이었어요. 2년 정도 일하면서 매니저까지 했고요.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아주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친해졌거든요. 거기에 오히려 대학거부자가 많았어요.(웃음) 제가 한번은 직장 동료에게 물어봤어요. 대학 안 간 것 후회 안 하느냐고요. 그분은 후회 없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 다르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때 제가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게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사건을 인생의 기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간 일터에서 임금 체불을 겪었어요. 백화점에서 주말에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 계단에서만 쉴 수 있었고, 구내식당에도 못 갔거든요. 최저임금도 못 받았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최저임금을 몰랐어요. 당시 최저임금은 5,210원이었는데, 전 시간당 5천 원을 받았어요. 친구가 임금 체불이라는 걸 알려준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주휴수당도 못 받았더라고요. 그만둔다고 말하고, 어떤 배짱이었는지 점장님께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말을 했거든요. 근데 점장님이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요. “왜 이렇게 계산적이냐”고요.(웃음) 이게 좀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제가 아무것도 몰랐단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일을 하고 돈을 버니까, 혼자 살아갈 힘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학교에선 그런 걸 안 알려줬을까 싶기도 했어요. ‘최저임금도 모르는데 대체 뭘 공부하겠다는 거지?’ 그런 의문도 들었고요.

일하고 계신 카페 ‘슬금슬금’은 어떤 공간인가요?

한 문장으로, ‘누가 오든 끝내주는 환대를 해드리는 공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분이든 친구처럼 환영해주는 카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차이를 판단하지 않는, 그런 친절을 베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언제 ‘자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자퇴해서 정말 속이 시원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 자퇴신청 서류를 내고 돌아오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도 여름이라 되게 더웠거든요. 학교 문을 나서서 언덕을 내려오는데, 진짜 시원했어요. 후회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제가 자퇴를 인생의 수많은 선택 중 하나로 여기고, 거기에 너무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 자퇴를 고민하는 분들께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자퇴 역시 그냥 살아가면서 생기는 아주 다양한 선택 중 하나잖아요. 너무 비장해지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비장한 사람이 틀린 건 아니지만요. 그 선택을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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