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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역사를 잊은 한국 게임에 미래는 없다"

조회수 2019. 4.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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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총괄 프로듀서가 이야기하는 마비노기

“한국 게임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가 진단한 한국 게임의 현실이다. 30년 넘은 게임의 소스코드가 공개되고 해당 게임에 대한 개발 노하우가 공유되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게임 개발 역사와 자료가 축적되지 않아 게임이 늘 똑같고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4월24일 ‘2019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그는 15년째 서비스 중인 PC MMORPG ‘마비노기’ 초기 개발 과정을 짚으며, 축적되지 않는 한국 게임의 과거 경험을 말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한국 게임이 더 유실되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남기자는 차원에서 이번 발표를 하게 됐다”라며, “다음 세대의 더 나은 게임이 나올 때 토양이 되고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른 많은 게임들도 이렇게 공개된 기록으로 나왔으면 한다”라고 이번 발표 배경에 대해 말했다.


헐값에 산 3D 엔진으로 시작한 ‘마비노기’

‘마비노기’는 2004년 6월 처음 출시된 게임이다. 당시로써는 독특한 카툰렌더링 방식의 그래픽과 높은 게임 자유도를 바탕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 15년간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재는 개발 및 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지만,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초기 ‘마비노기’를 기획한 당사자다.


‘마비노기’ 초기 기획 당시 기술적 불안 요소는 두 가지였다. 3D와 DB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라는 2D 그래픽 기반의 1세대 MMORPG로 시작했다. 당시 넥슨 내부에는 3D 그래픽을 개발해본 팀이 없었다. 또 모든 팀에서 데이터 필드를 확장할 수 있고, 통계를 볼 수 있는 DB를 본격적으로 써본 경험도 없었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초기 데모 시연 당시 친구였던 이현기 넥슨 디렉터가 만든 3D 엔진을 500만원에 구입해 사용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3D 기술을 적용해 ‘마비노기’를 내놓았으며, 당시에는 많지 않았던 카툰렌더링 기술을 입히고 조명 및 그림자 기술, 색조 컨트롤을 적용해 ‘마비노기’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 DB 측면에서 관계형 서버를 직접 개발해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정한 게임을 만들려 했다

게임 플레이는 ‘울티마 온라인’을 해본 경험을 많이 반영했다. ‘울티마’처럼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는 게임 법칙을 바탕으로,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세계를 구축했다. 단, 전반적으로 불친절한 게임에 속하는 울티마 온리인과 달리 ‘다정함’이라는 컨셉을 게임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용자 생일을 챙겨주는 ‘마비노기’의 조력자 NPC ‘나오’가 대표적인 예다.

| 마비노기 대표 캐릭터 ‘나오’

또 격투 게임 요소를 차용한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를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을 다른 게임과 차별점으로 들었다. ‘마비노기’는 스토리상 캐릭터를 이용자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고, 당시 MMORPG에는 드문 컷씬 연출 등을 집어넣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게임 운영 과정에서 스토리 부분을 덜어낸 부분을 아쉬운 점으로 짚었다.


또한, 게임 속 일상과 비일상 비율, 화면에서 녹색의 비율, 남자 캐릭터와 여자 캐릭터의 비율, 전투와 생활의 비율 등 아트 가이드를 처음부터 잡고 간 점이 ‘마비노기’의 고유한 색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꼽았다.


이용자와 소통 부분에도 힘썼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개발자가 게임 개발에 대한 고충 등을 털어놓는 게임 내 소식지를 유통하는 등 이용자와 친구처럼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이용자 간담회를 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들을 채워주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비노기 디렉터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게임 개발을 기록으로 남겨라

이후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게임 초기 기획부터 개발 과정과 성과를 담은 ‘마비노기 개발 완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는 넥슨에서도 유일무이한 완전한 포맷의 개발 완수 보고서다.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이 보고서가 프로젝트를 완전히 마무리했다는 마침표 역할을 했으며, 다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됐다”라며, “회사에서 시키지 않아도 만들어보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게임 개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미래를 위해서 과거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며, “과거 한국 게임들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가 재미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 알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는 “한국 게임들은 아직 살아 있는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 모두 점으로 남았다”라며,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고 거기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과거에서 미래로 선을 이어가자”라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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