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강도에게 아들을 잃은 남자가 벌이는 화끈한 복수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캐시트럭> (Wrath of Man,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가이 리치 감독이 정말로 돌아왔다.
홍보사는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알라딘>(2019년)을 연출했다고 포스터 전면에 소개했으나, 가이 리치는 범죄 군상극에서 더 자신의 색채를 발휘한 감독이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년)를 통해 '30대 신인 감독'은 비범한 연출력을 보여줬고,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의 모습을 현란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할리우드 데뷔작 <스내치>(2000년) 역시 마찬가지. 물론, 잠시 <스웹트 어웨이>(2002년)나, <킹 아서: 제왕의 검>(2017년) 같은 흥행 실패작을 통해 '그저 그런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알라딘> 촬영을 마치고 찍었던, <젠틀맨>(2020년)은 그의 초심을 외친 작품이었다.
가이 리치 감독이 선호했던 '비선형적 플롯'과 더불어, 관객에게 갑자기 대화하는 '제4의 벽'을 마음껏 활용했기 때문.
깔끔한 이야기 덕분에 <젠틀맨>은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객이 찾았을 영화였으리라 싶어 아쉬움이 짙었던 영화였다.
<캐시트럭> 역시 가이 리치 감독의 인장인 '비선형적 플롯'이 챕터식 구성을 만나, 단순해 보이는 영화의 서사에 날개를 달아줬다.
<캐시트럭>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년)처럼, 한 사건에 얽힌 세 인물 군상의 시점으로 담아내며 전개된다.
영화의 중심 뼈대는 한 범죄 집단이 돈을 옮기는 '캐시 트럭'을 탈취한 사건이다.
한 시점은 '캐시 트럭' 안에 있는 경호원들의 상황으로, 두 번째 시점은 '캐시 트럭' 강탈 사건 중 아들을 잃은 아버지 'H'(제이슨 스타뎀)의 이야기로, 마지막 세 번째 시점은 '캐시 트럭'을 탈취한 범죄 집단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래서 <캐시트럭>은 비선형 구조로, 뼈대 범죄가 일어난 시점을 바탕으로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진행되지만, 혼란스럽게 전개되지 않고, 관객이 쉽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도록 풀어냈다.
세 챕터가 전개되고 나면, 'H'의 사적 복수가 진행되는 마지막 챕터로 벌려 놓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가이 리치 감독은 이미 제이슨 스타뎀을 자신의 첫 두 작품에서 기용한 경험이 있다.
과거 영국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출신이었던 제이슨 스타뎀은 가이 리치 감독을 만난 후, <트랜스포터> 시리즈나, <익스펜더블> 시리즈,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을 통해 훌륭한 액션 배우로 성장했다.
비록, 언급한 시리즈처럼 엄청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생각보다' 밋밋한 액션이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제이슨 스타뎀은 "<캐시트럭>에는 모든 액션이 당위성이 있어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 이 영화를 촬영하고 '리얼 액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오히려 그런 액션 부담감을 내려놨다.
그래도 <캐시트럭>은 기본 볼거리는 충분히 장착한 훌륭한 팝콘(극장 내 섭취는 불가능하다) 영화다.
사회적으로 거창한 영향을 준다거나, 깊은 함의는 떨어질지 몰라도, 사적 복수를 완성해가는 쾌감만큼은 관객에게 대리 만족을 하게 해준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캐시트럭>은 흡사 로스앤젤레스에서 본뜬 '로스산토스'를 무대로 한 게임 <GTA5>를 연상케 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별 5개 상황(헬기를 비롯한 경찰들이 총출동한다)'을 영화로 옮긴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한다.(심지어 주인공들이 머무는 일부 지역은, 게임 속 무대와 정확히 일치하다)
한편, <캐시트럭>의 미국 개봉 명은 'Cash Truck'이 아닌, 'Wrath of Man'이다.
'캐시트럭'은 제작 단계에 임시로 붙인 가제, '워킹 타이틀'이었는데,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선 해당 제목으로 개봉했다.
아버지의 복수극을 보여주기에 '남자의 분노'로 제목을 써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며, 사건의 소재인 '캐시트럭'을 제목으로 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021/06/10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 감독
- 가이 리치
- 출연
-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우드, 조쉬 하트넷, 포스트 말론, 홀트 맥칼라니, 제프리 도노반, 로시 윌리엄스, 앤디 가르시아, 데오비아 오파레이, 라즈 알론소, 니암 알가, 타이그 머피, 마크 아놀드, 제럴드 타일러, 알렉스 펀스
- 평점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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